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혼수상태'의 음악 사랑, 마을 사랑

6인조 혼성, 충남 태안군 고남면 주민들로 구성

등록 2010.10.19 15:22수정 2010.10.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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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선율로의 초대 태안군 고남면의 마을밴드 '혼수상태'의 공연 모습. 어둠이 내려앉은 공연장에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그들의 음악은 마을사랑의 마음까지 담겨져 있다. ⓒ 김동이

▲ 사랑의 선율로의 초대 태안군 고남면의 마을밴드 '혼수상태'의 공연 모습. 어둠이 내려앉은 공연장에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그들의 음악은 마을사랑의 마음까지 담겨져 있다. ⓒ 김동이

조용한 시골마을이 7080세대의 잔잔한 포크음악으로 물들었다. 지난 13일 패총박물관으로 잘 알려진 고남면 패총박물관 광장.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무대가 설치되고 객석에는 관객이 관람할 의자들이 한치의 흐트림없이 줄을 맞추어 놓여졌다.

 

한쪽에서는 행사를 준비하는 준비요원들이 분주한 손놀림으로 무대를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KBS방송국의 취재에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때로는 재미있는 입담을 과시하며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너스레를 떠는 이들이 바로 지역주민들을 위해 이번 '7080 사랑의 콘서트'를 마련한 안면도음악사랑회(회장 김종필) 회원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행사의 주축이 될 마을밴드 '혼수상태'의 핵심 구성원들이었다.

 

지난해 여름까지 지역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해변콘서트를 열었던 이들 밴드는 올해부터 대상을 바꾸어 마을주민들을 위한 공연으로 탈바꿈시켰다.

 

비록 이날 해가 걷히고 어둠이 찾아오면서 쌀쌀한 날씨를 보였지만 마을주민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선사하고 정서적 안정을 안겨주기 위한 이들의 정성에 감복했는지 콘서트장은 마을주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사실 콘서트가 열리기 1시간 전만 해도 누구 하나 찾아오는 이 없어 노심초사 했지만, 공연 시간이 임박해지자 논밭일을 마친 마을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혼수밴드의 오프닝 공연으로 힘찬 첫 발을 내디딘 이날 공연에는 대중에게 익히 잘 알려진 '솔개'의 주인공 이태원과 신계행, 위청일, 박일준, 사랑의 하모니까지 7080세대 음악의 선두주자들이 먼 시골마을까지 찾아와 감미로운 노래를 선사했다.

 

혼수밴드의 강력한 의지만 있을 뿐 시골마을에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음악회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버릴 정도로 마을주민들을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가을콘서트는 성황리에 끝났다.

 

김종필 회장은 "아직은 농번기는 아니지만 태풍피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음악회를 열기에는 분위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 공연이 주민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음악회가 축제가 아닌 대화형의 공연으로 상처받은 주민들에게 편안하고 어루만져주고, 마음의 위안을 찾는 추억하는 음악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S 열린음악회에서 공연하는 것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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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 창단멤버들 왼쪽부터 세컨기타 최규옥, 리드기타 유연호, 보컬 김종필, 베이스 이상현, 드럼 최선환씨의 모습. ⓒ 김동이

▲ 혼수상태 창단멤버들 왼쪽부터 세컨기타 최규옥, 리드기타 유연호, 보컬 김종필, 베이스 이상현, 드럼 최선환씨의 모습. ⓒ 김동이

이날 공연을 성공으로 이끌기까지 가장 노심초사했고, 가장 많은 준비를 했던 사람들이 바로 마을밴드 '혼수상태' 멤버들이었다.

 

겨울이 되면 젊은 사람들이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점을 안타깝게 여겨 고남면 청년회가 고심 끝에 지난 2006년에 결성한 '혼수상태'는 초창기 7명의 멤버로 첫발을 떼었지만 현재는 6인조 혼성그룹으로 2년여 동안 정착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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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의 연습실 이들이 매주 3번씩 모여 연습을 하고 있는 연습실. 고남패총박물관 후면에 위치하고 있다. ⓒ 김동이

▲ 혼수상태의 연습실 이들이 매주 3번씩 모여 연습을 하고 있는 연습실. 고남패총박물관 후면에 위치하고 있다. ⓒ 김동이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보일러 시공에서부터 가스, 펜션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형성하고 있는 탓에 평소 연습에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일주일에 3번씩 패총박물관 옆에 마련된 6평 남짓한 콘테이너 연습장에서 입을 맞춘다.

 

보컬을 맡고 있는 김종필(49)씨를 비롯해 베이스기타 이상현(47)씨, 세컨기타 최규옥(45)씨, 드럼 최석환(45)씨, 리드기타 유연호(45)씨, 그리고 혼수상태의 홍일점 건반에 김영심(45)씨까지 구성원 모두가 40대 중후반으로 이들의 음악에는 노련함과 중후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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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의 홍일점 건반 김영심씨 밴드의 홍일점. 혼수상태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마을의 여성5인조 밴드인 여울밴드에서 영심씨를 사이에 두고 보이지 않는 모시기 전쟁을 펼치고 있지만 영심씨는 영원한 '혼수상태'의 멤버. ⓒ 김동이

▲ 혼수상태의 홍일점 건반 김영심씨 밴드의 홍일점. 혼수상태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마을의 여성5인조 밴드인 여울밴드에서 영심씨를 사이에 두고 보이지 않는 모시기 전쟁을 펼치고 있지만 영심씨는 영원한 '혼수상태'의 멤버. ⓒ 김동이

한 가지 흥미있는 사실은 세컨기타 최규옥씨와 홍일점 김영심씨가 부부라는 사실. 그래서 일까 이들의 연주에는 사랑의 선율도 느껴진다.

 

2년이 넘도록 30여 곡의 레파토리를 만들어 더 이상의 멤버 모집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김종필 회장은 곱지 않은 주위의 시선이 음악활동을 어렵게 한다며 색안경을 낀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을 위해 공연을 준비하려면 매우 힘든데 앞에 나가 공연을 하다보니 시선이 곱지 않고, 외롭고 고독하다"고 심경을 밝혔듯이 이들은 주변 동료들과의 약속도, 가정을 돌보는 일도 소홀한 상태에서 공연을 준비했고, 자비부담으로 공연을 준비하다보니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티재 공연, 방송국 공개홀 공연, 독립기념관 공연 등 그동안 크고 작은 공연을 수차례했지만 이들의 최종목표는 KBS 열린음악회에 서는 것이다.

 

리드기타를 맡고 있는 유연호씨는 "열린음악회 무대에 서보는 게 꿈"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히면서 "그날을 위해 혼수상태의 연주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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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열린음악회 무대에 서는 것이 꿈 혼수상태의 리드기타 유연호씨의 연주 모습. 유씨는 KBS 열린음악회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 김동이

▲ KBS 열린음악회 무대에 서는 것이 꿈 혼수상태의 리드기타 유연호씨의 연주 모습. 유씨는 KBS 열린음악회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 김동이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혼수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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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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