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좌파들이 '세종시 선거'로 몰아가고 있다"?

[取중眞담] 견해 다른 한나라당 충남지사 후보와 이완구 '동침' 이유

등록 2010.05.18 21:09수정 2010.05.1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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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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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열린 한나라당 충남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박해춘 충남지사 후보(왼쪽 두 번째)와 이완구 선거대책위원장(맨 오른쪽). ⓒ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 홈페이지

17일 열린 한나라당 충남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박해춘 충남지사 후보(왼쪽 두 번째)와 이완구 선거대책위원장(맨 오른쪽). ⓒ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 홈페이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선거'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후보자가 당선되었을 때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과 관련해 사업의 목적, 완성시기, 방법 등 구체적인 공약을 개발하여 유권자에게 제시하자는 게 정책선거입니다.

 

유권자는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을 비교하고 따져서 가장 잘 실현할 후보자에게 투표하자는 겁니다.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자와 정책을 따져보는 유권자가 결합할 때 '정책선거'가 가능해집니다.

 

충청지역, 특히 충남은 세종시 문제가 지방선거 의제로 부상해 있습니다. 충남도백을 뽑는 선거의 화두 또한 세종시 문제입니다. 작년 12월 이완구 당시 충남도지사가 지사직을 사퇴한 것도 세종시 수정 논란이 원인이 됐습니다. 이후 충남도에서는 도백 없는 행정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로 박해춘 후보가 나섰습니다. 이완구 전 지사는 박 후보를 돕겠다며 자처하고 나섰고 선거운동 사령탑인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았습니다.

 

하지만 이완구 선거대책위원장과 박해춘 후보의 세종시에 대한 생각은 딴판입니다. 처음부터 세종시 수정안을 찬성해온 박해춘 충남지사 후보는 최근에도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이완구 전 지사는 정치인의 입장에서 원안을 주장하고 있지만 (나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수정안을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예 "서둘러 (수정안으로) 착공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과 청와대와 담판을 짓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수정안, 후보는 '찬성' 선거대책위원장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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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충남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이완구 선거대책위원장. ⓒ 한나라당 박해춘 충남지사 후보 홈페이지

한나라당 충남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이완구 선거대책위원장. ⓒ 한나라당 박해춘 충남지사 후보 홈페이지

박해춘 후보는 세종시 원안 수정으로 도청 이전 신도시 분양사업마저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도민들의 불안감과는 달리 "도청 신도시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국비 확보 등을 위해 힘 있는 여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완구 선거대책위원장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정부의 수정안은 대안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안 이외의 대안은 없는 것 같다"며 원안 사수 견해를 밝혀왔습니다. 

 

핵심 의제인 세종시를 놓고 후보자는 수정론에 '찬성'하고 선거대책위원장은 '반대'하니 유권자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까요? 

 

의문은 또 있습니다. 이완구 전 지사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까닭이 그것입니다. 후보자는 처음부터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한다는 소신을 밝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답변 우선순위는 이 전 지사에게 있습니다.

 

아니 그 전에,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해온 그는 도민들에게 무슨 논리로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할까요? 마침 이에 대한 이 전 지사의 답변이 있습니다.

 

그는 최근 <주간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기초단체장 후보들의 개소식에 참석하면 무슨 논리로 한나라당 지지를 호소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세종시 문제는 나 하나로 족하다. 한나라당에 불만 있고 의심하고 있는 거 다 안다. 내가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불출마 약속을 지켰으니 나머지 기초단체장들은 참다운 살림꾼을 뽑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살림꾼을 제대로 뽑아놓고 세종시 문제는 다시 중앙정부와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은 그가 <홍성신문>과 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도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난 우리 도민들이 세종시 문제만으로 후보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방선거는 살림꾼을 뽑는 것이다. 따라서 세종시 문제는 선거 이후 다시 따졌으면 좋겠다. 세종시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한나라당 충남지사 후보 "이완구를 중앙정치무대로 보내기 위해서라도 이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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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해춘 충남도지사 후보가 "실패한 좌파들이 이번 선거를 세종시 선거로 몰아가며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충청일보> 기사. ⓒ <충청일보> 화면 캡처

한나라당 박해춘 충남도지사 후보가 "실패한 좌파들이 이번 선거를 세종시 선거로 몰아가며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충청일보> 기사. ⓒ <충청일보> 화면 캡처

세종시 문제로 충남도백의 자리를 비운 그가 충남도백을 뽑는 선거에서는 "세종시에 함몰되지 말고 세종시 문제는 선거 이후 다시 따지자"고 하니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박해춘 후보가 납득할 만한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언론보도(<충청일보> 5월 18일자)를 보니 박 후보는 17일 오후 3시 20분 한나라당 충남도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실패한 좌파들이 이번 선거를 세종시 선거로 몰아가며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완구 전 지사를 중앙정치무대로 보내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시 원안을 주장하면 '실패한 좌파'들의 선거 논리에 빠져드는 것이랍니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이 전 지사를 중앙정치무대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구요.

 

적어도 한나라당 충남지사 후보가 세종시 문제에 대한 견해가 다른 이완구 전 지사를 선거대책위원장에 모신 이유를 알겠습니다. 이 전 지사가 왜 '세종시 문제는 선거 이후에나 따지자'고 말하는지도 조금은 알 듯합니다.  

2010.05.18 21:09 ⓒ 2010 OhmyNews
#세종시 #충남도지사선거 #세종시 #한나라당 #이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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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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