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천안함 사고 참담해 할 자격 있나

첫 보고 대통령보다도 늦게 받아... 군 지휘 체계 '구멍'

등록 2010.04.15 12:09수정 2010.04.1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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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의 합참의장

이상의 합참의장 ⓒ 뉴시스

이상의 합참의장 ⓒ 뉴시스

"물 위로 떠오른 천안함 함미를 본 순간 정말 처참하고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이상의 합참의장은 지난 14일 오후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이 의장은 "제가 이 정도인데 우리 해군 장병들, 특히 천안함 생존자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그걸 보는 순간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하니 눈을 감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누구보다 오랜 기간 동안 군문에서 병사들과 함께 생활했을 합참의장이 반으로 갈라진 천안함 함미를 보고 느꼈을 참담함은 심정적으로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 이후 드러난 합참의장의 행적을 보면 그가 그렇게 참담함을 느낄 만한 자격이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최초 보고 시기 '문제 없었다' 거짓 해명

 

국방부에 따르면 합참의장은 지난 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한 후 49분이 지나서야 첫 보고를 받았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에서 "합참의장은 오후 10시 11분에, 저는 오후 10시 14분에 (천안함 침몰)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사고가 오후 9시45분에 합참에 보고됐고 합참 지휘통제반장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하는 것을 깜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합참이 청와대에 첫 보고한 9시 51분보다 20분 늦고, 청와대 위기센터에서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이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시각보다는 10분 이상 늦은 것이다. 결국 합참의장이 최종 승인하는 군 지휘라인에 천안함 침몰 초기에 25분 이상 시간 공백이 있었다는 얘기다.

 

초기 보고를 늦게 받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숨기려고 했다는 점이다. 사건 초기에 이러한 지적이 일었을 때 국방부는 합참의장의 지휘 공백을 적극적으로 부인한 바 있다. 지난 8일,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확한 팩트를 확인해서 알려드린다"며 사건 당일 오후 9시 이후 합참의장의 동선을 시간대별로 밝혔다.

 

원 대변인은 당시 "합참의장은 사고 당일날 저녁 대전에서 '합동성 강화 대토론회' 세미나에 참석한 후 오후 9시 27분에 서대전역을 출발해서 서울로 왔다"며 "오후 9시 47분경 최초로 (합참의장에게) 전화로 상황이 전달됐고 10시 30분경에 해작사령관에게 상황보고를 받았으며 10시 33분경에 용산역에 도착해 22시 42분에 지휘통제실에 도착했다"고 해명했다. 합참의장에 최초 보고를 받은 시간에 대해 원 대변인과 김 장관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함미 이동 작전도 뒤늦게 보고 받아

 

지난 12일에 진행됐던 천안함 함미 이동 작전에서도 이 의장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보다 늦게 보고를 받아 논란이 됐다. 이날 함미 이동을 지휘했던 김정두 탐색구조단장(해군 중장)은 박정화 해군 작전사령관에게 오후 1시 32분께 기상악화에 대비해 함미를 백령도 연안으로 이동을 할 것을 건의한 후,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에게 보고해 승인을 얻었다.

 

총장 승인을 얻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동의 절차를 완전히 밟은 후인 오후 3시 27분에야 이 의장에게 유선으로 이동계획이 보고됐다. 그리고 오후 3시 30분에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보고해 승인을 얻었고 오후 4시 5분부터 천안함 함미 이동이 시작됐다.

 

현행 국방훈령에서는 구난작전의 최종 승인권한을 합참의장이 행사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함미 이동계획은 이 의장에게 사전 보고되고 승인됐어야 한다. 이에 대해 김정두 단장이 가족들 허락을 받고서 합참의장에게 보고가 아닌 통지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일자 이 의장은 "군인들은 상급 지휘관에게 건의를 할 때는 가능하면 완벽한 상태를 갖추고 보고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측면으로 이해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해명으로 천안함 침몰 이후 계속해서 드러난 군의 지휘보고 허점을 정당화 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0.04.15 12:09ⓒ 2010 OhmyNews
#이상의 #합참의장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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