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왕이면 용궁해신탕 해주세요"

바다의 신들이 즐겨먹었다는 '용궁해신탕'

등록 2010.06.28 12:24수정 2010.06.2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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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용왕이 먹었다는 해신탕 ..

용왕이 먹었다는 해신탕 .. ⓒ 정현순


"엄마는 전복 넣고 삼계탕 잘 하잖아요. 이번에는 '해신탕' 한 번 해보세요. 축구선수들도 보양식으로 해신탕을 많이 먹는데요."


해신탕은 얼마 전 TV에서 방영하는 요리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적이 있었다. 아들도 그것을 보더니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며칠 전, 남편이 "요즘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없다"면서 "토요일에는 삼계탕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웬만해서는 무엇을 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아닌데, 요 며칠 부쩍 더운날씨에 많이 지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전복삼계탕이나 끓여주려고 했다. 그런데 아들 말을 들으니, 해신탕도 좋을 것 같았다.

방송에서 소개된 바에 의하면 바다 신들이 즐겨먹는 보양식이라 하여 해신탕 혹은 용궁해신탕이라고도 한단다. 해신탕이란 말만 들어도 느낌이 팍팍 오는 것이 기운이 나는 것도 같다. 하여 주말(26일) 오전부터 해신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닭과 낙지는 마트보다 시장이 싸기에 시장에서 사고 전복은 마트에서 샀다.

재료준비: 닭, 전복, 낙지, 마늘, 대추,찹쌀

a 닭, 대추,전복, 마늘,찹쌀을 넣고 끓이는 해신탕 ..

닭, 대추,전복, 마늘,찹쌀을 넣고 끓이는 해신탕 .. ⓒ 정현순


닭을 깨끗이 손질하고 그 속에 불린 찹쌀을 넣었다.속까지 푹~ 익어야 하기에 닭과 마늘, 대추는 1차로 압력솥에 끓였다. 압력솥에 끓인 후 폭이 넓은 냄비에 옮겨 전복을 넣고 끓였다. 전복은 살아 움직이는 아주 싱싱한 것으로 사왔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전복은 깨끗이 손질해서 내장까지 모두 먹는다.


a 낙지는 먹기직전 바로 넣고 끓여준다 ...

낙지는 먹기직전 바로 넣고 끓여준다 ... ⓒ 정현순


낙지도 생물로 샀다. 낙지는 밀가루와 소금을 뿌린 후 힘껏 문질러준다. 소금만 넣고 문질러주면 낙지가 질겨질 수도 있다. 밀가루를 함께 넣고 문지른 후 흐르는 물에 잘 씻어주면 뽀얗고 깨끗해진 낙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낙지를 넣고 끓이면 낙지가 질겨진다. 때문에 낙지는 먹기 직전 바로 넣고 끓여주면 연하고 부드러운 낙지를 맛볼 수 있다.

아들은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해신탕을 보면서 "엄마 냄새 좋다"며 입맛을 다셨다. 나도 완성되어 가는 해신탕을 보고있으니, 그걸 먹고 나면 지친 몸에 기운이 불끈불끈 솟아 날 것만 같았다.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전복삼계탕은 보양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거기에 쓰러져가는 소도 일으킨다는 낙지를 넣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듯하다.


a 해신탕과 함께 먹는 부추, 양파겉절이 ...

해신탕과 함께 먹는 부추, 양파겉절이 ... ⓒ 정현순


해신탕과 잘 어울릴 것같은 부추·양파겉절이를했다. 부추와 양파에 소금, 설탕, 식초, 멸치젖 아주 조금 넣고 살짝 무쳤다. 새콤달콤한 것이 입맛을 돌게 한다. 이것도 보양식?

a 국물에 찹쌀넣고 끓인 닭죽 ..

국물에 찹쌀넣고 끓인 닭죽 .. ⓒ 정현순


남편은 해신탕을 보더니 "삼계탕에 웬 낙지가 다 들어가있어?"라고 한다. 내가 "이게 몸에 아주 좋다는 해신탕이라는 거야"라고 하자,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바로 해신탕"하며 먹기 바쁘다.

남편은 배가 많이 고프거나 음식이 입에 맞으면 먹는 동안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그날도 해신탕 한그릇을 비우는 동안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내가 "맛이 어때?"하고 물어도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릇을 비우고 닭죽을 내놓자 배가 부르다면서도 그것도 한 그릇 뚝닥 비워낸다. 그제야 "오늘 진짜 잘먹었다, 이제야 살 것같다"라고 한다.

아들도 점심을 늦게 먹어 아주 조금만 달라고 하더니 약병아리 한마리를 깨끗이 비워냈다.
해신탕 준비하느라 마트로 시장으로 다녔던 긴하루가 짧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음날(27일) 아침, 남편은 아침밥을 안 먹겠다고 했다. 전날 너무 잘 먹어 아침생각이 없단다.
#해신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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