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보행자 도로 사고, 운전자보다 자치단체 더 큰 책임

서울남부지법, 운전자 과실 책임 40% 구청 관리자 책임 60%

등록 2010.05.31 17:23수정 2010.05.3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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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하천 둔치에 설치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안전운전을 다하지 못한 운전자보다 자전거도로의 설치 및 관리자인 지방자치단체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K씨는 2008년 7월 18일 오전 9시경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전거를 타고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 소재 도림천 둔치에 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통해 대림역 쪽에서 신도림역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K씨는 신도림교로부터 200m 떨어진 지점에서 도로에 설치된 맨홀 주변에 고여 있는 빗물을 피하려다 맞은편에서 오던 자전거 운전자를 발견했다. 이때 K씨가 왼쪽 갓길로 피하려는 순간 바깥에 수직으로 인접해 설치된 U자형 배수로에 자전거 앞바퀴가 걸려 넘어지면서 불완전 사지마비 등 중상을 입었다.

사고지점에 잡초가 무성해 K씨가 배수로를 발견하지 못한 것. 이에 K씨는 "자전거도로의 설치 및 관리상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사고이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영등포구청은 "사고는 자전거도로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K씨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맞섰다.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강인철 부장판사)는 최근 K씨의 가족들이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 K씨에게 3억 5575만 원, 그의 아내에게 500만 원, 자녀 2명에게 400만 원 등 총 3억 6475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사고지점 도로 왼쪽에는 잡초가 무성해 사고 지점을 통과하는 자전거 운전자로서는 배수로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또 자전거도로 관리자인 구청은 배수로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덮개나 그물망 형태의 덮개를 설치하는 등으로 배수로 기능을 살리면서도 자전거 바퀴가 배수로에 걸리지 않도록 조치함으로써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고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자전거도로는 사고 당시 도로로서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고, 따라서 자전거도로의 설치 및 관리상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도 진행방향 전방의 도로 상황 및 형태 등을 잘 살펴 안전하게 운전해야 하고, 가능하면 자전거도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향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고 사고지점 도로의 왼쪽 갓길을 넘어 배수로에 진입한 과실이 있는 만큼 피고의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자전거도로 #배수로 #자치단체 #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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