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두물머리에서.
조상연
어젯밤 당신에게 까닭 없이 미안한 마음에
당신의 조그맣고 거친 손 물끄러미 바라보다
달빛의 안내를 받으며 집을 나서 봅니다.
이슬에 젖은 오토바이에 올라
미안한 마음에 당신에게서 도망치듯이
물안개 피어나는 양수리를 지나 마냥 달립니다.
어느덧 중미산 중턱의 반쪽 달이
자기 할 일을 다 한 듯 고개 넘어 숨는데
지나가던 토끼 한 마리와 이름 모를 새가
새벽 오토바이 소리에 놀라 저를 나무랍니다.
안개 자욱한 산꼭대기 올라 내려보니
하늘 아래 안개를 헤집고 나오는 햇볕이
당신의 거친 손 마냥 따스하기만 합니다.
이제야 당신에게
멋쩍은 고백을 합니다만
당신을 참 많이도 사랑합니다.
그런데...
나는 당신의 참된 반쪽이 못 되었나 봅니다.
이승의 소풍을 끝내고
천상으로 돌아갈 때는
나보다는
당신이 먼저 갔으면 합니다.
그리하셔야만
당신의 이승에 남겨진 육신의 뒷정리를
당신의 무덤가에 목련 한 그루라도 심어 놓기를
남의 손을 안 빌리고 제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해놓고 술 한잔에
회한의 눈물 흩뿌리다 지쳐
고운 마음으로 당신의 뒤를 따르는 것이
당신의 사랑에 대한 나의 마지막 보답이려니 합니다.
- 2010년 바람도 선선한 가을,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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