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18) 직설적

― '직설적인 말', '직설적으로 말해', '직설적으로 말하지' 다듬기

등록 2010.06.25 13:40수정 2010.06.2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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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직설적인 말

 

.. 그녀는 자신의 직설적인 말과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서 노동계급을 단합시킨 과격한 여족장이라 불릴 만했다 ..  <엘리엇 고온/이건일 옮김-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마더 존스>(녹두,2002) 26쪽

 

이 자리에서는 '그녀'를 사람이름인 '마더 존스'로 고쳐써야 알맞습니다. "용기(勇氣) 있는 행동(行動)을 통(通)해서"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나 "용기 있는 모습으로"나 "용기를 보여주면서"나 "다부지게 일하면서"나 "당차게 일하는 매무새로"나 "씩씩한 몸가짐으로"로 다듬을 수 있어요. "노동계급을 단합(團合)시킨"은 "노동계급을 똘똘 뭉치게 한"이나 "노동계급을 하나로 뭉친"으로 손질하고, '과격(過激)한'은 '거센'이나 '거친'이나 '세찬'이나 '드센'이나 '우락부락한'으로 손질해 줍니다.

 

 ┌ 직설적(直說的) : 바른대로 말하는

 │   - 직설적 표현 / 직설적 화법 / 직설적으로 나의 단점을 비판해 댔다

 ├ 직설(直說) : 바른대로 또는 있는 그대로 말을 함

 │   - 그는 앉자마자 사장에게 직설을 퍼부었다

 │

 ├ 자신의 직설적인 말과

 │→ 바른대로 하는 말과

 │→ 거리낌없이 하는 말과

 │→ 거침없이 하는 말과

 │→ 숨김없이 쏟아붓는 말과

 └ …

 

'직설적'이라는 말마디는 아주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쓰면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헤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궁금합니다. "바른대로 말하는" 일이 '직설'이요 '직설적'임을 얼마나 헤아리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바른대로 말하자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 말과 글을 꾸밈없이 헤아리고 있지는 못하다고 느낍니다. 까놓고 말하자면, 웬만한 분들은 우리 말과 글을 있는 그대로 돌아보고 있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숨김없이 말하자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우리 말과 글을 대충대충 쓰고 있다고 봅니다.

 

국어사전 말풀이를 차근차근 살펴보았다면, "직설 : 바른대로 또는 있는 그대로 말을 함"을 읽으면서 '바른대로'와 '있는 그대로'를 알아챘을 터이며, 우리는 먼 옛날부터 '바른대로'와 '있는 그대로'라는 말마디로 우리 생각과 느낌을 알맞게 나타내 왔음을 깨달을 터입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말풀이를 읽으면서도 무엇을 느끼거나 생각해야 옳은가를 곱씹지 못할 뿐 아니라, 이와 같은 말풀이를 애써 찾아 읽지 못합니다. 으레 쓰는 말마디는 굳이 국어사전에서 찾아볼 까닭을 느끼지 못합니다. 으레 쓰니 그냥 쓰고, 그냥 쓰면서 엉뚱하게 쓰며, 엉뚱하게 쓰다가는 제 말결을 잃거나 말삶을 놓칩니다.

 

 ┌ 직설적 표현 → 바른대로 말하기 / 꾸밈없이 말하기

 ├ 직설적 화법 → 바른대로 말하는 법 / 꾸밈없는 말법

 └ 직설적으로 나의 단점을 비판해 → 대놓고 내 단점을 비판해

 

이 보기글에서는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옳고 바른 이야기'를 한다는 뜻으로 쓰인 만큼 '거리낌없이'나 '거침없이'나 '숨김없이' 같은 말마디가 잘 어울립니다. '바른대로'라 해도 괜찮고 '곧이곧대로'나 '겉치레 없는'이라 해도 됩니다. 보기글 주인공인 마더 존스라고 하는 분은 노동운동을 할 때에 어느 누구보다 '다부지게' 힘쓴 분인 만큼 '다부지게'라든지 '야무지게'라든지 '떳떳하게'라든지 '당차게' 같은 말마디를 넣을 수 있습니다.

 

뜻을 살리고 느낌을 살찌우는 말마디를 찾아 주면 됩니다. 마음결을 다스리고 마음밭을 북돋우는 말투를 사랑해 주면 됩니다.

 

 

ㄴ. 난 직설적으로 말해 버려

 

.. 난 참을성이 부족해서 뭐든 직설적으로 말해 버려. 나야말로 네 기분을 생각하지 않았구나 ..  <카와쿠보 카오리/설은미 옮김-해피 투게더 (3)>(학산문화사,2005) 183쪽

 

'부족(不足)해서'는 '모자라서'나 '없어서'로 고쳐 줍니다. '인내심(忍耐心)'이 아닌 '참을성'이라고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난 참지를 못해서"나 "난 참을 줄을 몰라서"처럼 고쳐쓸 수도 있습니다. "네 기분(氣分)"은 "네 느낌"이나 "네 마음"으로 손봅니다. 또는 "네가 어떠한지를"이나 "네가 어떻게 느끼는지를"로 손볼 수 있습니다.

 

 ┌ 난 뭐든 직설적으로 말해

 │

 │→ 난 뭐든 바로 말해

 │→ 난 뭐든 그 자리에서 말해

 │→ 난 뭐든 대놓고 말해

 │→ 난 뭐든 숨기지 않고 말해

 │→ 난 뭐든 꾸미지 않고 말해

 │→ 난 뭐든 돌리지 않고 말해

 │→ 난 뭐든 느끼는 대로 말해

 └ …

 

언제나 '바로바로'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스스로 '느끼는 대로' '돌리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이지요. 이들은 '숨기지 않고' 말하곤 하며, 겉을 꾸미거나 치레하기보다는 '꾸미지 않고'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 꾸밈없이 '대놓고' 말하지요. '그 자리에서' 말합니다. '머뭇머뭇거리'지 않습니다. '망설이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서로서로 꾸밈없이 말하거나 티없이 말할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착하게 생각하고 곱게 헤아리면서 올곧게 말할 때가 더없이 좋습니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나를 차분하게 내려놓으면서 말할 때가 그지없이 좋습니다. 나와 네가 서로 빛나는 목숨임을 곱씹으면서 말할 때가 참으로 좋습니다.

 

 

ㄷ.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 "사오리, 전부터 주의를 주려고 했는데, 그렇게 모여서 수군대는 건 보기에 안 좋아. 남들이 보면 얼마나 기분 나쁜 줄 아니?" '선생님 너무해. 애들도 다 보고 있는데, 뭐야.''저런. 니시와키 선생님도 참,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  <토베 케이코/주정은 옮김-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6)>(자음과모음,2004) 73쪽

 

'전(前)부터'는 '예전부터'로 다듬고, "주의(注意)를 주려고"는 "한마디를 하려고"나 "알려주려고"나 "얘기를 하려고"로 다듬으며, "수군대는 건"은 "수군대면"이나 "수군대고 있으면"으로 다듬습니다. "될 것을"은 "될 일을"이나 "될 텐데"로 손봅니다.

 

 ┌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을

 │

 │→ 그렇게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을

 │→ 그렇게 까놓고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을

 │→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않아도 될 텐데

 │→ 그렇게 동무들 앞에서 말하지 않아도 될 텐데

 └ …

 

글흐름을 살피면 '애들도 다 보고 있는데' 담임 교사가 아이한테 한마디 다그치는 말을 합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교사는 '직설적'으로 말하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이 자리에서는 '다 보고 있는데' 말하는 일이 '직설적'이라는 소리가 됩니다.

 

"다 보는 자리에서 말하기" 또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또는 "동무들 앞에서 창피하게 말하기"가 '직설적'인 셈입니다.

 

 ┌ 그렇게 동무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말하지 않아도

 ├ 그렇게 사람 많은 자리에서 말하지 않아도

 ├ 그렇게 여러 사람 있는 자리에서 말하지 않아도

 └ …

 

차근차근 헤아려 본다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또한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를 받는다면 무척 힘든 노릇입니다. 따끔하게 나무라거나 꾸짖어야 할 때에는 따끔하게 나무라거나 꾸짖어야 합니다만, 창피를 받으면서 잘못을 깨달아야 할 사람 형편을 잘 살펴야지 싶습니다.

 

그렇지만 적잖은 어른들은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꾸짖을 때에 아이들이 어떤 마음인지를 제대로 못 짚기 일쑤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마음결로 말을 하고 글을 하기 때문에, 우리들이 주고받는 말마디가 얼마나 알맞거나 바르거나 고운지를 깊이있게 못 느끼곤 합니다. 내 삶과 함께 네 삶을 돌아보고, 내 목숨과 함께 네 목숨을 보듬으며, 내 길과 함께 네 길을 즐거이 가꾸는 흐름을 못 짚곤 합니다.

 

바르게 말하듯 바르게 생각하며 바르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곱게 말하듯 곱게 생각하며 곱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착하게 말하듯 착하게 생각하며 착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스레 말하듯 사랑스레 생각하며 사랑스레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6.25 13:40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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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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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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