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효리홀 원작 연극 <광부화가들>에서 라이언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권해효
문성식
- 그림 감상이나 구매 취미를 가지고 있나요?
"기회가 있으면 (미술관에)들어가 보는데요. 그게 몸에 배어야 하는데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까지 구매한 작품이 세 작품인데, 사진 한 작품 하고 평양 갔을 때 평양의 화가들이 그린 작품 하나 하고 그리고 시민 사회단체들을 위한 경매 행사에서 구매한 것인데, 다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정작 그림을 구매하려고 마음을 먹을 때, 아시잖아요? 지난 수년간 한국에서의 그림 시장이란 게 어떻게 대변되고 있는지. (그림이) 재테크 수단이나 경제적인 것들로만 인식돼서 왠지 구매한다는 행위 그 자체가 괜히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때론 이상한 거부감이 들 때가 있죠. 그리고 잘 모르겠어요. 자기가 맘에 드는 그림 사는 건 참 좋은데 그래도 참 이해가 안 가는 건 도대체 이 거대한 미술 시장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각해 보면 좀... (웃음)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해요."
- 권해효씨는 이 연극이 꼭 미술에 관한 것만은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이 연극을 미술에 대한 걸로 보셔도 좋고요, 그런데 얼마 전 이 작품을 제일 먼저 한국에 소개하려고 애썼던 사람이고 실제로 리홀, 이 작가와 잘 아는 한 번역가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리홀의 표현에 의하면 이 작품은 지난 13년 동안 실정을 거듭했던 영국 노동당에 대한 통렬한 질타라는 거죠."
- 관객들이 이 연극에서 관심 있게 봐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우리는 이 작품은 한국화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한국적으로 각색한다든지, 관객들에게 정서적으로 좀 더 편하게 다가가게 만들겠다든지 그런 접근을 하지 않고서, 있는 그대로(만들었어요)... 왜냐하면 좋은 작품은 좋은 작품 그 자체로 빛이 있으니까요.
어느 작품이든지 간에 시간과 공간 뛰어 넘어서 관객들에게 주는 공감대가 있을 거라 믿고 있는 그대로 만들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는 선입견들에선 좀 벗어났으면 합니다. '광부가 무슨 양복을 입고 나와?'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서양이니까, 그 사람들에겐 그냥 그게 옷인 거죠. 서구사회가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 있어서 문화 복지라든지 민주시민들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쟁취한 게 아니고 끝없이 자기 교육과 혁신, 토론, 투쟁, 이런 것들이 계속 이어진 결과란 것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이 작품이 실제 있었던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마음대로 각색 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감동 중에 하나는 바로 실제의 인물들의 실제 작품을 우리가 감상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그런 만큼 그런 한국적으로 각색하기 이런 거는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