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위협받게 될 방송의 미래

등록 2010.04.20 15:00수정 2010.04.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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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엔가젯에 올라와 있는 아이패드 모습

엔가젯에 올라와 있는 아이패드 모습 ⓒ 엔가젯

엔가젯에 올라와 있는 아이패드 모습 ⓒ 엔가젯

미국에서는 아이패드 출시에 발맞추어 여러 콘텐츠 회사들이 아이패드용 앱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고 있고, 이미 출시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그 중에는 넷플릭스와 ABC처럼 동영상 스트리밍을 서비스하겠다는 회사도 있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처럼 신문구독을 서비스하겠다는 회사도 있는데, 공통점은 10인치의 큰 화면을 통해 기존 아이폰에서 불가능했던 풍부한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a  엔가젯에 올라와 있는 아이패드 모습

엔가젯에 올라와 있는 아이패드 모습 ⓒ 엔가젯

엔가젯에 올라와 있는 아이패드 모습 ⓒ 엔가젯

아이폰용 앱들이 커뮤니케이션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중심이었다면, 아이패드 전용 앱들은 멀티미디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당연한 것이 10인치의 디스플레이와 1024 X 768 픽셀 해상도이면 HD 화질의 동영상을 쾌적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앱들이 아이패드로 빠르게 진출하게 된다면, 가장 혼란에 빠질 업계 중 하나는 방송업계가 아닐까 한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가 아이폰과 아이북 노트북 사이에 자리잡는 장치라고 발표했는데, 사실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애플 TV 사이에 자리잡게 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이패드는 애플 TV의 모바일 버전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거실에 앉아서 TV만 보는 것이 아니라 TV를 켜놓고, 아이패드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TV 시청 시간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빼앗겼던 때보다 더욱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 시청률 데이터에 기반한 광고 판매가 주수입원이었던 방송 업계, 특히 지상파 TV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과연 아이패드가 TV 비지니스에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여기서 스티브 잡스가 애플 TV의 실패를 두고 2008년도 했던 말을 상기해 보자.

 

Steve Jobs: We Still Haven't Figured Out The Living Room (AAPL)

"I think the whole category is still a hobby right now. I don't think anybody has succeeded at it and actually the experimentation has slowed down. A lot of the early companies that were trying things have faded away, so I'd have to say that given the economic conditions, given the venture capital outlooks and stuff, I continue to believe it will be a hobby in 2009." (더 읽기)

 

요약하자면, 애플 TV가 아직까지(2008년)는 취미에 불과하고, 2009년에도 여러가지 사정상 취미로 남아 있을 것 같다는 말이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거실에 진출하는 것은 기정사실화했지만, '어떻게'라는 의문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셋톱박스 방식의 애플 TV가 과연 맞는지 확신하지 못했고, 애플 TV는 부진한 판매 실적을 거둔다. 그리고 2년간의 고심 끝에 내놓은 거실용 장치가 아이패드다.

 

이는 기존 접근방식과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인데, 애플은 거실을 점령하기 위해서 TV를 공략하는 대신에 소파를 공략했다. 삼성과 소니가 어떻게 하면 TV 안에 앱스토어 같은 환경을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이에 애플은 소파에서 거실을 점령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패드의 무서운 점은 이 장치가 인터넷 처럼 책상에 앉아서 탐색하는 방식의 미디어 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소파에 누워서 즐기는 방식 미디어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소파에 앉아서 아이패드를 노트북처럼 인터넷 서핑용으로 사용할 것이고,  TV처럼 동영상을 보는 도구로도 사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청자가 MBC채널을 틀어놓고 KBL 프로야구 앱으로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보고 있다면, 과연 이 사람은 KBL 프로야구 시청자로 봐야하나 MBC 시청자로 봐야 하나? 이런 경우 기존 방식의 시청률 조사는 의미가 있을까?

 

아이패드의 무서운 점은 이 장치가 소파에 앉아서 사용하도록 고안되었다는 점인데, 이는 기존 PC 업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고, TV 사업자들, 특히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들에게는 악몽으로 다가올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소파위의 아이패드는 기존 TV 시청 시간을 나누어 가지게 될 것이고, TV는 마치 지금의 라디오처럼 백그라운드 미디어로 전락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존의 TV광고에 수억 달러씩을 투자하던 광고주들은 TV 광고 집행을 꺼리게 될 것이고, 심지어 아이패드 앱으로 광고 투자처를 변경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되더라도 대부분의 고급 콘텐츠는 기존 거대 미디어 회사들이 제작하게 될것이고, 시청자들은 이런 콘텐츠에 높은 충성을 보일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음반 산업의 몰락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미디어들이 변화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지 않고 기존 비지니스 모델을 고수한다면 위기를 맞을 수 에 없을 것이다.

 

"결국 콘텐츠라 함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무엇" (구글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 켄 올레타 저, 타임비즈 2010) 이라고 정의된다면  아이패드 콘텐츠이건 TV 콘텐츠이건 거실에서 소비자의 시간을 더 많이 점유하는  쪽이 승리자가 될 것이고, 승리자가 광고시장을 접수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거실은 TV방송의 독무대 였지만,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앞으로의 방송은 어떻게 해서든 공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 보인다.

2010.04.20 15:00ⓒ 2010 OhmyNews
#아이패드 #IPAD #애플 #APPLE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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