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09) 장기적

― '장기적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 나타날' 다듬기

등록 2010.04.26 10:48수정 2010.04.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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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장기적으로 볼 때

 

.. 장기적으로 볼 때, 이것은 남북통일 후의 국경 문제를 비롯한 영토 문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  <최광식-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살림,2004) 9쪽

 

"남북통일 후(後)의 국경 문제"는 "남북통일 뒤에 벌어질 국경 문제"나 "남북이 하나된 뒤에 일어날 국경 문제"로 다듬습니다. "공고(鞏固)히 하기 위(爲)한"은 "단단히 깔아 놓고자 하는"이나 "튼튼히 다져 놓고자 하는"으로 손질하고, "사전(事前) 포석(布石)으로"는 "미리 손을 써 두는 셈이라고"나 "먼저 손을 쓰는 셈이라고"로 손질해 줍니다.

 

 ┌ 장기적(長期的) : 오랜 기간에 걸치는

 │  - 장기적 전망 / 눈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히 판단해야

 │    장기적 포석 / 장기적으로 몽고와 싸울 채비를 하였지요

 ├ 장기(長期) = 장기간

 ├ 장기간(長期間) : 긴 기간

 │

 ├ 장기적으로 볼 때

 │→ 멀리 볼 때에

 │→ 앞날을 볼 때에

 │→ 앞으로 볼 때에

 └ …

 

오늘날 사람들한테 멀리 보는 눈을 기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바로 코앞에 놓인 어려움이 모두들 참 크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로서는 앞을 내다보는 눈을 닦기 힘듭니다. 막바로 눈앞에 닥친 힘겨움이 더없이 크기 때문입니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들로서는 그때그때 맞출밖에 없습니다. 늘 땜질입니다. 땜질하는 삶이요, 땜질하듯 넘기는 넋이요, 땜질에서 맴도는 말입니다. 앞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들한테는 그날그날 모조리 잊고는, 어제도 오늘도 글피도 제대로 자리하지 못합니다. 하루하루 차근차근 갈고닦거나 날마다 조금씩 북돋우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삶이 못 됩니다. 새롭게 다시 일구는 넋이 못 되고, 새삼스레 다시 가꾸는 말이 못 됩니다.

 

 ┌ 장기적 전망 → 멀리 보는 눈 / 멀리보기 / 앞날읽기

 ├ 눈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히 판단해야

 │→ 눈앞에 닥친 이익만 보지 말고 멀리 보며 곰곰이 헤아려야

 │→ 눈앞에 놓인 잿밥만 보지 말고 길게 보며 차분히 생각해야

 ├ 장기적 포석

 │→ 멀리 보고 손쓰기

 │→ 앞을 헤아려 미리 손쓰기

 └ 장기적으로 → 오래도록 / 오랫동안 / 앞으로 길게

 

코앞을 보는 사람은 코앞조차 못 보는 셈이라고 느낍니다. 코앞에 닥치는 대로 몰아붙이거나 다스린다 하지만, 정작 코앞에 닥친 일이 무엇인지를 얼마나 알고 있으려나요. 스스럼없이 모두를 받아들이는 삶이 아닌, 코앞에 닥치는 대로 허둥대는 삶이 될 때에, 우리 삶이란 얼마나 즐겁거나 보람이 있을까요.

 

바람처럼 부드러이 흐르고, 물처럼 매끄러이 흐를 수 있는 우리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바람처럼 부드러이 감싸며, 물처럼 매끄러이 어우러지는 우리 넋이 되면 좋겠습니다. 바람처럼 부드러이 나누며, 물처럼 매끄러이 이어가는 우리 말이 되면 좋겠습니다.

 

ㄴ. 장기적으로 나타날

 

.. 나일강의 유량 감소로 인해 장기적으로 나타날 가장 위협적인 결과는 이집트 경제에 더없이 중요한 삼각주가 서서히 바다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레스터 브라운/이상훈,배규식 옮김-21세기의 피자>(따님,2003) 25쪽

 

"나일강의 유량(流量) 감소(減少)로 인(因)해"는 "나일강에서 유랑이 줄어들면서"나 "나일강에서 흘러오는 물이 줄어들기 때문에"로 다듬습니다. "가장 위협적(威脅的)인 결과(結果)는"은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은 "가장 무서운 일은"으로 손보고, '서서(徐徐)히'는 '천천히'나 '차츰'으로 손봅니다. "모른다는 것이다"는 "모른다는 대목이다"나 "모른다는 일이다"로 손질해 봅니다. '삼각주(三角洲)'는 '세모벌'로 고쳐쓸 수 있습니다.

 

 ┌ 장기적으로 나타날 가장 위협적인 결과

 │

 │→ 앞으로 가장 걱정스러운 일

 │→ 차츰 나타날 가장 두려운 일

 │→ 이제부터 가장 근심스러운 일

 │→ 이제부터 나타날 가장 무서운 일

 └ …

 

"장기적으로 본다"든지 "단기적으로 본다"든지 하고 이야기하는 우리들입니다. 어느새 꽤 많은 사람들 입에 이런 말투가 굳었습니다. 아주 단단히 굳어서 도무지 씻기지 않고, 좀처럼 털리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말투라면 단단할수록 좋을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참으로 사랑스러운 말투라 한다면 한결 낫다 싶은 말투로 금세 바뀌곤 하며, 더 고운 말투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입니다. 사랑스러운 말투란 부드러우면서 튼튼한 말투입니다. 그저 단단하지만, 아니 그저 딱딱하기만 하지 않습니다.

 

 ┌ 나일강에 흐르는 물이 줄기 때문에 앞으로 나타날 가장 무서운 일은

 ├ 나일강에 흐르는 물이 줄면서 가장 걱정스러운 일은

 ├ 나일강에 흐르는 물이 줄 때에 가장 무시무시한 일은

 └ …

 

이 보기글은 영어를 우리 말로 옮기면서 애벌로만 옮긴 모습 그대로입니다. 영어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는 애벌로만 옮겼기에, 이 글을 읽으며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는 어렴풋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말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아니, 아직 우리 말이 되지 못한 설익거나 섣부른 말조각이라 하겠습니다.

 

"나일강에 흐르는 물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집트 경제에서 더없이 중요한 삼각주가 조금씩 바다에 잠겨 사라지지 않을까 매우 두렵다"라든지, "나일강에 흐르는 물줄기가 마르고 있기 때문에, 이집트사람 삶에서 더없이 큰 자리를 차지하는 세모벌이 차츰 바다에 잠겨 사라질지 모르기에 몹시 걱정스럽다"처럼 아예 통째로 다시 옮겨내야 합니다. 번역은 애벌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두벌 세벌 네벌 끊임없이 다듬고 손질하며 '우리 말이 되도록' 애써 주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4.26 10:48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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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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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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