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간 경쟁보다 힘든 선관위와의 씨름

각 선관위 투개표참관신청 기준 통일해야

등록 2010.06.07 16:47수정 2010.06.07 16:5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6월 2일 지방선거는 매우 흥미로웠다. 하지만 사회당 비례대표 선거 운동원으로 일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와 전화로 씨름하는 것이 후보자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더 피곤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문서 하나 팩스로 보내는 것도 힘들 정도로 각 구·동사무소 선관위마다 다른 규정과 다른 일 처리 방식으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사회당 비레대표 9번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필자(오른쪽), 당원(왼쪽)

사회당 비레대표 9번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필자(오른쪽), 당원(왼쪽) ⓒ 부산지하철노동조합


투개표참관인 신청하러 부산 전 지역구 선관위 갈 뻔

6월 2일 투표 당일과 5월 27, 28일 부재자 투표 당일에 각 당마다 투표참관인을 둘 수가 있다. 공정한 투표를 위해 선관위가 직접 참관인들에게 수당을 주면서 각 당 및 후보자 지인을 모집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사회당도 당원들과 지인들에게 부탁해 투표참관인을 모집했다. 하루 일당은 선관위가 지급하지만 투표 날 반나절 동안 가만히 투표하는 것만 지켜보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모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했고 나는 각 구·동선관위에 투표참관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앞이 막막했다. 종이 한 장을 제출하기 위해 부산 전 지역구 동 선관위를 돌아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말이다. 그러나 기꺼이 사회당 참관인을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어 우선 사무실과 가까운 B구 선관위부터 찾아 갔다.

"투개표 참관인 신청하러 왔습니다. 신청서에 저희 후보자, 사무장 인장만 있으면 되죠? 당과 당 대표자 인장은 필요 없는 거죠?"
"네. 후보로 등록하실 때 당과 당 대표자 인장이 있기 때문에 상관 없습니다."


B구 선관위에 투표 참관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부탁해 Y구와 R구 선관위에도 신청서를 각각 제출했다. 이 신청서에도 후보자, 사무장 인장만 찍고 당, 당대표 인장은 찍지 않았다. 그런데 신청하고 하루가 지나자 Y구 선관위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회당이죠? 투표 참관인 신청서를 받았는데 당, 당 대표자 인장이 없으면 안 됩니다."
"네? B구에서는 후보자, 사무장 인장만 있어도 된다던데... 그리고 신청 이전에 S구 선관위에 전화해서 확인했는데 Y구는 또 다른가 보네요?"
"아닙니다. 분명 당, 당대표 인장 필요합니다. 다시 알아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참관인 신청 마감 8시간을 남겨두고 신청서가 잘못되었으니 다시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신청 마감이 임박했기 때문인지 선관위는 일단 팩스로 당과 당대표 인장을 찍어 보내고 우편으로 늦게라도 신청서를 보내달라고 했다. 아직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한 구·동 선관위가 많았지만 우선 Y구 선관위가 말한 대로팩스로 신청서를 보내고 원본 문서를 우편으로 보내려고 우체국으로 갔다. 그때 사회당 중앙당에서 전화가 왔다.

"일단 투표참관인 신청하지 마시고 기다려 보세요.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걸 얼핏 들은 기억이 있거든요. 'E선관위'라는 인터넷 도우미 프로그램이 있을 겁니다."
"네. 그럼 일단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중앙당에서 말한 인터넷 도우미(E도우미)로 투표 참관인을 신청하는 시스템은 처음 들어봤다. 선거사무 안내서 책자 투개표참관인 신청 방법 부분을 봐도 인터넷 도우미에 대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구·동 선관위로 신청서를 해당 일까지 제출하라고만 나와 있었다.

결국 (사회당 중앙당 확인 결과) 인터넷 도우미 프로그램으로 투개표참관인 신청을 편리하게 할 수 있었다. 이런 제도가 있는 것을 왜 선관위는 선거사무 안내서에 써놓지 않았을까. 이 사실을 끝까지 몰랐다면 나는 부산 전 지역구를 돌아다닐 뻔했다.

선관위, 투개표참관인에게 직접 연락 안하나?

6월 2일 아침, 투표를 마치고 나니 이제 모든 선거와 관련된 일이 끝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했다. 모처럼 휴대폰을 가방 깊숙이 넣고 친구들과 나들이를 갔다. 신나게 놀다가 시간을 보기 위해 핸드폰을 본 순간 투개표참관인 신청했던 사람들의 부재중 전화, 메시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관인 1) 개표 참관인 연락을 아직도 받지 못했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참관인 2) 투표 참관인 6시간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선관위에서는 교체 참관인 없으면 12시간 하라네요."
"(참관인 3) 개표 참관인 1순위 2순위는 뭐예요? 선관위에서 그냥 '2순위 선정되셨습니다' 라는 전화만 왔어요."

투개표참관인 신청을 모두 마치고 나면 당연히 각 구·동 선관위에서 각 참관인들에게 직접 연락이 갈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신청서류에 분명 각 참관인의 연락처가 적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관위마다 달랐다. 투개표 하루 전에 참관인에게 연락을 하는 선관위도 있는 반면 투개표 당일 몇 시간 전에 연락을 하는 선관위도 있었다. 당 사무실로 연락하는 선관위 는 좀 나은 편으로 아예 연락조차 하지 않는 선관위도 있었다.

기준이 다른 선관위 때문에 신나게 놀러 나왔던 나는 나들이 장소에서 전화기를 부여잡고  참관인들이 가야 할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었다.

선관위는 명확한 기준 마련해야

선거 기간 동안 전화기를 부여잡고 선관위 사람들과 씨름하면서 느낀 것은 선관위마다 기준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선거 운동을 하는 선거운동본부로서는 어떤 선관위의 말을 믿고 행동해야 하는지 헷갈리기만 했다.

다음 선거부터는 편리한 투개표참관인 신청을 위한 '인터넷 도우미'에 대한 정보를 선거 안내 책자에 구체적으로 실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선관위는 투개표참관인들에게 직접 연락을 할 것인지 아니면 참관인 명단을 취합해서 각 당에 제공, 연락을 취할 것인지 통일된 기준을 정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AD

AD

AD

인기기사

  1. 1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억대 연봉이지만 번아웃 "죽을 것 같았다"... 그가 선택한 길
  2. 2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28년 만에 김장 독립 선언, 시어머니 반응은?
  3. 3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4. 4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마을에서 먹을 걸 못 삽니다, '식품 사막' 아십니까
  5. 5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계엄은 정말 망상일까? 아무도 몰랐던 '청와대 보고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