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406)

― '앨범의 의미', '단어의 의미' 다듬기

등록 2010.05.31 15:01수정 2010.05.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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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앨범의 의미는 무엇일까

.. 그런, 집집마다 있는 앨범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니, 쉽게 말해서, 기념사진을 찍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  <한정식-사진, 시간의 아름다운 풍경>(열화당,1999) 30쪽


'각(各) 가정(家庭)에'라 하지 않고 '집집마다'라 하니 좋네요. 반갑습니다. 이런 글씀씀이가 고맙습니다. '이유(理由)'는 '까닭'으로 고쳐 주고, '앨범(album)'은 '사진첩'으로 고쳐씁니다.

 ┌ 의미(意味)
 │  (1) 말이나 글의 뜻
 │   - 단어의 사전적 의미 / 문장의 의미 / 두 단어는 같은 의미로 쓰인다
 │  (2)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   - 삶의 의미 / 역사적 의미 / 의미 있는 웃음
 │  (3)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
 │   - 의미 있는 삶을 살다 / 여가를 의미 있게 보내다
 │
 ├ 앨범의 의미는 무엇일까?
 │→ 사진첩은 무엇을 뜻할까?
 │→ 사진첩이란 무엇일까?
 │→ 사진첩이란 무엇을 말할까?
 └ …

"사진첩은 무슨 뜻일까?"나 "사진첩은 무엇을 뜻할까?"로 쓰면 토씨 '-의'가 끼어들지 않습니다. 말투 문제라 할 텐데, "(무엇)의 의미는 무엇일까"처럼 적으면 토씨 '-의'가 붙기 마련입니다. 우리 말투는 "(무엇)은 무슨 의미일까"입니다. 이렇게 말투를 추스른 뒤 '의미(意味)'를 '뜻'으로 다듬어 줍니다.

 ┌ 단어의 사전적 의미 → 사전에 풀이된 말뜻
 ├ 문장의 의미 → 글뜻 / 글월에 담긴 뜻
 ├ 삶의 의미 → 살아가는 뜻 / 삶에 깃든 뜻
 └ 의미 있게 → 뜻있게

그러고 보니, 한자말 '의미'란 '뜻(意) + 맛(味)'입니다. '뜻맛'이란 소리인데, 우리로서는 그예 '뜻'입니다.


토박이말 '뜻'은 한자말 '의미'처럼 세 가지 쓰임새가 있다고 국어사전에 나옵니다. 더욱이 '뜻' 셋째 풀이말을 읽으면, "어떠한 일이나 행동이 지니는 가치나 중요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자말 '의미'란 토박이말 '뜻'하고 꼭 같은 낱말인 셈입니다. 아니, 우리들이 예부터 익히 써 오던 '뜻'이라는 토박이말을 한자로 옮겨적으면 '의미'가 되는 셈입니다.

우리들이 우리 말뜻을 좀더 제대로 살피고 있다면 '뜻'을 멀리하면서 '의미'를 함부로 쓸 까닭이란 없구나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맛을 좀더 찬찬히 돌아보고 있다면 구태여 '의미'를 사랑할 까닭이 없으며 '뜻'을 한껏 북돋울 수 있구나 싶습니다.

ㄴ. 단어의 의미

.. 단어의 의미라면 사전에 쓰여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각각의 저작에 고유하게 존재하는 어조와 리듬, 물론 거기에는 이미지도 포함되어 있다 ..  <쓰지 유미/송태욱 옮김-번역과 번역가들>(열린책들,2005) 122쪽

'단어(單語)'는 '낱말'이나 '말'로 다듬고, '의미(意味)'는 '뜻'이나 '풀이'로 다듬으며, "각각(各各)의 저작(著作)에"는 "책마다"로 다듬습니다. "고유(固有)하게 존재(存在)하는"은 "다 달리 있는"이나 "사뭇 달리 서린"으로 손보고, '어조(語調)'는 '말느낌'이나 '말결'로 손보며, '리듬(rhythm)'은 '가락'으로 손봅니다. '물론(勿論)'은 '그리고'나 '더욱이'나 '무엇보다'나 '마땅히'로 손질하고, '이미지(image)'는 '느낌'이나 '모양'이나 '모양새'로 손질하며, '포함(包含)되어'는 '담겨'나 '함께'로 손질해 줍니다.

보기글 낱말을 하나하나 고쳐 보는데, 아무래도 영 맞갖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쉽고 바르게 쓸 수 있던 글월이나 조금도 쉽지 않게 썼습니다. 하나도 바르지 않게 쓰고 맙니다. 이 보기글은 처음부터 "낱말뜻이라면 사전에 쓰여 있다. 가장 크게 살필 대목은 책마다 다 다른 말빛과 흐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이 풍기는 느낌을 살펴야 한다."쯤으로 적바림해야 옳지 않았느냐 싶습니다. 뒷 글월은 글 짜임새부터 뒤틀려 있습니다.

이 보기글은 다른 책이 아닌 번역과 번역가들 이야기를 다루는 나라밖 책입니다만, 이 나라밖 책을 우리 말로 옮기는 분은 다른 대목이 아닌 번역을 하는 이야기를 다루면서 우리 한국사람이 손쉽게 살피고 깊이 있게 돌아보도록 돕는 번역을 못합니다. 제대로 곰삭이거나 풀어내지 못하는 번역을 하고 맙니다. 왜 이렇게 번역을 하고 말까요. 번역이란 이만큼 어렵고 고되다고 몸소 보여주고자 이렇게 번역을 했을까요. 이 나라에 옳고 바르게 번역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낱낱이 밝히고자 이렇게 번역을 하고 마는가요.

 ┌ 단어의 의미라면
 │
 │→ 낱말뜻이라면
 │→ 낱말풀이라면
 │→ 말뜻이라면
 │→ 말풀이라면
 └ …

일본책을 우리 말로 옮기면서 "單語の意味"를 한글로 "단어의 의미"로 옮겨적는 모습 또한 얄딱구리하지만, 한글로 적힌 "단어의 의미" 같은 글월을 들여다보면서 이 글월이 우리 글월이 아님을 깨닫지 못하는 모습이 더없이 얄딱구리합니다. 애벌로 한 번역이라면 어찌저찌하며 "단어의 의미"처럼 적바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벌 번역을 다듬으면서 이 대목은 털어내야 합니다. 두벌 번역을 하거나 글다듬기를 할 때에 놓쳤다면, 책을 펴내는 일꾼이 잡아채야 합니다. 종이에 글자가 찍힌 책으로 온누리에 나오기 앞서 이처럼 얄딱구리한 대목을 걸러내지 못하면, 이 책을 장만하거나 빌려서 읽는 사람들은 얄딱구리한 글월을 읽고 맙니다.

사람들이 얄딱구리한 글월을 읽는다고 곧바로 얄딱구리한 글투에 젖어들지 않습니다. 이런 글월 저런 말마디를 곧잘 읽거나 듣는다고 사람들 글투와 말투가 엉망진창으로 더러워진다고 하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익숙해집니다. 차츰차츰 길들니다. 하루하루 버릇이 됩니다.

우리들 누구나 옳고 바른 삶에 익숙해지는 한편, 그릇되고 뒤틀린 삶에도 익숙해집니다. 우리들 누구나 착하고 슬기로운 넋에 젖어들 수 있는 가운데, 못되고 바보스런 넋에 길들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즐기는 버릇을 몸에 들일 수 있으나, 아름다움하고 멀어지는 버릇 또한 몸에 들일 수 있습니다.

 ┌ 낱말은 사전에 다 풀이되어 있다
 ├ 낱말뜻은 사전에 다 나와 있다
 ├ 말뜻은 사전을 찾으면 알 수 있다
 ├ 말풀이는 사전을 뒤지면 된다
 └ …

번역이란 나라밖 이야기를 나라안 이야기로 돌려놓는 일입니다. 창작이란 나라안 이야기를 나라안 사람들하고 두루 나누고자 펼치는 일입니다. 번역이 되든 창작이 되든 말로 빚는 문화요 예술입니다. 따로 문화이거나 예술이라고도 하지만, 굳이 이렇게 나누지 않고 삶이라 할 만한 번역이요 창작입니다. 살아가는 내 매무새 그대로 번역을 하고, 살아가는 내 마디마디 그대로 창작을 합니다. 내가 부대끼는 삶터에 따라 내 이웃들이 함께 즐길 이야기를 나라밖 글월에서 나라안 글월이 되도록 어루만집니다. 내가 뿌리내린 터전에 따라 내 살붙이들과 서로 주고받을 이야기를 나라안 글빛을 뽐내고 말빛을 북돋우며 창작을 합니다.

보기글에 나오는 말이지만, 이 보기글 말마따나 낱말뜻은 사전에 다 나와 있습니다. 말뜻을 알자면 사전을 뒤지면 됩니다. 그러나 말뜻이나 말풀이를 다 안다고 하여 문학을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낱말뜻이나 낱말풀이를 찬찬히 읽었다고 해서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는가요?

우리는 책 한 권에서 사람들 삶을 읽습니다. 우리는 글 한 줄에서 사람들 넋을 헤아립니다. 삶을 담는 창작이라면, 삶을 옮기는 번역입니다. 삶을 일구는 창작이라면, 삶을 가꾸는 번역입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의 #토씨 ‘-의’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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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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