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21) 연속적

― '연속적으로 일어나려면', '2구 연속적으로 안쪽으로' 다듬기

등록 2010.07.15 14:31수정 2010.07.1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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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연속적으로 일어나려면

 

.. 그러나 이처럼 화학 작용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려면 초기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  <자크 브로스/양영란 옮김-식물의 역사와 신화>(갈라파고스,2005) 16쪽

 

"엄청난 양의 에너지"는 어떤 에너지일까 궁금합니다. 에너지도 부피를 따질 수 있습니다만, 이 자리에서는 "엄청난 에너지"나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라고 손질해야 알맞지 않으랴 싶습니다. 뒷말과 묶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로 손질하거나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든다"로 손질해야 할 테고요. '초기에'는 '처음에'나 '처음부터'로 다듬어 줍니다.

 

 ┌ 연속적(連續的) : 연달아 이어지는

 │   - 연속적 과정 / 연속적 변화 / 연속적 범행 / 연속적인 질문 공세

 ├ 연속(連續) : 끊이지 아니하고 죽 이어지거나 지속함

 │   - 연속 상영 / 연속 동작 / 3년 연속 우승 / 담배를 연속 피우다 /

 │     비슷한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

 ├ 화학 작용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려면

 │→ 화학 작용이 차례차례 일어나려면

 │→ 화학 작용이 잇달아 일어나려면

 └ …

 

한자말 '연속'은 '끊이지 아니함'과 '죽 이어짐'과 '지속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연속 + 적'이 되면 '연달아 이어지는'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연(連)달다' 뜻풀이를 살피면 "= 잇따르다"로 되어 있습니다. '잇따르다'란 "뒤를 이어 따르다"를 뜻하는 낱말로 '잇달다'와 같은 말이요, '이어지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연속적' 낱말풀이는 겹말을 이어 두번 적은 셈이요, 엉터리입니다. '지속(持續)'은 "오래 계속됨"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계속(繼續)'은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이리하여, '연속' 뜻풀이에 적은 '지속' 또한 같은 말풀이가 이어 나오는 꼴이라 엉터리요 엉망진창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들이 국어사전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니, 국어사전을 엮는 학자나 지식인이나 책마을 일꾼이 뜻풀이를 함부로 달아 놓는다고 할까요. 우리들이 우리 말뜻과 말쓰임과 말결을 옳게 헤아리지 않으니, 국어학자가 되든 전문가가 되든 우리 말글을 알맞고 알차게 다룰 줄 모른다고 할까요.

 

 ┌ 연속적 과정 → 연속 과정 / 이어지는 과정 / 이어지는 흐름

 ├ 연속적 변화 → 잇따른 변화 / 잇달아 바뀜 / 잇달아 새로워짐

 └ 연속적 범행 → 이어지는 범행 / 잇따른 범행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우리네 국어학자만 우리 말글을 옳게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곰곰이 돌이킨다면, 우리네 지식인만 우리 말글을 제대로 쓸 줄 알아서는 안 됩니다. 국어학자와 지식인에다가 전문가들은 마땅히 우리 말을 알맞고 슬기롭게 가다듬을 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여느 사람들 또한 우리 말과 글을 살가이 가누면서 올바르게 주고받을 줄 알아야 합니다.

 

초·중·고등학교를 밑바탕 교육으로 삼아서 모든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학교 울타리에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늘 써야 하는 말글을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사 자리에 선 사람들은 어느 누구보다 우리 말글을 알맞고 슬기롭게 펼칠 줄 알아야 합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쓰는 교과서와 책을 엮거나 쓰거나 만드는 사람도 매한가지입니다. 아이들이 읽을 책을 쓰는 어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 보는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을 꾸리는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삶자락을 깊이 굽어살피노라면 우리들 누구나 우리 말글을 옹글게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배움자리를 두루 돌아보노라면 우리들은 너나없이 우리 말글을 튼튼하고 사랑스레 보듬을 줄 알아야 합니다.

 

 ┌ 연속적인 질문 공세

 │

 │→ 잇따른 질문 공세

 │→ 끊임없는 물음들

 │→ 퍼붓는 물음들

 │→ 쏟아지는 물음들

 │→ 자꾸자꾸 터지는 물음들

 └ …

 

얄궂은 말마디 하나가 씨앗이 되어 잇달아 얄궂은 말마디를 낳습니다. 사랑스러운 글줄 하나가 밑거름이 되어 잇따라 사랑스러운 글줄로 옮아 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결 그대로 말이 되고 씨가 됩니다. 우리가 부대끼는 터전 그대로 글이 되며 밑틀이 됩니다.

 

아이 앞에서만 말을 삼가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 앞에서도 말을 삼가야 하고, 동무 앞에서고 이웃 앞에서고 식구 앞에서고 말을 삼가야 합니다. 제대로 가누고 슬기롭게 가다듬으며 올바르게 다스려야 합니다.

 

 

ㄴ. 2구 연속적으로 안쪽으로

 

.. 확실히 2구 연속적으로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으니까요. 3구째도 몸쪽으로 올지 안올지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만 ..  <산바치 카와/편집부 옮김-4번 타자 왕종훈 (12)>(서울문화사,1994) 7쪽

 

'확실히'는 '틀림없이'로 다듬습니다.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만"은 "생각하고 있습니다만"이나 "생각하고 있겠지만"으로 손질하고, '3구째도'는 '세 번째 공도'로 손질해 봅니다. 야구에서 쓰는 '초구-2구-3구-4구' 들은 손질할 수 없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만, '첫 공-두 번째 공-세 번째 공-네 번째 공'으로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 2구 연속적으로 안쪽으로 들어오고

 │

 │→ 두 공이 잇달아 안쪽으로 들어오고

 │→ 공 둘 모두 안쪽으로 들어오고

 │→ 공 둘이 다 안쪽으로 들어오고

 │→ 공이 두 번 모두 안쪽으로 들어오고

 │→ 두 번 모두 안쪽으로 들어오고

 │→ 두 번째 공까지 안쪽으로 들어오고

 └ …

 

이 자리에서는 '잇달아'로 다듬으면 됩니다. 그리고, '모두'나 '다'를 넣어 아예 새롭게 적어 보아도 됩니다.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타자한테 던진 공이 둘인데, "둘이 모두" 안쪽으로 들어왔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처음 공과 둘째 공이 '잇달아' 들어왔다고 볼 수 있고, 처음 공과 둘째 공이 '모두' 들어왔다고 볼 수 있어요. 바라보는 대로 말을 하면 되고, 느끼는 대로 글로 옮기면 됩니다.

 

 ┌ 세 번째 공도 잇달아 안쪽으로

 └ 세 번째 공까지 모두 안쪽으로

 

안쪽으로 공을 하나 더 던진다면, 이때에도 '잇달아'를 넣을 수 있습니다. 또한 '모두'를 다시 넣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세 번째 공까지 안쪽으로"처럼 적을 수 있겠지요. 앞뒤 흐름과 이야기 흐름을 곰곰이 돌아보면서 내가 보거나 느끼기에 가장 어울린다 싶은 말마디로 다스려 줍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7.15 14:31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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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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