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빅3에 바란다, 자충수를 멈춰라

밀실야합으로 퇴행하는 전당대회를 우려하며

등록 2010.09.06 11:58수정 2010.09.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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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인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묘소에서 열린 추도식에 민주당 정동영 의원, 손학규 상임고문, 정세균 의원이 나란히 서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유력주자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행태가 민주당을 몰락으로 내몰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려고 합니다.

당권·대권 분리에 대해 '지금 당권과 대권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국민들이 보면 웃기는 얘기다'라는 주장은 당대표 당선자가 대권까지 가겠다는 뜻인데,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이는 당대표가 총선 공천권은 물론, 당대표라는 기득권을 이용하여 대선후보까지 되겠다는 발상입니다.

더구나 밀실에서 손(孫)-정(鄭)이 집단지도체제와 총선 공천권을 빅딜한다면 소위 '빅3'라고 하는 3인의 기득권구조는 더욱 고착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역학구도에서 도입된 집단지도체제는 대표가 되는 사람 외에 나머지 두 사람도 부스러기라도 나눠먹으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것은 계파보스정치로의 퇴행입니다. 이렇게 하면 민주당에 어떻게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전당대회가 '누가 민주당에 새로운 길을 열어 가는데 적합한가'를 놓고 경쟁하는 창조적 경연장이 아니라, 공천권을 둘러싼 잔혹한 권력투쟁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당원들도 줄서기와 눈치 보기만이 강요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변화와 혁신이 아니라 퇴보의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우려되어 저는 '당권과 대권은 분리되어야 하고 대선주자는 이번 전대에 출마하지 말고 대선준비에 올인해 주실 것'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대선후보가 상처를 입지 않고 대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키워나가기 위해서입니다. 대선후보가 당을 맡아 자기만의 무대를 만들게 해서는 안 되고, 모두를 위한 무대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둘째, 당대표 당선자가 대선후보까지 가겠다는 발상은 민주당이 범민주개혁진영으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는 길입니다.

2010년 10월 3일 시점에서 지지율이 앞선다고 해서 당대표가 되고 대표의 기반을 가지고 대선후보가 된다? 그러면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송영길·안희정·김두관·이광재 등 젊은 미래의 지도자들,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한명숙·유시민·이정희와 같은 범민주진영의 후보들, 박원순과 같은 시민사회의 유력한 인사들, 그 외에도 빅3에 가려 아직 부각되지 못한 잠재적 스타들을 한데 아울러, 치열한 경선을 통해 정권재창출을 주문하고 있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정권 재창출의 길은 멀어지게 되고 민주당은 지금보다 더욱 고립되고 역사적으로 후퇴하는 길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전대를 앞두고 소위 '빅3'라고 하는 유력후보들이 벌이고 있는 줄세우기식 계파정치, 당리당략도 아닌 사리사욕을 위해 벌어지고 있는 밀실야합, 이런 정치를 계속해 간다면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고 있는 당원동지들과 이명박 정권에 맞서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뉴민주당의 길, 이렇게 어렵고 힘든 길입니까? 우리는 정녕 그 길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빅3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은 민주당에 너무나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지금 잘못된 자리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제발 자충수를 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깨어있는 당원·대의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오늘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분이 지역위원장의 허수아비로 전락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고, 저도 지역순방과정에서 이를 느끼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고통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선택이 당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민주당의 희망을 무너뜨리는 구도에서 과감히 벗어나 미래를 향한 선택을 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김효석 기자는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효석 기자는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김효석 #민주당당대표 #민주당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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