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대한 비리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김 후보자가 인사 청탁 의혹을 제기한 지역신문에 기사삭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일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지난 2004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시기에 경남도청 과장 출신 강아무개씨가 김 후보자의 부인에게 거액의 현금을 건네며 경남개발공사 사장자리를 청탁했고, 실제 선거가 끝난 뒤 2004년 7월 강아무개씨가 경남개발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둔 2006년 3월 27일 <조간경남>은 창간호에서 이 같은 의혹을 기사로 다뤘으나 발행된 6만부가 전량 소각됐고, 문제의 기사를 빼고 다시 신문이 제작됐다고 한다. 이 의원은 기사 삭제 당일 김 후보자가 이 신문 사장과 식사를 했고, 관련 의혹을 기사화 한 이아무개 기자와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했다며 구체적인 외압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 과정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조간경남>에 '신문 폐기'를 조건으로 2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김 후보자 측은 "<조간경남>은 선거 때 잠시 창간되었다 폐간된 신문이라고 들었다"며 "3류 소설 같은 얘기에 무슨 대꾸할 가치가 있겠느냐"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언론사가 인쇄까지 모두 마친 창간호를 전량 폐기한 뒤, 특정 기사를 빼고 다시 신문을 찍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당시 기사를 쓴 이아무개 기자는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사에 객관성은 있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고 말해 기사의 내용 때문에 신문이 폐기된 게 아니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이 기자는 "자체 결정"이라며 김 후보자 측의 '외압' 의혹을 부인했지만, 김 후보자 캠프에서 문제의 기사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생 지역신문에게 재선이 유력한 도지사 후보 측의 '요청'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아무개 기자는 김 후보자와 '술자리를 가진 건 맞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도지사가 신생 신문의 기자와 술자리를 가졌다는 얘기는 "3류 소설"에도 나오지 않을 만큼 드문 일이다.
박연차 전 회장이 <조간경남>에 거액의 투자를 한 것도 사실로 보인다. 박 회장은 <조간경남>이 폐간되자 출자금 반환 등을 요구하며 2007년 이아무개씨 등을 사기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지금 김 후보자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 재산 형성 과정의 의혹, 도청직원을 개인 가사도우미 및 운전기사로 사유화 한 의혹 등 갖가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각 때 내세웠던 '40대 젊은 총리'라는 주장과 어느 것 하나 연결되지 않는 '구시대 정치인'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언론사 외압 의혹만으로도 김 후보자가 총리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 도지사 재선이 유력했던 후보 측이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청'했고, 해당 기자와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을 '외압'이 아닌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인물이 총리가 된다면 정권에 불리한 보도,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이명박 정권은 김 후보자의 총리 내정을 철회하라. 도대체 어디서 이런 사람들만 골라 오는 것인지 신기할 정도다. 이명박 정권이 '김태호 총리'를 밀어붙인다면 야당도 강력 대응해야 마땅하다. 온갖 비리 의혹에 언론 외압 의혹까지 제기된 이런 사람이 총리 자리에 앉는 것은 국민을 부끄럽게 하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10.08.21 11:04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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