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의 토대가 되는 사진가의 회고전

워커 에반스(Walker Evans)사진전 리뷰

등록 2010.07.02 09:31수정 2010.07.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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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사진의 대명사는 '다큐멘터리사진'이었다. 사진의 기계적인 기록성과 전달, 사회적인 역할을 중요하게 여긴 결과다. 이 당시의 사진들은 사진가가 특정한 공적인 현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기록하여 사회를 변혁시키려고 노력한 결과이다.
대부분 피곤하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대중들의 삶이나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을 기록한 사진들이었다.

그런데 당대의 이러한 주류적인 경향과는 다르게 사진의 기록성과 사회적인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조형성과 표현을 염두에 두고서 1930년대와 40년대 미국사회를 기록한 사진가가 있는데 그가 바로 서정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을 추구한 워커 에반스이다.


작가는 미국인들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여 당시의 미국사회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대의 다른 다큐멘터리 사진가들과는 다르게 내용적인 것과 시각적인 요소 그리고 조형성과 표현성에 치중한 작가가 에반스다.

a  Interior Detail, West Virginia Coal Miner's House, 1935

Interior Detail, West Virginia Coal Miner's House, 1935 ⓒ 워커에반스


a  Negro Barbershop Interior, Atlanta, 1936

Negro Barbershop Interior, Atlanta, 1936 ⓒ 워커에반스


a  Coal Miner's House, Scott's Run, West Virginia, 1935 MOMA

Coal Miner's House, Scott's Run, West Virginia, 1935 MOMA ⓒ 워커에반스


이번에 서울방이동에 있는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워커 에반스 회고전은 이와 같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잘 조망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워커 에반스 작품으로 구성된 2개의 포트폴리오와 FSA 시절의 작품, 쿠바, Subway Portrait, 그리고 작가가 <Fortune> 잡지에 근무하던 당시 촬영 작품들이 140여점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빈티지 프린트, 모던 프린트, 디지털 대형프린트가 함께 전시되고 있다. 특히 빈티지 프린트는 조명을 어둡게 조절하여 세밀하게 전시를 구성하였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집도 전시하여 사진애호가들과 사진전공학생들이 워커 에반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워커 에반스는 당대의 다른 유명다큐멘터리 사진가들과 마찬가지로 미국농업안정국과 잡지사에서 활동하였지만,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작품세계를 구축하였다. 피폐한 미국인들의 삶을 기록하는가하면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당대의 미국건축구조물과 거리풍경을 찍었다. 그리고 공구를 표현대상으로 선택하여 정물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작가는 선택한 카메라도 남다르다. 다른 사진가들은 주로 35mm 소형카메라를 사용하였지만, 작가는 19세기 사진가들처럼 8x10 대형카메라를 사용하여 현실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기록하였다. 이와 같은 작가의 작업태도는 1970년대 이후 현대 사진가들에게 계승되었다. 특히 작가가 유형적인 시각으로 찍은 건축사진은 독일의 베른트 베허부부에게 영향을 끼쳐서 독일현대사진의 중요한 표현방식으로 수용되었다.


워커 에반스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특별한 현실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주류였든 시절에 활동한 사진가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조형언어로서 정서적으로 사회현실을 기록하여 다큐멘터리 스타일로서의 현대예술사진의 토대가 되었다. 이번에 한미미술관에서 기획한 작가의 회고전은 이러한 작가의 작품세계와 사진사적인 업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시작품의 선정과 구성 그리고 전시작품 설치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연구하고 준비한 이후에 이루어져서 전시의 완성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사진은 현재 새로운 사회문화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사진제도로서의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한미사진미술관이 한국 사진문화 발전을 위해서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집과 책을 출판하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이와 같은 한미사진미술관의 역할이 토대가 되어 한국사진문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2010. 6. 12 - 9. 4
한미사진미술관 02-418-1315 www.photomuseum.or.kr


덧붙이는 글 2010. 6. 12 - 9. 4
한미사진미술관 02-418-1315 www.photomuseum.or.kr
#현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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