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친노 복귀에 전율"... 사의 표명

지방선거 패배 책임, "재집권 위한 보수대연합 생각해야"

등록 2010.06.07 15:57수정 2010.06.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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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이회창(75·충남 홍성·예산)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표는 7일 오전 연이어 열린 최고위원회와 비공개 의원연찬회에서 "자유선진당은 지방선거에서 실패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대표 책임이 아니다"라며 거듭 만류했지만, 이 대표는 고집을 꺾지 않고 의원연찬회가 끝난 뒤 곧바로 국회를 나섰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선진당은 대전과 충남에서 승리를 낙관하고 있었지만, 충남도지사로 나선 박상돈 후보가 안희정 후보에게 패하면서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대전만 겨우 확보하는 수모를 겪었다. 기초자치단체장도 대전과 충북, 충남에서 13곳만 건졌다. 전국정당이 되겠다는 포부가 좌절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선거 직후부터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 대표와 동반 사퇴를 결정한 박선영 대변인은 "선거 결과가 발표된 날(3일)부터 대표께서 입장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이회창 대표, 충남 안희정 당선 '충격'... "노풍에 말려들어, 구시대 회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 남소연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 남소연

무엇보다 이 대표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노무현의 왼팔'로 불리던 민주당 안희정 후보의 당선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는 실패했다, 전남북과 충남, 충북을 잇는 '민주 벨트'를 형성해줬으니 우리 당으로서는 뼈아픈 패배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노풍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평가도 내놨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가 새로운 정치현장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등 '친노'의 당선을 깎아내렸다. "구시대의 회귀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친노의 복귀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2002년 대선의 판박이고, 저는 일종의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회창 대세론'이 뒤집어진 당시 대선의 악몽이 되살아났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2013년 보수의 재집권을 위한 '보수대연합'을 제안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한 야권단일화에 맞설 새로운 진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렇게 가면 보수 정권은 (다음 대선에서) 다시 내줘야 할 것"이라며 "중간층, 젊은층을 빼앗기면 다음 선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나라당 뿐 아니라 전체 보수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2002년의 반복 같은 생각에 몸서리쳐지는 느낌이다, 이해타산을 따지지 말고 보수 세력의 대연합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거 후폭풍' 맞은 자유선진당, 진로 불투명

 

이 대표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자유선진당도 6.2 지방선거 후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간 모습이다. 그동안 자유선진당은 '독선적'이라는 악평까지 나올 만큼 강한 이 대표의 지도력 아래 하나로 뭉쳐 원내 제3당의 역할을 해 왔다. 박상돈 의원의 충남도지사 출마로 원내 의석이 17석으로 줄기는 했지만, 18대 국회 전반기에 주요 현안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입지를 다져 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서 자유선진당의 진로도 불투명하게 됐다. 이 대표가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자유선진당은 새로운 지도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 대표가 물러나면 당헌 당규상 전당대회 차순위 득표자인 변웅전 의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비대위를 구성해 집단지도체제로 당을 이끌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선영 대변인은 "아직 이 대표가 사퇴할지 아닐지는 결정된 게 없다, 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끝까지 만류해보자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이 대표의 성정을 봤을 때, 사퇴 의사를 번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해 이회창 대표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010.06.07 15:57ⓒ 2010 OhmyNews
#자유선진당 #이회창 #지방선거 그후 #충남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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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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