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줄에 담아 전하는 아름다운 소리의 향연

곽수은 25현가야금 자작곡 앨범 vol.1, 가야금이 있는 풍경

등록 2010.08.10 14:38수정 2010.08.1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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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수은 25현가야금 자작곡 앨범 vol.1, 가야금이 있는 풍경
곽수은 25현가야금 자작곡 앨범 vol.1, 가야금이 있는 풍경이안수

8일 일요일, 세 식구의 단출한 가족이 모티프원에 왔습니다. 부모님과 청소년 아들 한 명. 남편분은 헤이리에서 멀지않은 곳에 직장이 있어서 간혹 헤이리에 오시곤 하셨다고 합니다.

이 가족분들이 저녁 식사들 하고 들어오시는 중에 서재에 들리셨습니다. 서재에서 음악을 듣다가 '저의 처도 음악을 합니다'라고 남편분인 김환수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제가 궁금해 하자 CD를 가지고 내려오셨습니다. 앨범표지에는 '곽수은 25현 가야금 자작곡 앨범 vol. | 가야금이 있는 풍경'이라고 손글씨의 앨범 제목이 새긴 듯 쓰여 있었습니다.


오라노트에 CD을 올리자 가야금의 현이 몸을 떨었습니다. 모티프의 서재에 가야금이 없었지만 지금 울리고 있는 현을 튕기는 곽 선생님과 마주대하고 있으니 마치 생생한 라이브인 듯 합니다.

저는 곽 선생님 가족과 잠시 말을 섞었습니다. 저의 질문에는 조용한 곽 선생님 대신 김환수 선생님이 주로 답하셨습니다.

-연주와 작곡 어느 하나만 해도 어려운 일일텐데 자작곡 앨범이라서 더욱 놀랍습니다.
"사실, 작곡과 연주를 병행하는 것이 쉽진 않습니다. 처는 제가 아니라 가야금과 결혼한 듯 한 시간들을 보냈지요."

-연주자가 작곡을 하시려면 음악이론에도 해박해야 할텐데…….
"2009년도에 서울대 최초로 음악박사(DMA | Doctor of Musical Arts)학위를 받았습니다. 서울대가 2004년 이 학위를 도입하고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이론 전공의 음악박사들이 Ph.D(Doctor of Philosophy)학위를 받아왔었습니다."

-이론과 학위, 그리고 작곡과 연주 그 한 분야도 쉽지 않은 일인데…….


"저희는 남매를 두었는데 아들은 고등학생이고 지금 외국에 있어서 함께 오지 못한 딸은 초등학생입니다. 저의 처가 공부에 매진하느라 이렇게 길게 터울이 진 것입니다."

-김 선생님은 사법연수원 교수로 봉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법을 전공하신 분이 어떻게 제1호 DMA인 실력자에 이처럼 아름다음 음악을 짓고 연주하시는 분을 부인으로 둘 수 있었을까요?
"대학 때 연애를 했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음악가 처를 맞이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지요."


저는 곽 선생님 가족이 올라가고 난 뒤 혼자 CD가 두 바퀴를 돌 2시간쯤을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고요하지만 때론 회오리바람의 격정이 있고, 뭉게구름처럼 평화롭지만 폭풍우가 곧 뒤따라 올 것 같은 긴장이 있습니다. 전통음악이데 시크한 모던함이 감겨 있습니다.

달빛 요요한 밤에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들어도 부스스한 정신을 깨우는 맛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곽 선생님 가족이 다시 서재로 내려오셨을 때 저는 음악 얘기로 인사를 건넸습니다. 김 선생님이 답했습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음악 잘 들었습니다.
"잠 안 오는 밤에 들으시면, 잠이 잘 옵니다."

-저의 경우는 그 반대인 듯했습니다. 졸리는 시간에 곽 선생님의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졸리던 잠이 달아날듯 했습니다. 곽 선생님의 음악에 저의 감정을 당겼다고 놓고, 놓았다가 당기는 끈이 있어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저는 체크아웃하는 김 선생님께 신둥진 당부를 드렸습니다.

"부인의 매니지먼트를 열심히 하셔야겠습니다. 전문직에 계셨던 많은 분들이 은퇴 후에는 외로운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곽 선생님은 김 선생님의 은퇴 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예술과 함께하는 노후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서명을 해서 제게 CD를 주신 곽 선생님과 김 선생님이 함께 크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늘은 낮에 곽 선생님의 CD를 들었습니다. 한낮의 양광도 요요해졌습니다.

곽선생님의 앨범에는 총 7곡의 연주곡이 담겨있습니다. '우조가락도드리'를 위한 변주곡, 긷다, 새벽우물물, 가야금이 있는 풍경, Akrobatos, Moon-light, 스물 다섯줄로 휘몰다, 나비의 꿈 등입니다. 곽 선생님이 수십년 도반으로 삼은 가야금과의 동행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황병기 선생님은 이 앨범의 추천의 글에서 '가야금을 도구로 쓴 작품이 아니라, 가야금 스스로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가야금을 흡사 귀한 손님을 모시듯,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을 보듬듯' 가야금을 대하는 곽수은 선생님의 자세를 추어주셨습니다.

황 선생님의 말씀대로 곽수은 선생님의 가야금에 대한 사랑과 정진이 멈추지 않아서 '국악이 오래된 과거의 음악이 아니라 늘 창의적이고 보편적인 오늘의 음악'으로 환생하는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과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과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곽수은 #곽수은 25현가야금 자작곡 앨범 VOL.1 #가야금이 있는 풍경 #김환수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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