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착하게 만드는 공정무역

[서평] 박창순, 육정희가 쓴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등록 2010.06.08 16:37수정 2010.06.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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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순, 육정희가 쓴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겉표지 ⓒ 시대의창

산업화 이래 지구상의 부자 나라들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하는 경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은 때로 끔찍한 노예제도를 유지시켰고,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하였습니다.


부자나라의 소비자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된 물건을 값싼 가격에 구입함으로써 더 많은 소비를 향유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역을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수입되는 물품은 부자나라의 빈곤과 복지를 뒷받침하는 토대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부자나라 소비자들이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와 농민이 생산한 상품을 제값을 치르고 구입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약 60년 전부터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공정무역을 하는 사람들이지요.

"2007년 말 현재 공정무역 제품 전문판매장인 월드샵은 전 세계에 4000여 개, 슈퍼마켓을 포함한 공정무역 제품 판매점은 11만 2500여 개가 있다. 공정무역 단체와 상점에 1700여명의 직원과 10만 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고 공정무역 인증제품도 3000여 종이 넘게 나왔다."


공정무역을 통해 2004년 8억 유로, 2005년 11억 유로, 2006년 16억 유로, 2007년 23억 8000유로, 2008년에는 28억 9000유로가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장을 토대로 하여 58개 개발도상국의 150만 명이 넘는 농민과 생산자가 공정무역 판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였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는 2006년 공정무역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거래>를 기획 제작한 것을 계기로 공정무역운동에 뛰어든 박창순, 육정희 부부가 4년 동안 13개 나라의 공정무역을 살펴본 생생한 기록입니다.

저자 박창순은 '한살림'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공정무역에 대하여 알게 되어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고 합니다. 저자는 중등학교 교사를 거쳐 EBS에서 TV프로그램을 제작하였으며 <하나뿐인 지구>를 기획제작한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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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YMCA가 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으로 들여오는 '피스커피' 수확 현장 ⓒ 한국YMCA연맹


공정무역 다큐제작자에서 공정무역 활동가로...

'공정하고 평등한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였고, 2006년 <아름다운 거래>를 완성하였습니다. 이 책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는 다큐멘터리의 제작과정, 다큐멘터리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다큐멘터리 제작 후에도 시작한 공정무역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는, 공정무역이든, 불공정무역이든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먼 거리를 이동하는 무역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안락하게 사는데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 공정무역이라고 판단하였답니다.

장일순 선생님 일화를 통해 '한살림' 운동과 공정무역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장일순 선생이 살아계실 때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가 한살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신다고 불평을 하자 선생께서 '그럼 아프리카나 남미의 커피 농부들은 무엇을 먹고 사나, 우리 차도 마셔야겠지만 커피도 마셔줘야지'하시면서 그분 특유의 화법으로 말씀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공생의 삶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지구촌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장일순 선생님의 말씀을 버팀목 삼아 척박한 공정무역운동의 토양을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셈입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생의 삶

공정무역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취재에 함께 참여했던 그의 아내 육정희는 두 번째 출장 취재 지역 인도에서 돌아온 후 27년 동안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다큐멘터리 작업과 공정무역 활동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부부가 함께 발로 쓴 공정무역에 대한 취재기록인 셈입니다.

세계에서 공정무역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영국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 무역을 주름잡으며 식민지무역을 통해 부자가 된 영국에서 공정무역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장하성 교수는 영국에서 공정무역이 활성화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진단합니다.

"제국주의에 대한 부채의식, 자본주의와 자유무역의 폐해에 대한 반성, 일반 국민의 높은 국제문제에 대한 이해와 시민의식, 공정무역 활동가들의 마케팅 전략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에서 공정무역을 선도하는 곳은 '생활협동조합'이라고 합니다. 3000개 이상의 생협 매장을 통해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고 있답니다. 영국생활협동조합은 50여 가지의 공정무역 제품을 자체 브랜드로 개발하여 전국의 슈퍼마켓 연결망을 통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라나는 세대가 공정무역에 대하여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재를 개발하여 학교에 보급하는 활동에도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영국에서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공정무역을 기본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국에는 공정무역 마을, 공정무역 대학도 있습니다. 영국북서부 지방 랭커셔의 작은 마을 '가스탕'은 2001년에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 마을이 되었습니다. 영국에는 150개가 넘는 공정무역 마을이 있다고 합니다.

공정무역 마을이 되려면 의회가 지원을 결의하고, 마을에 공정무역 점포가 있고, 학교, 교회, 회사, 기업 등이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고 지역사회 캠페인이 지속되며 지역 대표들이 공정무역 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해야 하는 등의 기준을 달성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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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오지 마을 농민이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야생에서 자란 커피를 수확하고 있다 ⓒ 한국YMCA


공정무역 마을, 학교, 교회, 대학...

저자는 영국에서 150번째로 공정무역 마을이 된 '캔터베리'를 다녀옵니다. 이곳에서는 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공정무역 제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유치원도, 시청도, 대학도 모두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캔터베리의 유치원에서는 어린이들에게도 공정무역에 대하여 가르친다고 합니다. 공정무역 동아리 활동을 하는 영국의 중학생이 또래 친구들에게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 3세계에 사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보통의 거래보다 좀 더 많은 돈을 받게 되는 무역이야. 그냥 일반 슈퍼마켓에서 파는 상품들은 그들에게 아주 적은 돈을 줘. 하지만 여기 공정무역 마크가 붙은 이런 상품을 사면 그 사람들이 가족을 부양하고 원료를 살 수 있는 돈을 받게 돼"

아이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거래를 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는 일본,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공정무역 소비 국가들과 인도, 네팔, 필리핀, 가나, 파키스탄, 스리랑카를 비롯한 공정무역 생산 국가를 두루 소개하고 있습니다.

커피, 설탕, 바나나, 수공예품, 옷과 같은 공정무역 제품이 생산되는 현장에서부터 공정무역 제품이 소비자들을 만나는 과정까지를 따라가며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공정무역기구 총회, 공정무역을 이끌어가는 단체와 개인에 대한 소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연히 공정무역을 알게 된 박창순, 육정희 부부는 여러 가지 오해를 받으면서도 '메마른 땅에 씨를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한국에서 공정무역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아직 한국은 공정무역 불모지나 다름이 없습니다.

공정무역, 한국인 10명 중 1명만 안다

외국의 한 여론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정무역에 대한 세계 평균 인식 지수는 49%인데, 한국은 13.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한국사람 중에서 열에 아홉은 공정무역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지요. 국내 조사에서도 80%의 사람들이 공정무역이 뭔지 모른다고 응답하였으며, 공정무역을 아는 사람들도 주로 커피를 구매하고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 박창순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이어 인터넷을 통해 만난 시민들과 함께 공정무역을 알리는 단체인 '한국공정무역연합'을 설립하였으며, 공정무역 인증제품을 수입하고 유통하는 '공정무역가게 울림'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부자나라 소비자들의 선심에 기대어 물품을 사고파는 거래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생산자에게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아동노동을 하지 않고,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생산되는 제품"일 뿐만 아니라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적정하니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공정무역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공정무역을 절대적인 선이나 가치로 보지 말고 상대적으로 봐달라"고 합니다. 공정무역이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수도 없고, 물자의 장거리 이동으로 화석연료를 태우는 등의 한계가 있지만,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평등하고 공정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으로 봐달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아름다운가게, 두레생협, 한국YMCA연맹,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생협을 중심으로 공정무역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제활동을 하는 NGO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정여행 상품이 개발되어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공정무역에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웹사이트를 방문하시면 한국에 소개된 공정무역 제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가게(www.beautifulstore.org)
두레생협연합회(www.dure.coop)
한국YMCA연맹 피스커피(http://www.peacecoffee.co.kr)
여성환경연대, 주)페어트레이드 코리아(www.ecofairtrade.co.kr)
icoop 한국생협연합회(www.icoop.or.kr)
공정무역가게 울림(www.fairtradekorea.com)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거래 - 공정무역 따라 돌아본 13개 나라 공정한 사람들과의 4년간의 기록

박창순.육정희 지음,
시대의창, 2017


#공정무역 #피스커피 #울림 #유기농설탕 #공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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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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