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천안함 최종보고서는 그 자체로 모순"

이승헌 교수 등 재미 학자들 10일 주장

등록 2010.10.11 11:20수정 2010.10.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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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윤덕용 민,군 합동조사단장이 9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덕용 민,군 합동조사단장이 9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발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 기사 보강 : 11일 낮 12시 10분]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민·군 합동조사단(아래 합조단)의 최종보고서가 어뢰에 의한 근거리 폭발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보고서에 언급된 과학적 증거는 오히려 '원거리 수중 폭발' 가능성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선원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주재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합조단 전문가들의 반란이자, 국민들에게 드리는 고백"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헌 교수는 "합조단의 최종보고서 부록에는 어뢰에서 채취한 흡착물질이 폭발의 결과로 생기는 산화 알루미늄이 아니라, 반대로 (부식에 의해 발생한 녹인) 수산화알루미늄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EDS(에너지 분광 분석)'데이터가 실려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교수는 "흡착물질을 섭씨 200도에서 열처리했을 때 나타나는 EDS 데이터는 중간 조사결과 발표 때는 없었으나 최종보고서에 들어가 있다며 "흡착물질에 대한 이 같은 실험결과는 수산화알루미늄의 열처리 실험 때 나타나는 것과 동일한 것이어서 흡착물질이 폭발의 결과 때문이라는 최종보고서의 결론과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종보고서에 이런 데이터가 실린 것은 그래도 학자들의 양심적인 실험결과는 남겨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 등은 이어 어뢰폭발에 따른 버블제트 효과로 나타나는 80m의 물기둥이 없었던 점, 천안함 선체와 내부 화약고 어디에도 어뢰폭발에 의한 충격파 흔적이 없는 점, '1번' 표기가 모두 타서 없어지거나 최소한 검게 변색되지도 않았다는 점 등을 예로 들면서 "전문가들의 분석은 원거리 폭발을 지지하는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결론은 어뢰에 의한 근거리 폭발로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합조단 최종보고서 정밀 분석은 어뢰에 의한 근거리 비접촉 수중폭발이 아닌 100Kg 이상의 화약을 담은 해저기뢰가 선저 20미터 정도 되는 원거리 지점에서 폭발, 휘핑 효과로 천안함이 침몰되었다는 결론으로 이끌었다"며 "이 결론은 다름 아닌 최종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자료와 분석을 토대로 도출되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 등은 "천안함 최종보고서에 제시된 전문가들의 계산공식을 이용하여 원거리 비접촉 폭발시 생성되는 파도의 파고를 추산해 본 결과 9.8~10.9미터 이상이 됨을 확인했다"며 "이것은 당일 2.5~3미터 파고와 겹쳐 10미터가 훨씬 넘는 강력한 파고가 생성될 수 있으며, 이러한 파고는 천안함 함체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근거를 들어 이 교수 등은 "천안함은 원거리 비접촉 폭발로 생성된 파도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깨질 수 있었음을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는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선원 연구원은 천안함 항적일지를 입수했다면서 "최종보고서는 북한의 잠수함 위치가 천안함 침몰지점에서 2.5km 남서지점이라고 그래픽으로 설명했으나, 실제 항적일지를 보면 북한 잠수함은 그보다 훨씬 더 서해의 먼 바다 쪽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연구원은 "이는 군 당국이 합조단에 참여한 분석관들에게 항적일지도 제공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쓰라고 해서 빚어진 결과일 수 있다"면서 천안함의 항적일지 및 수중음파탐지기(소나)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폭발지점이 선체에서 9m 이상 떨어지면 천안함을 침몰시킬 수 있는 정도의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들어 원거리 수중폭발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천안함 선체의 흡착물질이 현재 깨끗하게 사라졌다는 것은 흡착물질이 부식에 의한 수산화알루미늄이 아니라 폭발에 의한 산화알루미늄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로 구성된 '언론 3단체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아래 언론검증위)'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언론검증위는 "종합보고서를 통해 TOD(열상감시장치) 방위각 분석과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 좌표, 스크루 훼손상태 등을 근거로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단번에 격침됐다'는 정부 결론은 결코 성립할 수 없음을 밝힐 것"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북한 어뢰 공격'의 증거들이 대부분 증거로서 가치를 상실했음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천안함 #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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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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