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27) 대안적

― '대안교육'과 '대안적인 교육'과 '다른 교육'과 '새 교육'

등록 2010.10.04 16:48수정 2010.10.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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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안적인 교육

..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대안적인' 교육을 실천하는 배움터다. 일반 학교와 많이 다르다 ..  <윤성근-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매진,2009) 78쪽


"교육(敎育)을 실천(實踐)하는"은 "교육을 하는"이나 "가르치고 배우는"이나 "가르치는"으로 다듬습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을 보면 "교육을 실천하는" 다음에 '배움터'라고 적었습니다. 한자말로는 '교육'이고 우리 말로는 '배움'이기에, 이처럼 적으면 겹말입니다. "교육을 하는 곳이다"라 적든지, "가르치는 곳이다"라 적든지, "가르치고 배우는 터전이다"라 적든지 해야 올바릅니다. "일반(一般) 학교"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여느 학교"로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 대안적 : x
 ├ 대안(代案) : 어떤 안(案)을 대신하는 안
 │   - 대안을 내놓다 / 대안을 제시하다 / 현실적인 대안을 찾다
 │
 ├ '대안적인' 교육을 실천하는
 │→ 대안 교육을 펼치는
 │→ 대안 교육을 나누는
 │→ 대안 교육을 몸소 보여주는
 │→ 대안 교육을 하는
 └ …

제도권 학교가 옳고 바르게 나아가지 못하는 대목을 나무라면서 제도권을 벗어나는 배움터가 하나둘 생겼습니다. 제도권과 다른 길을 걷는다고 하는 제도권 밖 학교는 "다른 길"을 뜻하는 한자말 '대안'을 써서 '대안 학교'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앞으로도 다른 길을 살피는 배움터는 꾸준히 늘어나겠지요. 우리 나라 흐름이 썩 좋은 쪽으로 나아가지 못하며, 우리 삶터 얼개가 그리 바른 쪽으로 접어들지 못하니까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빛깔을 품고 있습니다. 모두 같은 목숨이면서 모두 다른 삶입니다. 모두 같은 목숨인 만큼 누구나 고루 사랑받아야 하는 한편, 모두 다른 삶인 만큼 저마다 달리 사랑받아야 합니다. 목숨 하나로는 똑같은 자리이면서 삶으로는 다 다른 자리입니다.

다 다른 삶을 모두 똑같은 교재로 가르친다든지 다 다른 넋을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도록 이끈다든지 할 때에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을 오로지 대학바라기로 내모는 제도권 학교란 조금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제도권 학교를 나무라면서 대안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대학바라기를 이야기할 때에도 올바를 수 없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길 가운데에는 대학교를 거치는 길이 하나 있고, 대학교를 거치지 않는 길이 숱하게 있습니다. 다른 가르침이요 새로운 가르침이며 틀에 박히지 않는다는 가르침일 때에는, 우리가 두 발을 디딘 삶터가 바로 배움터임을 느끼도록 이끌며 우리 스스로를 참다이 북돋우는 길을 보여주어야지 싶습니다.


 ┌ 새로운 교육을 펼치는
 ├ 틀에 박히지 않는 교육을 나누는
 ├ 제도나 형식에 매이지 않는 교육을 하는
 └ …

다르게 가르친다고 하는 일을 하는 분들은 여느 제도권 학교와는 달리 좀더 '생각하는 말'을 쓰거나 '손쉽고 맑은 말'을 쓰려고 애쓰곤 합니다. 그렇지만 정작 '대안'이라는 말마디부터 가다듬지는 못합니다. 아무래도 제도권이든 대안이든 학교라는 울타리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 아니랴 싶은데, 가르치며 배우는 자리란 살아가는 자리임을 헤아릴 수 있으면 겉보기로 손쉬운 말이 아닌 속알맹이로 살가우며 싱그러운 말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학교 울타리에서만 주고받을 말이 아닌 마을에서 누구하고나 주고받을 말을 살피고, 학교 울타리에서만 '생각하는 말'이 아닌 내 집과 마을과 배움터와 이웃사람 집과 마을과 배움터에서 두루 어깨동무할 '생각하는 말'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길을 찾는 배움터란 틀에 박히지 않을 뿐더러 판에 박히지 않고 껍데기를 들씌우지 않을 곳일 테니까요.


제도를 억지로 짜맞추는 배움터가 아니라, 따로 제도가 없어도 아름다우며 참되고 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굳이 새롭다느니 다르다느니 하고 내세우지 않으면서 늘 누구하고라도 어깨를 겯으며 웃고 울 수 있어야 합니다. 참된 배움이고 착한 배움이고 아름다운 배움을 바란다는 다른 배움이라고 하니까요.

 ┌ 다른 교육을 하는 배움터다
 ├ 다르게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다
 ├ 다른 삶을 나누며 배우는 곳이다
 ├ 다른 삶을 이야기하며 가르치는 곳이다
 └ …

그나저나, 이 보기글에서는 '대안 교육'이 아닌 '대안적인 교육'을 들먹이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듣거나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궁금한데, '대안적인 교육'이란 '대안 교육'하고 어떻게 다를까요. '제도권 교육'하고 '제도권적인 교육'은 서로 얼마나 사뭇 다를까요. 다르다면 무엇이 다르고, 틀리다면 무엇이 틀릴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대안적인 교육'이라 하거나 '제도권적인 교육'이라고까지 달리 적어야 할 까닭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며 나아갈 길이란 '대안 + 적'이 아닌, '대안'이 뜻하는 속내를 헤아리면서 더욱 손쉬우면서 널리 보듬을 만한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르되, 서로를 깊이 아끼고 널리 껴안는 곱고 맑은 말길과 삶길과 생각길과 배움길을 찾을 노릇이 아니랴 싶습니다.

 ┌ 대안을 내놓다 → 다른 생각을 내놓다 / 새로운 생각을 내놓다
 ├ 대안을 제시하다 → 다른 이야기를 꺼내다 / 새 얘기를 꺼내다
 └ 현실적인 대안을 찾다 → 현실에 맞는 길을 찾다 / 다른 좋은 길을 찾다

쉽게 말하고자 하기 앞서 쉽게 생각해야 합니다. 쉽게 생각하기 앞서 쉽게 살아야 합니다. 아름다이 말하고자 하기 앞서 아름다이 생각해야 하고, 이보다 먼저 아름다이 살아야 합니다. 올바른 배움을 나누고자 할 때에는 올바른 말이 먼저이고, 올바른 넋이 좀더 먼저여야 하며, 올바른 삶이 가장 먼저여야 합니다. 틀에 박히지 않은 배움을 펼치고자 할 때에도 틀에 박히지 않은 말과 넋과 삶이 나란히 먼저 자리잡아야 합니다.

제도권이기를 바라지 않으며 제도권으로 사람들 삶과 숨결과 얼을 차갑고 거칠게 묶어 둘 생각이 아니라 한다면, 우리들은 다른 삶과 숨결과 얼을 곱씹으면서 바른 삶과 숨결과 얼을 어떠한 말틀과 글틀로 엮어야 아름다울까를 찾아야지 싶습니다. 그저 다르게만 말한다고 모두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다르면서 바르고 다르면서 착하며 다르면서 참되어야 합니다. 다르면서 사랑스럽고 다르면서 믿음직하며 다르면서 살가워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 (1)∼(9)>(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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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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