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음악과 만나다

서지연 개인전 'Listen' 리뷰

등록 2010.08.29 14:30수정 2010.08.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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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일반적으로 지시적이고 보편적인 영역과 역사적인 사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심리적이거나 비언어적인 영역을 시각화하여 표현매체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시각적으로 인간의 육안이 인지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재현하거나 비사실적인 장면을 시각화하여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을 표상하기도 한다. 사진 자체가 영상언어로서 역할을 수행하여 작가의 내면적인 영역을 상징하는 것이다.

 

사진은 시각매체이다. 그러므로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컬러, 톤, 선명도, 화면구성이 작품의 완성도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작가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여러 시각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여 최종 결과물을 생산해야 한다.

 

즉 작품의 표면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해야 작품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들은 시각적인 것을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카메라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a  Haydn---Serenade_150x150cm_2009_Pigment Print

Haydn---Serenade_150x150cm_2009_Pigment Print ⓒ 서지연

Haydn---Serenade_150x150cm_2009_Pigment Print ⓒ 서지연

 

a  Concerto.3-2_110x110cm_2009_Pigment Print

Concerto.3-2_110x110cm_2009_Pigment Print ⓒ 서지연

Concerto.3-2_110x110cm_2009_Pigment Print ⓒ 서지연

 

서지연은 여러 연주가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을 느린 셔터속도를 선택해서 재현했다. 그로 인해 최종 결과물 자체가 사실적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육안으로는 느낄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작가는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일반적인 사진 찍기보다는 훨씬 느린 셔터속도를 선택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현실과 비현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비현실적인 사진이미지가 생성되었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컬러가 자극적인 결과물도 있고, 외형이 중후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최종 결과물도 있다. 표현대상 자체의 컬러에 따라서 결과물의 외형과 컬러가 달라진 것이다. 작가는 최종 결과물을 대형사이즈로 인화했다. 그로 인해 결과물의 이미지가 좀 더 강하게 감상자들의 시각을 자극한다.

 

전시작품을 한 장 한 장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연주자들의 동작의 흐름이 시각화되어 마치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청각예술과 시각예술이 만나서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결과물을 생산한 것이다.

 

작가는 세련된 컬러감각과 숙련된 시진적인 테크닉을 이용하여 자신의 미적인 신념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작품의 이미지를 최종적으로 보완하는 데 미숙하여 시각적으로 장애가 되는 요소들이 작품마다 있어서 보는 이들의 시각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최종 전시인화물이 깔끔하지 못하고 흠집이 있는 것도 전시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데 있어서 방해가 됐다. 

 

이번에 서지연이 발표한 작품들은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도 있지만, 효과적인 표현방식을 선택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작가의 표현의도를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래서 이 작가의 좀 더 성숙된 두 번째 전시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2010-08-25 부터 2010-09-02 까지
갤러리 온 

2010.08.29 14:30ⓒ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2010-08-25 부터 2010-09-02 까지
갤러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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