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구 세종연구소 노조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종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통합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세종재단 외부에서 청와대 개입의혹이 제기된 적은 있으나, 재단 내부인사가 공개적으로 '청와대 개입'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위원장은 두 기관의 통합목적에 대해서는 "(재단이 말하는) 재정난은 핑계일 뿐이며 미국의 헤리티지 같은 보수재단을 만들기 위한 술수"라고 말했다.
전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노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글쎄 (송 소장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부인하면서 "(수석 시절) 보고받아서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재정문제 때문에 두 기관이 자발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성환 장관은 "공로명 이사장이 이 문제에 나서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라면서 "이미 시작된 일이니 나설 필요도 없다"고 답했다. 내외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의 통합작업이 그대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재정난 때문에 통합" vs. "기본자산 3000억 있는데" 증인으로 나온 공로명 이사장은 통합의 배경을 재정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예산이 90억 원 정도인데, 자체 창출수입은 50억 원 정도에 불과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 그는 "저로서는 피말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위원장과 역시 증인으로 나온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은 "어려움이 있지만, 기본재산 390억 원을 포함해 600억 원 정도의 현금이 있고 시가 2000억 원이 넘는 2만평의 부지 등 3000억 원의 기본자산이 있다"면서 "성남시가 3년간 부지매각을 제한했지만, 그 뒤에는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난은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공 이사장은 지난 7월 14일 이사간담회 때 한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기도 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그는 "그(통합) 근본취지는 세종의 설립취지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고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에 있으나 그동안 내재적인, 북한의 친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세종에 있으면서부터 세종에 대한 이미지가 친북적이고 좌경화된 연구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변명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정권의 간섭이나 외부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재단의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십수 명의 이사로 좌지우지되는 재단의 형태보다는 몇 백 명의 회원을 가지는 사단법인의 형태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공로명 세종재단 이사장에게 세종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통합과 관련해 질의를 하고 있다.
유성호
그러나 공 이사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김동철 의원이 "위증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하자 "그런 취지로 발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회의록은 지난 8월 18일 <오마이뉴스>와 <한겨레>를 통해 대부분의 내용이 공개됐다. 당시 그는 이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고, 보도에 앞서 반론을 요청했을 때도 아무런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공 이사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연구소내 진보인사들의 활동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재단이 부과하는 테두리가 있으며, 자칫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연구소내 진보인사들이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공 이사장에게 "이념 문제로 징계한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고, 공 이사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종석 수석연구위원은 "송대성 소장으로부터 '너무 압박이 심하다. (내가) 글 하나만 써도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이종석 청문회? 한나라당 의원들, 뒤늦은 이념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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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통일부 장관에서 물러난 지 이미 4년 가까이 됐고 정권까지 바뀌었지만, 그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세는 여전했다.
김효재·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세종재단 통합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국정감사에 나온 이 전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뒤늦은 이념공세를 벌였다. 그러나 공직자 신분이 아닌 이 전 장관도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대응했다.
김 의원은 이 전 장관의 지난 6월 14일 <한겨레> 칼럼 중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정부는 역대 남한 당국이 북한을 어렵게 설득하여 마련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합의문들을 한순간에 파기했다"는 대목을 문제 삼았다. 천안함 공격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이 전 장관은 "기존 남북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정부이니 그건 정부에게 물어보라"면서 "그 칼럼은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분석한 글이 아니라, 5.24대북조치가 남북관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쓴 글"이라고 반박했다. 또 김 의원이 문제 삼은 대목의 바로 뒷부분은 "남북 충돌을 제어할 장치가 사라졌고 호전적인 북한을 상대로 한 남한 정부의 주도적인 평화관리 능력도 소멸되었다"고 해, 북한의 호전성을 지적하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칼럼을 거론한 이유에 대해 "이 정부 들어 연구소에서 이념을 문제삼고 있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칼럼을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목 질문에 바로 앞서 이 전 장관은 "최근에 경고나 징계, 이런 것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으로부터 너무 압박이 많다, 제가 글 하나만 써도 화들짝 놀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고충이 심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답했었다.
추가질의시간에 김효재 의원은 이번에는 이 전 장관의 책 <현대 북한의 이해>를 꺼내 들었다. "김일성은 우리에게 숱한 부정의 이미지로 얼룩져 있는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현대사에서 최초로 대외적으로 자주성을 선언하고 주체확립의 기치를 내건 인물"이라는 대목을 문제 삼았다. 이 전 장관은 "저는 김일성의 많은 부분을 비판하지만 60년대에 강대국 정치 속에 자주성을 가지려 한 부분을 말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김 의원은 다시 이 전 장관의 책의 김일성과 김정일 관련 부분을 언급하며 이 전 장관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그 책은 북한이 김정일 치하에서 위기에 빠지고 세습독재라는 부분을 명확히 해서 쓴 책인데 그런 부분은 빼고 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구상찬 의원도 이 전 장관을 "퍼주기 장본인"이라면서 "장관 시절 비료 30만 톤을 줬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몰아붙이려 했으나, 이 전 장관은 "둘 사이에 무슨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또 "진보라는 사람들은 북한 주장만 뇌까린다"는 한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압박하려 했으나 이 전 장관은 다시 "진보와 친북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맞섰다.
'퍼주기'론에 대해 이번에는 참여정부 청와대 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출신인 송민순 민주당 의원이 반박하고 나섰다. 물품교역에 따른 대북송금액이 김대중 정부때 17억 불, 노무현 정부때 22억 불로 연 평균 3.9억 불인데, 이명박 정부 2년 반동안 13.7억 불로 연 5억 불이라는 수치를 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이렇게 퍼줘서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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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여" vs. "사실무근"... 세종재단 통합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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