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병아빠, 딸아이 놔두고 떠나다

[천안함에 보내는 편지 ③] 거짓말같은 일들이... 인터넷에 '애도의 물결'

등록 2010.04.16 02:47수정 2010.04.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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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중인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에 3월 28일 오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위로방문한 가운데 김동진 하사의 어머니 홍수향씨가 "우리 아들 찾아달라"고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밀며 오열하고 있다.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중인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에 3월 28일 오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위로방문한 가운데 김동진 하사의 어머니 홍수향씨가 "우리 아들 찾아달라"고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밀며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김동진 하사] 홀어머니 치료비 벌기 위해 입대한 아들

부모에게 자식이 먼저 세상을 뜨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 효자 아들 김동진 하사는 가장 큰 불효를 한 셈이다.

 고 김동진 하사.

고 김동진 하사. ⓒ 해군 제공


뇌종양 수술을 받은 홀어머니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작년 9월, 해군 부사관 224기로 입대한 김 하사는 해군 입대를 위해 살을 빼기도 했다. 그만큼 어머니의 치료비 마련에 열성을 다한 것이다.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짓는 것이 평생 꿈이라고 말했다는 김 하사. 아직 어린 나이지만 효심만큼은 누구보다도 깊었다.

올해 20살, 하고 싶은 것이 많았을 김 하사는 월급을 어머니에게 모두 드리고 받은 10만원의 용돈조차 쪼개 유니세프와 복지관에 기부 할 정도로 소박하고 착한 심성을 지녔다.

지난 2월 천안함에 부임한 김 하사는 배우려는 의지가 강했고 자신의 직무를 완벽하게 해내려 노력했다고 전해진다. 김 하사는 휴가를 나갈 때마다 정복을 입고 인사를 다닐 정도로 스스로 해군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정범구 상병] '책벌레 수병'... 편지 받고 싶어 했는데

 고 정범구 상병.

고 정범구 상병. ⓒ 해군 제공

책 읽기를 좋아해 틈이 날 때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15일 인양된 천안함 함미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정범구 상병은 그렇게 동료들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원만한 성격과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후배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1988년 12월 12일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난 정 상병은 2008년 강원대 물리학과를 휴학하고, 같은 해 8월 1일 해상병 549기로 입대해 지난해 2월 18일 천안함의 가족이 됐다.

전자전병으로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작전 임무 수행에 많은 조언을 했던 정 상병은 매사 적극적이고 타의 모범이 되던 훌륭한 수병이었다. 정 상병의 가족에 따르면, 그는 자신을 '바다의 사나이'라고 생각해, 직업 해군이 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원정 7리 사서함 800-25 해군 2함대 천안함 작전부 전자전병 상병 정범구"

정 상병은 미니홈피 대문에 자신의 부대 주소와 함께 "날려날려, 편지 날려"라는 말을 적어 놓았다. 긴 군 생활을 하면서 사랑하는 지인들로부터 편지를 받고 싶은 소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젠 편지를 보내도 받을 수 없다. 그를 아는 지인들과 누리꾼들은 뒤늦은 후회를 하며 정 상병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보내고 있다.

박은영씨는 "편지 보내드리면 답장주시는 건가요? 좋은 곳으로 가실 겁니다"라며 "어머니만큼의 먹먹한 맘은 아니겠지만, 정말 맘이 아프네요"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정 상병은 유족으로 어머니가 있다.

[김경수 중사] "'천안함에 물이 줄줄 샌다'고 하더니, 끝내..."

a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중인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 28일 오후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의원들이 위로방문한 가운데, 실종된 김경수 중사 부인이 "우리 아이들이 아빠를 기다린다. 빨리 찾아달라"며 오열하고 있다.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중인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 28일 오후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의원들이 위로방문한 가운데, 실종된 김경수 중사 부인이 "우리 아이들이 아빠를 기다린다. 빨리 찾아달라"며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남편은 작전에 나갈 때마다 '천안함에 물이 줄줄 샌다'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라고 작전을 나갈 때마다 말했다."

천안함 침몰 직후 실종자 중 한 명인 김경수 중사의 부인은 천안함이 수리 도중 작전에 투입, 침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김 중사의 부인은 "'남편은 천안함이 나갈 때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배다. 내리고 싶다'고 입이 닳도록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슨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남편을 꾸짖었다"며 "그런데 남편의 걱정이 현실로 이뤄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김 중사는 본인의 말대로 천안함 침몰 20일만에 '차디찬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김 중사의 아버지 석우씨(57)도 "아들이 17년 근무했는데 손자 2명을 남겨놓고 이런 사고가 발생해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며 "부대 측이 무성의한 태로로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아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 김경수 중사.

고 김경수 중사. ⓒ 해군 제공


그는 또 "배가 한 차례 출항하면 보통 10일~15일 이상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이번에는 무슨 결함이 있었는지 귀항했다가 2일만에 다시 나간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함선 결함 의문을 제기했다.

1976년 11월 11일 충청남도 서천군에서 출생한 김 중사는 인천북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5년 12월 16일 해군 부사관 157기, 음탐하사로 임관했다. 순천함, 서울함, 속초함 등을 거쳐 지난 2009년 1월 22일 천안함 음탐장으로 부임했다.

군 복무 중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해군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22전대장, 속초함장 표창을 받았으며, 2007년 우수관찰관에 선정되는 등 평소 맡은 바 임무를 빈틈없이 수행하는 책임감 강한 군인이었다고 한다.

축구, 족구 등 운동경기를 주도해 함의 단합을 도모했으며, 음탐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은 관찰관 출신으로 승조원들의 직별 교육에 열성을 다한 인물이었다. 유가족은 처, 1남 1녀가 있다.

[이재민 병장] "4월 전역증 가지고 나와서 자랑한다더니"

 천안함 승조원 고 이재민 병장

천안함 승조원 고 이재민 병장 ⓒ 미니홈피 갈무리

"D-day 52일"

이재민 병장이 3월 10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적은 마지막 다이어리 내용이다. 2008년 3월 "앗싸 해군 합격이다 ㅋㅋ"라며 해군 입대를 반겼던 이 병장도 제대가 다가오자 민간인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자신의 전역 날짜를 세며 "시간아 빨리 가라. 집에 좀 가자"라고 글을 올렸다.

이재민 병장 미니홈피 키워드는 '등록금, 아르바이트, 민간인, 운전면허증'이다. 전형적인 20대의 고민과 일상이 묻어난다. 이렇듯 이 병장은 전역 후의 평범한 하루하루를 그려왔던 것으로 보여진다.

천안함 사고 직후 거의 매일 이 병장의 미니홈피에 글을 남기고 있는 이 병장의 친구 윤용현씨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너 4월에 전역한다고 좋아했잖아. 4월에 전역증 가지고 나와서 나한테 자랑해야 되잖아. 조금만 아주 조금만 기다려라. 알겠지... 재민아 꼭 다시보자."

올해 나이 23살인 이 병장은 진주보건대학 의약학계를 휴학하고 2008년 4월 해상병 542기로 입대했다. 같은 해 6월 천안함에 부임한 이 병장은 조리병으로 근무하며 의학전공을 살린 건강식을 자주 만들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최정환 중사] 세 달 된 딸아이를 놔두고 떠나다

 고 최정환 중사.

고 최정환 중사. ⓒ 해군 제공

최정환 중사는 태어난 지 100일 남짓 지난 딸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육상근무를 자원했었다. 그러나 이제 아버지의 소박한 바람은 이루지 못할 꿈으로 남게 되었다.

최 중사는 용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6년 10월 해군 부사관 168기로 임관했다. 의무하사로 복무한 최 중사는 2함대 의무대, 서울함, 제방사 의무대 등을 거쳐 2008년 8월 천안함에 부임했다.

최선을 다해 군 생활을 한 최 중사는 1999년 제1연평해전에서 전투유공 표창을 받았고, 2008년에는 대한 적십자사 총재 표창을 받은 바 있다. 평소 구급약품함에 상비품을 구비해 놓는 최 중사의 성실함 덕분에 천안함 침몰 당시 부상 입은 대원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의무장으로 복무하며 천안함의 '약손'으로 불렸던 그를 동료들은 "승조원들의 고충을 따뜻하게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어머니 같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한편, 최 중사의 누나는 본인만 살아돌아온 것에 미안해 하는 천안함 생존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공개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생존자 여러분, 살아오셔서 감사합니다. 누구도 당신들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생존자 여러분 힘내십시오. 그리고 열심히 사십시오. 46명이 실종되었다고 죄책감에 삶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실종자 46명의 마음일 겁니다." 

[조정규 하사] 천안함의 우직한 기관실 지킴이

 고 조정규 하사.

고 조정규 하사. ⓒ 해군 제공

당직 시간이 아닐 때도 틈만 나면 천안함의 기관을 둘러보던 조정규 하사는 천안함이 침몰하던 순간에도 기관창고에 있었다.

1985년 생으로 올해 26살인 조 하사는 창원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3월 해군 208기 내기하사로 임관했다. 그 후 영주함, 208전대, 293전탐감시대 등을 거쳐 지난 2008년 8월 천안함으로 부임했다.

조 하사는 매사 적극적인 자세와 강한 의지로 주변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293전탐감시대에서 근무할 때는 초임 하사임에도 소속 부대장 표창을 수상했다. 또한 천안함에서는 휴식 시간에도 기관조종실, 가스터빈실에 자주 들러 장비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좀 더 나은 곳으로'라는 제목의 조 하사 미니홈피에는 함미에서 시신이 발견된 후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좀 더 나은 곳인 이곳으로 돌아오라"며 "어떠한 무서움, 추움, 고통도 당신을 잡으려 하지 못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조 하사는 하사 봉급을 쪼개, 형의 학비에 보탤 만큼 형과의 우애도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으로는 부친과 모친, 형이 있다.

[조지훈 일병] 배를 전공 삼고, 공부하며, 좋아한 21살 청년

인하공업전문대에서 선박해양시스템을 전공한 조지훈 일병은 전공을 살려 군 생활을 하고 싶다며 지난해 8월 해군에 입대했다. 같은 해 10월 보수병으로 천안함에 부임한 그는 용접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함정 내 보수를 담당, 손수 용접을 해서 고쳐주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 나이 21살, 활달한 성격으로 천안함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 그는 휴식시간에 선박 구조를 공부하며 스터디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

조 일병은 틈 날 때마다 상사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자신의 소식을 어머니에게 알리는 등 효자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조 일병의 친구 남희성씨는 조 일병 미니홈피에 "지훈아, 나 이번 면접 떨어져도 되니까, 그 운 네가 다 가져가 꼭 살아서 돌아오라"며 "나랑 다운이랑 세운이, 경진이, 민지, 세리, 준수, 재범이, 민재, 다 너 기다리고 있어"라고 글을 남겼다. 남씨는 "너 화도 못 낼만큼 착했잖아. 공부만하고 착했잖아. 가슴이 미어져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라며 조 일병을 그리워했다.

 고 이상민 병장(89년생) 생일상

고 이상민 병장(89년생) 생일상 ⓒ 미니홈피 캡쳐


[이상민 병장(89년생)] 누나만 셋, 막내 아들에게 "엄마의 따스한 손길 느끼길"

 천안함 승조원 고 이상민 병장(89년생)

천안함 승조원 고 이상민 병장(89년생) ⓒ 미니홈피 갈무리


누나만 셋 있는 집의 막내 아들. 그것도 늦둥이로 태어나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란 이상민 병장은 2008년 해상병 544기로 입대했다.

같은 해 8월부터 천안함에서 근무한 이 병장은 보일러병으로 복무했다.

축구와 농구 등 스포츠를 좋아하고 드럼 연주를 즐겼던 그는 예체능에 소질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양대학 호텔경영학과를 다닌 이 병장은 호텔 지배인을 꿈꾸며 학업에 매진했다.

6월 16일 제대를 앞둔 그를 애타게 기다리던 누나 이상희씨는 이 병장의 시신이 발견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엄마, 아빠가 얼굴 확인 할거야, 엄마의 따스한 손길 느끼고 편히 쉬렴"이라는 내용의 글을 이 병장의 미니홈피에 남겼다.

[안경환 중사] 목련은 피었지만 그는 볼 수 없네

유도실의 '달인' 안경환 중사. 그의 홈페이지에는 지인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졌지만 그는 끝내 뭍으로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올해 34살인 안 중사는 경북 예천시에서 태어났으며 인천 제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안 중사는 고교 졸업 직후인 지난 1996년 8월 해군 부사관 161기로 유도하사에 임관했으며 서울함과 전남함, 목포함, 성남함, 청주함 등을 거치며 유도 무기를 다뤘다.

지난 2월 부임한 천안함에서도 그는 유도탄을 관장하는 유도장을 맡았다. 1999년 제 1연평해전때는 전남함 유도사로 참전, 전투유공표창을 받았으며 14년 간의 군 복무 중 21전대장, 인방사령관 표창을 수상하는 등 해군 유도 무기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미혼인 그의 미니홈피에는 유난히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기도들이 많이 남겨졌다. 김난선씨는 안 중사의 미니홈피에 "벌써 노란 개나리가 피고 벚꽃도 피었다"며 "버드나무에도 물이 올랐고 진달래는 벌써 꽃망울을 터트렸으니 우리 목련은 함께 보게 빨리 와"라는 글을 올렸다. 안 중사의 가족으로는 부친, 모친과 여동생이 있다.
#초계함 침몰 #천안함 인양 #천안함 사망자 #천안함 침몰 #천안함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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