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최초 태극기 게양1945년 8월 15일 서울 시민들이 남산 국기게양대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8.15 해방은 온 국민의 기쁨이었지만, 천주교회로선 친일 전력으로 인해 혼란한 시간이기도 했다. 교회는 이날이 '성모승천대축일'이라는 이유로 '해방이 성모님의 은총이었다"고 말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절실한국교회의 공식 기도문 중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가 있다. 교회는 일찍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추구하는 기도문을 마련하고, 특별히 6월과 8월에는 이 기도를 많이 바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성'을 보여주지 못해왔다. 성당에 따라 이 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하더라도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 까닭에 신자들 가운데는 그런 기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또 신자들 가운데는 절절하고도 아름다운 그 기도문 내용을 시큰둥하게 여기거나 이상한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어느 때보다도 올해는 더욱 그 기도가 필요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착실히 쌓아왔던 남북 화해 분위기와 실질적 교류는 최악의 상태로 파탄 나버렸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져 가고 있다.
지난 7월 6일 정부는 쌀 재고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쌀을 연간 36만 톤씩 가축 사료용으로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쌀 재고량은 적정 재고량 72만 톤의 두 배에 가까운 140만 톤에 이르고 있고, 창고비용으로 연간 4200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 '밥은 하늘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쌀을 개·돼지의 사료로 처분하면서 굶주리는 북한의 동포들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1990년대 중후반 남한의 무관심으로 수많은 북한 동포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갔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들 중에서 가장 고통받았던 층이 바로 어린아이들이었다.
천주교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로 구성된 대북지원단체 '평화3000'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2006년 평양시 장충동에 콩우유 공장을 건립하여 하루에 1000L씩, 5000여 명의 어린이들에게 콩우유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발표 이후 정부와 사회의 분위기상 대북 인도적 지원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평양상주사무소 개설을 위한 실무 준비단의 방북 신청마저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념보다 복음정신 중요... 인도적 지원 허용해야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종교, 이념과 인종을 떠나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인간애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행위다. '평화3000'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부의 정치적 논리나 입장에 의해 흔들릴 수 없으며, 우리 민족의 미래인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포기할 수 없다"고 천명했지만,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하는 어려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교회와 하느님을 믿고 따르고자 하는 이들이 기아로 고통을 겪는 동포들을 돕는 일은 그대로 복음정신의 구현임을 믿는다. 예수님이 비유로 들려주신 '착한 사마리아인'의 행동임을 확신한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개신교 장로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여러 가지 '전과'를 가지고 있을망정 하느님 신앙에 기초하여 좀 더 박애적인 시야를 가지고 민족의 화해 분위기를 더욱 키우고 다져나가게 되기를 기대했다. 그가 그리스도 신앙인으로서 남북문제에서도 예수님의 눈과 마음으로 임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기대했던 것이다.
이제 남북문제는 미래가 더욱 불투명하고 암담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때일수록 그리스도 신자들은 더욱 유연한 눈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천주교 신자들은 일찍이 교회가 마련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열심히 바쳐야 한다. 기도문 내용을 음미하다 보면 그리스도 신자로서 어떤 눈과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인간들의 잣대와 편견을 앞세우는 것은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 교회는 이념보다 복음정신이 더욱 중요함을 부단히 가르쳐야 한다. 오늘도 우리를 부당하게 짓누르는 것이 무엇인지, 함부로 좌와 우를 가르고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그리스도 신앙인들에게 어떤 족쇄인지를 말하고, 또 그 족쇄를 극복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방임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하여 교회 안에서부터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를 살려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가톨릭뉴스-지금여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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