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경기는 좋아진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다. 21일 찾은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의 한 중소기업 공장은 일거리가 없어 멈춰져있다.
선대식
국가 경제는 회복의 단계를 지나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상반기 전체적으로도 국내 경제는 전년동기대비 7.6% 성장해 당초 전망(7.4%)보다 높았으며 이는 지난 2000년 상반기 10.8% 성장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라고 분석도 있다(이데일리).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올해와 내년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각각 6%와 4.5%로 상향 조정했다는 기사도 이어진다.(YTN) 그리고 삼성전자의 경우 올 2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에 이르러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기사도 있다.(조선일보) LG 전자나 국내 유수 대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또 다른 한쪽에서는 2008년 2분기와 대비하여 55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줄어 들었다는 통계도 있다(한국경제 7월20일) 3월말 현재 가계부채가 700조를 넘기고 주택담보대출도 333조 원이 넘었다고 한다.(한겨레) 개인부채가 1인당 1754만 원으로 4인가족 기준 은행에 이자로 갚아야 할 돈이 1년에 200만 원이 넘었다고 한다(경향신문)
여러가지 계산하기 어려운 수치와 알아 듣기 어려운 경제 용어가 나열되어 있지만 현상은 분명하다. 대기업의 기업 전망이나 국가의 경제 전망은 나아지고 있지만, 서민경제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장밋빛 전망이나 기업의 최대 흑자 발표는 서민들에게는 양극화를 나타내는 지표일 뿐이다. 국가의 전망이 기업의 비전이 되고, 기업의 실적이 서민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단지 위정자들의 사탕발림이라고, IMF 때 금을 모았던 서민들은 뼈저리게 깨우쳐 가고 있는 요즘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친기업' 정책을 주창해 왔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정책은,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건 실용의 정부에서 가장 우선 과제가 분명했다. 그러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노동자, 자영업자, 서민들에게 무조건적 양보와 인내를 요구했다. 그 결과, 고용의 유연화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해 왔으며, 해마다 반복되는 최저임금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1년 최저임금도 5.1%인상에 그쳤다.
이 뿐인가? 융단 폭격 같은 대자본의 시장 진출은 골목 상권을 초토화시켰으며, 자본의 경쟁에서 밀린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공정한 경쟁에 개입할 수 없다며 팔장만 끼고 있으며, 심지어는 유가파동 때는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대형마트에 주유소를 허가하겠다는 졸속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서민들의 삶은 고달프다. 노동자인 서민은 잘리기 않기 위해 인금인상은 말도 못 꺼내는 형편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얻은 서민은 '너 아니라도 일할 사람 많아'라는 말을 들을까봐, 아파도 출근할 수밖에 없다. 최저 임금을 받고 일하는 파견직 용역 청소부들의 비참한 근무 환경은 여러 번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동네 슈퍼는 소주 6병에 라면 하나 끼워 주는 대형마트 상술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도 임대료 내기도 힘들다. 이 대통령은 작년 6월 재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형마트를 법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인터넷을 통한 공동구매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고 한다(mbn. 2009.6.25)
대형쇼핑몰이 24시간 동네 슈퍼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최종소비자와 거래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터넷 공동구매로 활로를 찾아보라는 대통령의 권유는, 1박2일 6300원 최저생계비도 쓰기 나름이라는 차명진 의원의 '머리 나쁜 국민을 위한 계도(?)'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서민들은 돈이 없다. 돈을 모을 방법이 없다. 최저 임금 100만원도 안 된 수입으로 살아가는 용역업체 직원들, 언제 어떤 이유로 잘릴지도 모르는 회사에서 퇴근시간도 없이 살아가는 비정규직들, 하루 20시간 이상을 부부가 번갈아 슈퍼를 지켜도 임대료 내면 손에 쥘 것 없는 슈퍼 사장님들. 그들에게 미래란, 먼저 써버린 카드값을 메워야 하는 암울한 현실일 뿐이다. 중소기업체 노동자, 비정규직, 소규모 자영업자, 농민들에 이르기까지 서민이라는 공통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DTI 규제 완화할 테니 대출받아 집 장만하라는 이야기가 어떻게 서민대책이 될 수 있겠는가?
비정규직과 SSM 해결 없는, 이름뿐인 '친서민 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