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0.7%p 졌지만, 시민은 이겨", 유시민 "제 역량부족"

민주당 지도부 방문, 정세균·박지원 "우리가 미안" 위로

등록 2010.06.03 15:14수정 2010.06.03 16:27
0
원고료로 응원
a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오전 여의도 선거사무소 해단식에서 선대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일 오전 여의도 선거사무소 해단식에서 선대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패장(敗將)'이었지만 승자의 미소가 흘렀다.

 

서울·경기에서 각각 0.7%p차, 4.41%p차로 패배한 한명숙 후보와 유시민 후보가 3일 오전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를 만나 서로를 격려했다. '전투에선 패배했지만, 전쟁에선 승리했다'는 당 지도부와 후보들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기쁨, 미안함이 뒤섞여 있었다.

 

한 후보를 만난 정세균 대표는 "고생하셨어요"라고 살짝 포옹했다. 그는 기자들을 향해 "우리 표정을 보면 알겠지만, 패배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순리대로 갔다면 서울시장 선거도 승리했을 텐데 그 순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정부·여당의 북풍몰이 등이 막판 뒤집기 실패의 원인이었을 뿐, 나머지 민심의 흐름은 한 후보에게 쏠려있었다는 위로였다.

 

이어 그는 "후보가 대인이어서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당으로서도 지원·집중을 더 잘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한 후보는 그러나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나는 지금 패배주의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을 안게 됐다"며 "한명숙 개인은 0.7%p 졌지만 서울시민은 이겼다"고 힘주어 말했다.

 

"너무나 나쁜 조건에서 선거를 치렀다. 지방자치권력이 모두 장악된 뒤라 조직상황이 열악했고 북풍이 부는 급박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민심에서 바람이 불어 우리가 0.7%p차로 졌다.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한 후보는 "(4년 전 한나라당이 석권한)서울의 25개 자치구에서 21개의 민주당 기초단체장이 탄생했고 서울시의원 의석도 비상했다"며 "시장후보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승자'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한나라당 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 여러분이 낙선했다"며 "시장후보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한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었다.   

 

한 후보는 또 "선거과정에서 시민들의 가슴 속에 남겨진 힘이 뒷심이 돼 앞으로 타개해야 할 모든 과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도) 당과 합심하고 소중한 지금의 연대를 살려내 더 큰 힘으로 과제들을 해결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play

한명숙 "이명박 정부 심판 성공했다" ⓒ 김윤상

▲ 한명숙 "이명박 정부 심판 성공했다" ⓒ 김윤상

 

유시민 "패배 원인, 저의 역량부족"... 박지원 "참 못된 선거에서 참 잘한 성공"

 

a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3일 오전 영등포 민주당사를 방문해 정세균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3일 오전 영등포 민주당사를 방문해 정세균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미완의 돌풍'을 일으킨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정 대표는 먼저 미안함을 표시했다.

 

정 대표는 "유 후보가 갖고 있는 특유의 경쟁력과 우리의 조직력이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면 결과를 바꿀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여러 언론사 여론조사가 위기감을 조성해 당이 선택과 집중을 하다 보니 충분히 지원을 못한 측면이 있다, 미안하다"고 위로를 전했다.

 

이어 정 대표는 "우리가 힘을 합쳐서 이명박 정권과 싸웠고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것이 밀알이 돼 더 큰 연대, 더 나아가서 힘을 합치는 계기로 발전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지속적인 연대를 기대했다. 

 

유시민 후보의 대답도 겸손했다. 그는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의 유일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후보인 저의 역량 부족이었다"고 화답했다.

 

그는 "정세균 대표도 유세장에 여러 번 나왔고 손학규 전 대표도 자기 선거처럼 뛰어줬다,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박지원 원내대표도 노무현 대통령의 경호실장인 저의 비서실장이 돼 이번 선거를 지원해주셨다"며 거듭 패배 원인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그는 "많이 협력해주시고 성원해주신 데 대한 보답을 못하게 된 데 대해 감사하고 죄송하단 말을 드리러 왔다"며 "결실을 맺지 못한 것에 대해 용서해주시기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유 후보의 손을 맞잡으며 그를 격려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가 집권했을 때 이런 선거를 치렀던 적이 있나 생각이 든다"며 유 후보의 선전을 추켜세웠다.

 

그는 "(유 후보가)사실상 승리했기 때문에 야권 단일후보를 경기도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으로 이끌 수 있었다"며 "이번 6·2 지방선거, '참 못된 선거'에서도 '참 잘한 성공'의 결과다, 힘내시라"고 거듭 위로했다.

 

play

유시민 "패배해 죄송. 낙선은 제 역량부족" ⓒ 김윤상

▲ 유시민 "패배해 죄송. 낙선은 제 역량부족" ⓒ 김윤상

 

민주당 지도부-당선자, 4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묘역 참배 예정

 

한편, 열전을 치른 두 후보는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한명숙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 유 후보는 4일 저녁 7시 캠프 해단식을 할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4일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 등 6·2 지방선거 당선자들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할 계획이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두 분 대통령의 묘역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하고 두 분의 유지를 받드는 결의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각 자치단체장의 지방정부 운영과 시·도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기 위해 조만간 당선자 워크숍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06.03 15:14 ⓒ 2010 OhmyNews
#지방선거 #한명숙 #유시민 #정세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