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르바야스갈란트 사원청소하는 어린 승려들
이형덕
이 절에는 한국에서 보낸 종을 비롯하여 인연을 잇고 있다 하는데, 사원 안마당에서는 어린 승려들이 한창 마당 청소에 열중이었다. 윗연배 하나가 팔짱을 끼고 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어린 승려들은 입에 머금은 물을 마당에 뿜어가며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현재 이 사원에는 어린 승려들을 포함해 26명이 기거하고 있다고 한다. 절을 지을 자리를 찾아다니던 승려들이 이곳을 정한 뒤, 인근의 양 치는 아이 둘을 보고 그 선한 눈빛에 이끌려 두 소년의 이름인 '아마르'와 '바야스갈란트'로 이 절의 이름을 지었다 하니, 마당에 물을 뿜으며 청소를 하는 어린 승려들이 행색은 비록 남루하지만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제습제를 먹던 밤사원 뒤편에는 좌우의 높은 산정에 탑전을 세우는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유비에서 이곳까지 도로가 연결되며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될 예정이라는데, 그에 비해 인근의 숙소는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어느 허름한 식당 마당 앞의 겔 두 채. 그것도 한 채는 망만 둘러놓은 상태였다. 숙박은 당연히 고비 여행처럼 여행자들을 위하여 지어 놓은 캠프장의 겔에서 묵을 줄 알았던 나는 가이드 버기에게 항의해 보았지만 피차 당황하는 눈치였다. 캠프장이 인근에 없으면 야영을 하든, 민박을 할지 몰라도 가까이 캠프장이 있는데 어째서 민박을 하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그곳에 갈 수 없다'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캠프장에 묵을 경우, 1인당 60달러가 소요되는데 여행사에서 책정한 1인당 숙박료는 5달러였다. 뒤늦게 영문으로 된 문서를 꼼꼼히 살펴보니, 어디에도 캠프장에서 묵는다는 말은 없고 그저 'GER'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비 여행처럼 그것이 당연히 여행자 캠프의 겔이라고 '일방적으로' 생각한 것이 착오였다.
여성 여행자들이 묵을 겔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샤워 시설이 없는 것이 결정적인 흠이었다. 온종일 후덥지근하니 땀과 먼지를 뒤쓴 몸을 씻을 데가 없으니 황당할 일이었다. 급기야 인근 캠프장에 자기 돈 2,500원씩을 내고서라도 샤워를 하러 가겠다고 나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마저 일인당 5천원을 내라고 올리는 바람에 되돌아오고 말았다.
항의를 받고, 영문을 모른 채 당혹스러워하는 (나중에서야 이곳의 여행 방식이 대체로 이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이드가 급히 물통 하나를 가져다주어 번갈아가며 고양이 세수를 하게 되었다. 손으로 물을 받아서 얼굴과 손발을 씻으며 기가 막혀 했지만, 그것은 대단한 호사임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샤워를 못한다며 불평을 하던 여행자들은 그 뒤로 생수 한 컵을 가지고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는 날들을 보내고 어떤 날은 그마저 하지 못한 날도 맞게 된다. "씻을 물이 없냐"는 물음에 지극히 태연하게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먹을 물마저 말을 타고 먼 곳까지 가서 길어 와야 하는 이곳 사람들에게 '씻을 물이 없다고 화를 내는 이방인'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피차 마찬가지였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같은 여행사의 다른 팀들이 먼저 와 있었다. 프루공에 서양인을 포함한 서로 다른 세 팀, 다섯 명이 타고 왔다고 한다. 그 가운데는 부부도 있었는데, 이런 류의 여행에 익숙한 듯 우리 팀이 쓰게 될 겔이 자신들의 겔보다 좋다고 약간 투정을 하기는 했지만 샤워니, 캠프장이니 하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더욱이 낯선 세 부류의 사람들이 한 겔로 다정히 들어가는 뒷모습을 대하자니 더 이상 불평이 나오지를 않았다. 훕스굴에서 돌아갈지, 아니면 고비까지 갈지 생각 중이라는 부부 팀은 고비를 넘어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에 대해 가이드에게 캐물었다.
저녁 식사로는 가이드가 해 준 '츠왕'이라는 몽골식 잡채를 먹었다. 먹을 만했다. 남자 숙소로 쓸 겔이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 물으니, 그 안의 침대를 주문했는데 아직 오지를 않는다면서 주인 할머니는 자신들의 내실을 쓰라고 했다. 식당 겸 가게로 쓰는 벽돌로 지은 건물의 안쪽에는 주인네가 기거하는 방이 있는데, 겔보다 넓고 깨끗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