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공들에게 4대강은 낚시죽이기 사업

[주장] 역사 앞에 떳떳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등록 2010.05.17 14:01수정 2010.05.1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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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중상류 지역 상주에서 의성-구미로 건너가는 다리 위에서 본 낙단보 건설현장.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강줄기를 막아서고 있다. 예전 여기 강변에 있던 더넓은 모래톱이 모두 사라졌다. ⓒ 김동욱


지난 5월 7일. 다음날이 어버이날이라 아내와 함께 처가가 있는 경북 의성에 내려갔습니다. 제 처가는 의성에서도 '비안'이라는 작은 면에 있습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나들목을 나가서 구미 가는 25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낙동강 중상류의 낙단교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한 길로 한 30킬로미터 더 들어가야 겨우 닿는 한적한 동넵니다.

퇴근 후 일산을 출발해 낙단교를 건널 무렵에는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각이었지요. 다리를 건널 즈음 보이는 강 왼쪽이 대낮처럼 환하더군요. 그 시각에도 강 옆으로 대형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먼지를 날리며 모래를 퍼나르고 있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세우는 8개 댐(정부에서는 한사코 이걸 '보'라고 우깁니다) 중 낙단댐(보) 공사현장입니다. 최근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4대강 사업을 모조리 끝내려고 속도전을 하고 있는 현장입니다. 사업 착공 전까지만 해도 이 다리를 건널 때 강 쪽을 바라보면 더 넓은 모래밭에 서너 동의 낚시 텐트가 보였습니다. 개중에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물에 들어가 루어를 날리는 꾼도 심심찮게 있었고요.

그러나 지금 이곳에는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이 강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 구조물은 하루가 무섭게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호에 저는 이 칼럼에서 '4대강 사업은 낚시 죽이기'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4대강의 물흐름이 막히면 샛강이 죽고, 샛강이 죽으면 거기에 젖줄을 대고 있는 생태계가 남아나지 않을 거라는 얘기였죠. 그러면 결국 낚시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요지였습니다. 이날 전 대규모 생태계 파괴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겁니다.

얼마 전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으로 멸종하게 될 12종의 동식물을 발표했지요. 하나하나 불러 볼까요? 미호종개, 흰수마자, 얼룩새코미꾸리, 꾸구리, 귀이빨대칭이, 묵납자루, 남생이, 표범장지뱀, 수달, 흰목물떼새, 재두루미, 단양쑥부쟁이.

어떻습니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이름만 모를 뿐이지 낚시터에서 우리가 흔히 봐오던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동식물들의 생태계 사슬은 여기서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동식물들이 사라지면 결국 우리 낚시터도 사라진다는 겁니다.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60% 이상 70%에 가까운 국민들이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는 '4대강 삽질'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부는 막무가내입니다. 아니, 애써 이런 반대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합니다. 급기야 개신교, 기독교, 원불교, 천주교 등 우리나라 종교를 대표하는 4대 종단이 모두 나서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요. 천주교의 경우 지난 5월10일부터 명동성당에서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한 생명 평화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명동성당에서 시국미사가 열리는 건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23년만의 일입니다. 4대강 사업이 국가적 재앙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낚시동호인들은, 아니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6월2일은 임시공휴일이 아니라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동욱 기자는 월간낚시21 편집부 팀장입니다. 이기사는 월간낚시21 6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동욱 기자는 월간낚시21 편집부 팀장입니다. 이기사는 월간낚시21 6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 #낙동강 #낙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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