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운하 포기했다, 그냥 믿어라?

['4대강 국감' 중간점검 ①] 네가지 의혹을 통해 본 4대강 사업의 실체

등록 2010.10.13 15:12수정 2010.10.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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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왼쪽)이 1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왼쪽)이 1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대통령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도 대운하할 계획이 전혀 없다. 이런 것은 믿어주셔야 한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읍소했다. 지난 11일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장에서다. 하지만 4대강 정비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초기 좌초됐던 '한반도대운하' 사업의 일환이라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왜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대통령 직속기구는 '대구를 항구도시로 만든다'는 용역보고서를 만들었다. 정부는 운하용 갑문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4대강 보에 갑문만 설치하면 배의 통행이 가능하다는 과거 정부측의 주장도 공개됐다. 또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양의 모래를 강바닥에서 퍼내고 있다는 자료도 나왔다. 정부는 보를 통해 물을 확보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역으로 물이 남아돌고 있다는 정부보고서가 제시됐다.

 

운하의 핵심사업은 물을 가두고 수심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은 그 기본 요건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야당 의원의 주장처럼 배가 통행할 수 있도록 보에 갑문까지 달 수 있다면? 정부는 극구 부정하고 있지만, 야당 의원들이 4대강 사업을 대운하 1단계 사업으로 의심하고 있는 이유이다. '4대강 국감'을 중간결산하면서 그간 제기된 의혹을 정리했다.

 

[의혹 1] '대구가 항구도시된다'는 정부 용역보고서와 외국 운하 시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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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재윤, 김진애 의원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발간보고서에 낙동강 유역의 대구와 구미를 항구도시로 선정한 내용을 공개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포기 선언은 거짓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김재윤, 김진애 의원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발간보고서에 낙동강 유역의 대구와 구미를 항구도시로 선정한 내용을 공개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포기 선언은 거짓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4일, 김재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낙동강 주변 내륙도시인 구미시와 대구시를 '항구산업도시'로 개발한다는 내용이 담긴 정부 용역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주변 도시를 '자연환경·농촌취락·도시환경·항구산업·특성화' 5개 유형으로 나눠 개발하도록 돼 있다. 이 가운데 목포(영산강), 대구·구미·부산(낙동강), 서천·군산(금강) 등이 항구산업도시로 선정됐다.

 

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위원장 정명원)가 지난해 12월 국토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수변 공간·도시 디자인 전략 연구' 용역 보고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시기(지난해 12월 30일)와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가 겹친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이 운하 준비사업이 아니라면 대구항, 구미항은 있을 수 없다"며 "결국 운하 포기선언은 국민을 기만한 '속임수 선언'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대구가 항구도시 된다" 발언 사실로? MB '한반도 대운하 포기' 거짓이었나)

 

또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 관계자들이 4대강 사업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독일 등 유럽의 운하시설을 조사한 것을 문제삼았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토연구원이 대구와 구미를 항구산업도시로 하는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수자원공사로부터 또 다른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독일 운하지역을 조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를 방문해 자신의 제 1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선언한 바 있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발표 직전 관계자들 독일 운하 시찰"

 

강기정 민주당 의원도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6월 8일 발표)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해 5월 국토해양부 등 4대강 사업의 핵심부서 관계자들이 독일 라인강, 도나우강 등의 운하를 돌아보며 자료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11일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 핵심관계자들이 독일을 다녀온 후 4대강 사업의 보 높이는 1~2m에서 5~10m로, 수심은 2m에서 6m 이상으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4대강 사업은 운하와 전혀 관계없다"는 해명을 되풀이 했다.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은 "독일 조사는 수변지역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차원으로 간 것일 뿐 운하와 관계없다"고 밝혔다.

 

또 국토해양부는 '대구항' 보고서에 대해 "정부의 정책이 아니고 연구용역 과정에서 하천 주변 수변공간의 디자인 다양화를 위해 해당 지역을 유형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혹 2] 4대강 보에 운하용 갑문 설치 불가능하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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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명시된 낙동강 구간 수심과 저수로폭. ⓒ 김진애의원 자료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명시된 낙동강 구간 수심과 저수로폭. ⓒ 김진애의원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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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부길 전 비서관이 출간한 <운하야 놀자>에 실린 팔당댐 갑문설치 전후비교 예시도 ⓒ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추부길 전 비서관이 출간한 <운하야 놀자>에 실린 팔당댐 갑문설치 전후비교 예시도 ⓒ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운하가 될 수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현재 건설 중인 대형보에 갑문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장해왔다. 갑문을 설치하려면 보를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며 그 비용은 50조 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추진했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근거로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운하 공약을 연구했던 '한반도대운하연구회'에서 출간한 책자에는 잠실수중보, 팔당댐, 충주 조정지댐, 낙동강하구둑을 보강해 갑문을 설치하는 계획이 나와 있다.

 

김 의원은 11일 국토해양부 국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 시절 만든 대운하 연구 자료에는 팔당댐 등 기존의 보와 댐에도 갑문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보를 통과하지 않고 우회 수로를 이용한 갑문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갑문을 달 계획이 없다는 것이지, 갑문을 달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의혹 3] 연간 9억5천만톤 남는데... 쓸데없는 물, 왜 확보?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통해 확보하려는 수량도 미스터리에 휩싸여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13억톤의 물을 확보해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하천유지 용수로 활용하겠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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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기정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민주당 강기정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7일 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 "2009년 12월 정부에서 작성된 '2025년 수도정비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아도 2025년 기준으로 연간 9억 5000만톤의 물이 남는다"며 "결국, 4대강 사업은 정부의 주장처럼 물의 다용도 활용이 아니라 10억톤의 물을 4대강에 채우겠다는 뜻"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수자원공사가 수립한 '2025년 수도정비계획 보고서'에는 2025년까지 일일 2607톤, 연간 약 9억 5000만톤의 물이 남으며, 권역별로는 한강이 연간 약 3억 6000만톤, 낙동강이 약 7억 3000만톤이 남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 내용에 4대강 사업이 추진된 이후 확보되는 물의 양을 합치면 낙동강에만 약 17억 5200만톤의 물이 남게 된다.

 

강 의원은 "이 점이 바로 4대강 사업이 대운하 1단계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라며 "정부는 10억 톤의 물을 채워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건호 수자원공사 사장은 "농업용수, 공업용수, 생활용수, 하천유지용수 이외 '환경개선용수'라는 개념이 새롭게 도입됐다"며 "4대강 물 확보는 미래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사장이 언급한 '환경개선용수'는 2007년 개정된 하천법에 따르면 하천유지유량을 산정하면서 '환경개선'을 고려해 산출하기 때문에 마치 별개의 것으로 언급되는 건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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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의원실에서 공개한 수자원공사의 '2025년 용수수급전망'. 2025년에 수요량보다 공급능력이 일일 2억 6000만㎥가량 많다. ⓒ 강기정의원실 자료

강기정 의원실에서 공개한 수자원공사의 '2025년 용수수급전망'. 2025년에 수요량보다 공급능력이 일일 2억 6000만㎥가량 많다. ⓒ 강기정의원실 자료

 

[의혹 4] 당초 발표보다 2배 많은 강바닥 준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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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1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11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하는 준설토가 당초 정부 발표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라는 주장도 대운하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11일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지자체가 보고한 4대강 준설량이 국토부가 지자체로 넘겼다고 하는 양보다 8배나 많았다"며 "이 추세대로 준설을 한다면 12억6000만㎥를 준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5억2000만㎥를 준설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상의 양을 준설하면서 수심을 더욱 깊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기갑 의원은 "지자체가 제출한 자료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사업 관리가 엉망이라는 뜻이고, 사실이라면 정부가 4대강을 대운하로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공사현장에서 준설량을 정확하게 체크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의 준설량은 정확히 5억2000만㎥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이러한 야당의 공세에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변호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4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국정감사에서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은 "4대강 사업을 '대운하 사업'이라고 의심하니까 자꾸 대운하로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7일 수자원공사 감사에서는 김건호 사장에게 "4대강 사업을 하는 것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두둔했다.

 

장 의원은 11일 국토해양부 감사에서도 4대강 사업을 '임신 5개월 이상의 여성'에 비유하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을 "며느리에게 낙태하라고 소리 지르는 시어머니"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이후 국정감사에서도 여야의 '대운하'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8월 방송된 'PD수첩'에서 제기됐던 운하용 준설인 사다리꼴 준설이 4대강 사업 공사 구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과 문화관광부가 추진 중인 '리버 크루즈 사업'도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4대강 #국정감사 #이명박 #대운하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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