얼마 전 대전천 목척교 주변 복원현을 나갔다가 크게 실망하고 돌아왔다. 지금 복원되고 있는 대전천은 자연하천인가? 조경시설인가? 아니면 공원시설인가? 하는 정체성에 크게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복원된다는 대전천에는 음악분수대, 공연장, 산책로, 벽천분수, 조명시설, 사랑의자 등 '생태하천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인공적인 시설과 장치가 너무 많아 보였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물을 상류로 끌어올려 흘러 보내는 역펌핑방식으로 유지유량을 확보하여 대전천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더니만, 이제는 인위적 시설들로 대전천을 채우고 있다.
과도한 인위적 시설물 설치와 관리가 곧 지구 온난화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은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많은 에너지와 관리비용을 들이는 방식으로 대전천 정비를 추진하는 것은 아마도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와 복원의 극적효과를 거두고 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 순간 생태와 역사를 향한 복원의 본래적 의미나 가치는 크게 왜곡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태와 역사 복원을 전제로 대전천을 되살린다고 했으나, 생태성과 역사성이 무늬로만 남아있을 우려가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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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척교 건설현장 대전천 복원공사중인 목척교 ⓒ 이경호
▲ 목척교 건설현장 대전천 복원공사중인 목척교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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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의 상징처럼 우뚝 서 있었던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의 철거공사는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내주어야 했던 많은 상인들의 눈물위에 이루어 졌다. 그토록 많은 어려움과 난제를 넘어 우리가 진정 얻고자 했던 것이,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공원 시설 하나를 더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진 자연과 단절된 역사의 흐름을 되살려, 대전시민의 품에 대전천을 돌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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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데파트 폭파장면 대전천을 복개했던 중앙데파트(2008년 10월 폭파장면) ⓒ 이경호
▲ 중앙데파트 폭파장면 대전천을 복개했던 중앙데파트(2008년 10월 폭파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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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인공 환경 속에서 자연의 원형적 복원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혹자는 말한다. 그 사실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복원을 통해 도심 속에서 결여된 자연적인 가치를 되살려내 황폐화된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을 풍부하게 한다는 기본적인 목적은 지키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대전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대전천 복원은 당초 약속했던 생태,역사 복원을 담보한 진정한 복원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2010.04.13 19:2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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