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어쩐댜, 이러다 배꽃 다 지겄네"

이상저온 냉해에 강풍에 비까지...아산 배농사 40년 만에 최악

등록 2010.04.29 11:49수정 2010.04.2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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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이 만개했지만 연일 계속되는 비로 화접시기를 넘긴 농가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아이구 어쩐댜, 이러다 배꽃 다 지겄네. 올해는 날씨까지 도움을 안 주는구만."
"이러다 배가 하나라도 영글겄어? 아주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만. 하늘이 잠시도 빠꼼할 새가 없어."

지난 28일 아산시 최고의 배 주산지인 음봉면·둔포면 일대에는 농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작년보다 1주일~열흘 늦은 지난 주말부터 배꽃이 만개하기 시작했지만 단 하루도 제대로 화접(인공수분작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벽에는 기온마저 영하로 뚝 떨어져 꽃잎이 냉해를 입고, 한낮에도 10℃를 넘기지 못하는 이상저온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또 비를 동반한 강풍이 계속 불어 인공수분을 하지도 못한 채 꽃잎이 떨어져 버릴까 노심초사다.

또 화접을 마친 이후에도 5~6일 정도는 꽃송이가 달려 있어야 하는데, 5월 초까지 이상저온에 일조량 부족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농민들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화접도 못했는데, 꽃잎 지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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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작년보다 개화가 열흘정도 늦었지만 이상저온 현상으로 4월말 현재 기온이 한낮에도 7~8℃에 머무르는 등 냉해피해가 심각하다. ⓒ 충남시사 이정구


현지 농민들에 따르면 "배꽃은 70% 이상 만개했지만 반대로 화접을 제대로 마친 농가는 30%도 채 안 될 것"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또 예년에는 화접 시기가 되면 강한 봄볕과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운 날씨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4월 말인데도 두꺼운 겨울옷에 우비까지 입고 비가 그치면 밭으로 나가기 위해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배 과수농민인 박정우(42·아산시 음봉면)씨는 "농사의 7할 이상은 날씨가 좌우하는데 올해는 날씨로 인한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일년 농사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 화접기간에 농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인 악천후가 연일 계속되고 있어 미칠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아산시농업기술센터 권순택 과수팀장은 "요즘 날씨가 배꽃 화접에는 최악의 일기 상황이다. 지난 주말부터 이미 배꽃이 만개했지만 단 하루도 화창한 날씨를 보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배꽃은 인공수분을 제때 하더라고 16℃ 이상이 돼야 열매를 맺는데, 배꽃이 만개한 요즘 한낮 기온이 7~8℃에 머물고 있어 정상적인 생육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산시 최고의 배 주산단지인 음봉면과 둔포면 일원에서는 750여 농가 823㏊에서 배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 일조량 40년 사이 가장 적은 수치...피해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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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비가 그치자 농민들이 화접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추운 날씨 탓에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올 봄 일조량은 최근 40년 중 가장 적은 것으로 기록됐고, 이런 날씨는 5월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3월 1일∼4월 20일까지 강수량은 138.2㎜로 평년과 비슷했지만 비온날은 19.6일로 평년(12.9일)보다 6.7일 많았다. 일조시간은 247.1시간으로 평년(338.1시간)에 비해 7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올해 일조량은 1971년 이후 최근 40년 사이 가장 적은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지난 겨울 한파를 몰고 왔던 찬 대륙 고기압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날씨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일조량이 특히 중요한 농작물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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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음봉면과 둔포면 일원에는 작년에 비해 열흘 늦게 배꽃이 만개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아산시농업기술센터 권순택 과수팀장은 "현지 농민들에게서는 매일 냉해피해가 접수되고 있지만 일주일 정도 더 지나봐야 구체적인 피해규모나 상황을 알 수 있다. 다행히 화접을 마친 농가라 하더라도 열매가 맺혀봐야 정상적인 수정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농민회 이연재 간사는 "올해는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날씨로 인한 심각한 피해 사례가 관찰되고 있다. 지난주 배방면에서는 시설농가 뿐만 아니라 노지오이를 생산하는 150여 농민들 중 80% 이상이 냉해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750여 과수농가가 심각한 냉해피해를 입는 등 천재지변에 가까운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벼농사를 위한 못자리나 각종 밭작물도 언제 심어야 할지 막막하다. 또 앞으로 예상되는 피해가 얼마나 더 확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갈수록 급변하는 이상기온과 농촌고령화에 대비한 영농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히 지역 실정과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차원의 대비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남시사신문>과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접 #배꽃 #아산시 #인공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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