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인 시위 두 번한 이유

추석 전에 복직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등록 2010.09.14 11:03수정 2010.09.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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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시위 시작 오늘 낮 12시와 오후 7시 현대차 울선공장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시작 했습니다. ⓒ 비정규직조합원

▲ 1인 시위 시작 오늘 낮 12시와 오후 7시 현대차 울선공장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시작 했습니다. ⓒ 비정규직조합원

 

"이번 추석엔 손가락 빨게 생겼네."

 

오늘 아침 밥먹다 말고 집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6개월째 백수로 놀고 있으니 집사람은 얼마나 속이 타겠습니까. 지난 7월 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난 후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00년 7월 초 현대차 하청에 들어 갔고 4년 후 하청이 아니라 불법파견업체로 노동부에서 판결후 비정규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청업체는 유령업체고 사실 우리는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어 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문에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고 분명히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금속노조에 다시 가입하여 조합원 복원을 했고 원하청 투쟁단과 함께 출근시위도 하고 현대차와 노조에도 '불법파견이니 부당해고 철회하고 정규직으로 복직시켜 달라'는 내용증명도 보냈으나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얼마전엔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탄원서도 보냈습니다.

 

우리나라 대 명절 한가위가 다가오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회사 잘 다니는 사람들은 명절 쇠러 크고 작은 선물 사들고 고향 찾아 갈 것인데 저처럼 정리해고 당한 사람들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추석에 손가락 빨게 생겼다'는 집사람 말에 저는 정말 신경 쓰였습니다. 가장으로서 하루 아침에 직장 잃고 지내는 것도 눈치 보이는데 그 말 듣고 나니 가장 체면 말이 아니었습니다.

 

2005년 1인 시위 후 5년 만에 다시 정문 앞에서 1인 시위

 

'뭔가 행동으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전 10시 넘어 집을 나섰습니다. 양정 현대차 앞에 있는 현장투쟁단 사무실로 갔습니다. 거기서 저에게 맞는 문구가 있는 시위용품 하나 들고서 무작정 현대자동차 정문 앞으로 갔습니다. 손가락 빨게 생겼는데 뭐가 두려울까요? 당장 끼니 걱정 해야 할 판은 아니지만 가정 경제가 자꾸만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집 가정 경제가 파탄 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그게 더 걱정입니다. 오전 11시 47분부터 저는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현대차 사측의 반응이 즉각 나타났습니다. 정문을 지키는 경비 한 분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볼펜으로 시위 용품에 적힌 내용을 적었습니다. 잠시후 흰 와이셔츠를 입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저를 여러 차례 보면서 경비에게 뭔가를 묻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그 사람을 이번 한번만 본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은 '불법파견 중단하고 정규직화 실시하라'는 원하청 투쟁단 시위나 비정규직 집회에는 어디나 나타나서 상태 파악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현대차 사측의 노무관리 담당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사무실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오후 6시 40분, 새로 만든 시위용품으로 다시 1인시위 하다

 

얼마전 여름처럼 더운 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더운 날은 더운 날이었습니다. 저는 준비해간 둥근 모자를 쓰고 정문 앞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밖으로 점심 먹으러 가는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떤 분은 지나가면서 "수고 많습니다"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오후 1시까지 1인 시위를 한 후 철수했습니다.

 

"추석 전 1인 시위를 계속 해 보려고 하는데 다른 문구로 하나 만들어 줄 수 있나요?"

 

시위용품을 가지고 원하청 현장투쟁단 사무실로 갔습니다. 저는 저의 실정에 맞는 문구를 넣은 새로운 시위용품을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으로 다니다 부당해고 당한 분이 도와 주었습니다. 저는 이런 문구를 넣고 새로운 시위 용품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14일 점심 시간 때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필자 ⓒ 변창기

14일 점심 시간 때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필자 ⓒ 변창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부당해고 조합원

 

대법원 판결 났다!

불법파견 중단!

체불임금 지급!

부당해고 철회!

정규직    복직!

 

다른 분들이 바빠서 저 혼자 시험삼아 만들어 보았습니다. 해고된 분이 컴퓨터로 글자를 크게 뽑아 주었습니다. 그것을 정리하여 절단기로 잘랐습니다. 그리고 스프레이 접착제로 뒷면을 뿌리고 큰 판에다 글자들을 맞게 붙혔습니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서툴렀습니다. 다 붙이고 보니 삐뚤 빼뚤 했습니다. 큰 아트지 위에 청색 비닐을 입힌 다음 그 위에다 복사된 용지를 잘라 붙였습니다. 그리고는 그 위에 다시 투명 비닐로 씌웠습니다. 오후 2시경부터 시작된 시위용품 만들기는 오후 6시경에야 끝났습니다. 나중에 투명 비닐 씌울 때는 뒤늦게 오신 나이든 비정규직 해고자가 완성해 주셨습니다.

 

저는 새로운 시위용품을 하나 완성한 기념으로 저녁에도 1인 시위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녁 6시 50분에 주간조 잔업이 마치는 시간입니다. 오후 5시 정취시간 끝나면 15분 정도 빵과 음료로 간식을 먹고 오후 6시 50분까지 잔업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6시 40분에 사무실에서 현대차 정문으로 걸어 갔습니다. 정문에 가서 새로운 시위용품으로 딱 서있자 말자 점심 때와 똑같은 반응이 신속하게 나타났습니다.

 

경비는 또다시 누구에겐가 전화를 걸었고 점심때 나타났던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행운이 따르는지 7시 넘어 참 재미난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KBS에서 취재를 나온 것이었습니다. 저를 취재 하러 온 건 아니었고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와 인터뷰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카메라 촬영을 하시는 분이 인터뷰 하기 전에 준비 영상물을 현대차 정문을 보며 찍고 있었는데 경비 한분이 오시더니 "정문 찍지 마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왜 못 찍게 하냐며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지만 잠시후 그분은 그냥 경비실로 들어 갔습니다. 공영 방송 기자가 촬영을 하고 있는데 못하게 하다니 갑자기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듯 했습니다.

 

인터뷰 할 기자분은 여기저기 정문 앞을 다니며 촬영 구도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저를 발견하고는 말했습니다. "이 분은 왜 여기 서 있습니까?" 하고 KBS 기자분이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게 물으니 비정규직 노조 간부는 "이분은 부당해고 당하신 분이고 이번 대법 판결 후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에 기자분이 말했습니다. "카메라 기자님, 이분도 좀 찍어 주세요" 저는 그냥 시위용품 새로 만든 기념으로 1인 시위 나갔었는데 횡재한 듯이 기분 좋았습니다. 카메라 기자분은 저를 위 아래로 찬찬히 훑으며 찍었습니다. 목요일 저녁 시간에 제 모습이 나올지 모르지만 카메라 들고 지켜 보아야 겠습니다.

 

무슨 방송이고 언제 하냐고 물어 보았으나 도로 옆이라 차량 다니는 소리가 시끄러워 잘 못들었습니다. 다만 목요일 저녁에 한다는 말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분은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또 비정규직 해고자 한분을 20여분 정도 인터뷰 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이 넘어서야 인터뷰는 끝이 났습니다. 옆에서 잠시 듣자니 인터뷰의 주된 내용은 "지난 7월 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난 후 노조 상태는 어떻고 사측의 공세는 어떻느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생각엔 좀 긴시간 인터뷰 했었는데 과연 얼마나 우리 비정규직 입장에서 나올지 궁금해 집니다.

 

인터뷰를 다 마쳤는지 비정규직 해고자도 가고 취재 온 KBS 차량도 떠났습니다. 저도 1인 시위를 마치고 자진 철수 했습니다. 오늘 참 재밌는 1인 시위 였습니다. 수고 많다며 저에게 나즈막히 인사 하고 가시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하루 빨리 현대차는 대법원에서 판결 난 대로 불법파견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복직시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전에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사님의 판결문 내용대로 되어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뻐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10.09.14 11:03 ⓒ 2010 OhmyNews
#불법파견 #정규직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대법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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