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람이 '짠물'이라구?

'인천 짠물에 대한 해명'에서 그 진실을 찾아보다

등록 2010.04.23 11:40수정 2010.04.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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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짠 이유를 전래동화에서 찾는다면 <소금 만드는 맷돌>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소금 나와라!" 하면 소금이 나오고 "그만 나오라!" 하면 소금이 나오지 않는 신비한 맷돌이 바다 속에서 멈추지 않고 소금을 만들어내 바닷물이 짠물이 되었다는 전래동화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전 세계의 바닷물이 다 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고 맛이다. 그런데 인천의 바닷물이 다른 지역보다 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인천과 인천사람을 바다의 짠 맛에 빗댄 표현들이 많다.


<인천짠물>이라는 말, 40대 이상의 기성세대 인천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봤음직한 말이다. '짠물.' 사전에는 '바닷가에 사는 사람을 놀림조로 부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짠물의 어원이 되는 '짜다'라는 형용사는 인색하다는 의미의 속어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천사람들은 정말 인색한 것일까? 그래서 인천사람들을 인천짠물로 부르는 것일까? 민예총 인천문화정책연구소가 인천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인천사람이 짠물로 불리는 이유를 물었다. 그중 "50% 정도가 " 금전적으로 인색해서, 계산을 너무 앞세워서"라고 대답했다는 통계가 있다.

인천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필자 역시 학창 시절, 군복무 시절,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인천짠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표현은 상황에 따라 기분을 좋게 하는 부러움의 말로도, 기분을 상하게 하는 비아냥거리는 말로도 들리기도 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인천짠물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한번쯤은 '왜? 사람들은 인천사람을 <인천짠물>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스스로 해답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인천짠물이라는 말에 무뎌져 있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다. 그것이 좋은 표현이든 나쁜 표현이든…….

이렇듯 인천짠물이 가지고 있는 숨은 속내와 오해 그리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인천짠물에 명쾌한 해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기획특별전 <인천 짠물에 대한 해명>전시회'가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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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박물관 인천짠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 해쳐 볼 수 있다. ⓒ 김형만


'인천시립박물관 기획특별전 <인천 짠물에 대한 해명> 전시회'는 인천짠물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고, 그 나름의 해명을 시도해보고자 기획하였다. 박물관 측은 전시회를 통해 인천짠물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해답을 시민 스스로 찾아보고 결론을 내려 볼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인천짠물>이 인천을 상징하는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을 가능성과 대안을 찾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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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짠물의 오해 타 도시 사람들이 말하는 인천짠물은? ⓒ 김형만


전시구성은 <오해> 인천이 짠물이라고? <해명 #1> 소금이라 짠물이다. <해명#2> 맹물보단 짠물. <결론> 인천이 짠물인 이유는 세상이 싱겁기 때문이다로 구성되어 있다. <오해>에서는 타 도시 사람들이 말하는 인천짠물에 대한 견해를 들어 볼 수 있다.

박물관을 찾은 윤진엽씨는 "인천사람들 당구 칠 때 엄청 짜다. 인천사람과 당구를 치면 원래 '다마수'(당구 애버리지)보다 낮게 놓고 치는 것 같다. 3쿠션에서 시로(파울, 벌점)를 하면 1점을 올리는 규정이 있다. 이 규칙은 운 좋게 알 다마를 다 친 하수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규칙이다. 직장동료가 인천 사람인데 당구게임 전에 인천 식으로 칠까? 서울 식으로 칠까? 하고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한다"고 인천짠물에 대한 견해를 말한다.

그밖에도 타 도시 사람들이 말하는 인천짠물에 대한 생각을 전시관 영상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들이 말하는 인천짠물에 대해 들어보자.

"인천의 야구는 짜다. 다 이기고 있는 게임에서도 번트를 대는 팀은 인천 밖에 없다", "바닷물이 짜니까 인천사람들이 짜다, 이를 좋은 의미에서 말하면 승부욕이 강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대부분 인색하고 씀씀이가 적고, 밥도 잘 안사는 것 같다. 부산도 바다인데 안 짜다. 그런데 인천사람들은 무지 짜다."

위 내용으로 본다면 '짠물'은 인천사람들의 성향에서 비롯된 오해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오해에 대한 해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크게 <소금이라 짠물이다>와 <맹물보단 짠물이다>의 큰 주제를 가지고 해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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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 해명#1 천일염 생산하는 모습과 사용도구 등을 전시하며 소금생산의 규모와 역사를 재조명 해주고 있다. 또한 소금창고 안에는 사라져가고 있는 인천의 염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 김형만


먼저 소금이라 짠물이다? 먼 옛날부터 인천은 소금 '자염' 생산지로 유명했다. 소금을 인천지역 토산물의 하나로 꼽은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소금생산 장소인 염전이 인천 6개, 부평7개, 강화11개, 교동3개 총 27개소로 기록하고 있다. 막대한 양의 소금이 인천지역에서 생산되었다니 그 규모와 생산량을 볼 때 대부분 사람들이 소금과 관련된 일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07년 주안의 너른 갯벌에 3000평 규모의 시험염전이 조성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천일염전이 지금의 주안 5, 6공단 지역에 형성되었고, 그 후 질 좋은 우수한 소금이 생산되면서 남동염전, 소래염전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천일염을 생산해 냈다. 1930년대 이후 인천의 소금 생산량은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인천하면 "소금"이라고 불릴 정도였으니 인천사람을 보면 "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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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 불의에 항거하다. ⓒ 김형만


해명#2는 '맹물보단 짠물'로 인천인의 인품을 표현하고 있다. 역사의 출발점부터 일제 점령기까지 외세의 침략과 수탈로부터 인천을 지키고 인천의 자원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인천인들의 애국심, 악착같이 벌어 자신의 배를 채우기보다는 백년지계를 내다보는 교육의 장래를 위해 전 재산을 헌납해 학교를 세웠던 사업가들, 빈곤의 격차를 벗어나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아름다운 인천인'들을 통해 오해에 대해 해명을 하고 있다. 왜? 인천 사람들이 짤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정승처럼 쓰다."

조선시대 한적한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인천은 개항과 동시에 항구도시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무역규모가 커지고 외국상인이 대거 진출함에 따라 상공업이 번창했으며 미곡수출 집산지, 목재업에서 부호들이 출현한다.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허리띠를 조여가며 축적한 재산을 이웃과 민족을 위해 아낌없이 정승처럼 쓴 인천인들이 있다. 유성군, 이흥선, 서상빈 그 분들의 삶과 행적을 새롭게 조명해 인천짠물의 진정한 모습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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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하다 인천사람들은 말한다. 소금 없이 음식 맛을 낼 수 없다. 인천은 소금처럼 소중하다고……. ⓒ 김형만


전시 구성 중 결론에 도달하면 인천의 원로들이 보는 인천짠물에 대한 해명 동영상 인터뷰를 볼 수 있다. 짠물야구의 산 증인 김재은 인천고야구동문회고문, 김양수문학평론가,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한국문인협외인천광역시회 회장 김윤식시인이 인천짠물의 탄생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준다.

김양수 문학평론가는 "짠물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에는 뜻으로서는 좋게 받아들일 내용이 아니었다. 그 당시 인구가 백만이 안 될 때 들리던 인천짠물소리가 300만 가까이 인구가 늘어나고 국제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방대하게 커진 인천에서는 들어 볼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천짠물 소리가 더 인간적인 개성을 나타내는 것이었는데, 그런 것이 없으니 인천짠물 소리가 한편으로는 그리워지기도 한다"며 인천짠물에 대한 그리움을 말했다. 김윤식 시인은 소금이 인천 사람들의 양심을 지키고 정직함을 더 부각시키는 상징, 그렇게 쓰인다면 인천을 '소금' '짠물'이라 불러도 합당하고 오히려 기쁘다고 하고 있다.

동영상 인터뷰까지 들었다면 이젠 스스로 결론만 내리면 된다. 왜? 인천사람이 <인천짠물>이 되었는지를 말이다. <불의에 항거하다. 정승처럼 쓰다. 나는 인천이로소이다. 단 한 점도 내 줄 수 없다> 이것이 진정 인천인이며 "인천짠물"의 진실이란 확신 속에 자신이 생각하는 결론만 내리면 된다. 전시관을 빠져나가는 출구 위에는 그동안 전시관을 거쳐 간 시민들이 내린 인천짠물에 대한 생각들이 빼곡히 매달려 있다.

한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천이 짠물인 이유는 세상이 싱겁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쩌면 인천사람이 생각하는 진실이고 오해의 해명에 대한 결론일 수 있다.  이런 주장에 타 도시 사람들과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인천시립박물관 #인천짠물 #오해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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