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게도 올 봄 천성산엔 도룡뇽 천지였다"

<중앙>·<조선> 천성산 관련 보도... 지율 스님 "법정에선 본 일 없다더니"

등록 2010.10.26 14:14수정 2010.10.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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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개통(11월)을 앞두고 최근 <중앙>·<조선>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천성산 웅덩이에는 도룡뇽 알 천지였다'고 일제히 보도하면서 천성산 터널(원효터널) 반대운동을 벌였던 지율 스님을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율 스님은 지난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초록의 공명)에 '슬프게도 올 봄 천성산엔 도룡뇽 천지였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허탈한 심경을 밝혔다.

"당시 법정에서 도롱뇽 본 일 없다던 박사님과 도롱뇽도 없는 이미 죽은 산이라던 단장(경부고속철도사업단)은 어떻게 됐나?"

시기적으로 볼 때도 아직 천성산 터널의 폐해가 드러날 때도 아니고, 당시 자신이 문제를 제기했던 본래 취지는 "현장에는 6종의 쥐와 두 종의 개구리 밖에 없다"는 부실한 <천성산 환경영향 평가서>(고속철도시설공단)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도롱뇽을 법정에 세운 이유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가 문제되어 재실시까지 했던 환경영향평가서였고, 두 번의 평가서에 누락 된 도롱뇽을 천성산 생태계를 대표해 법정에 세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앙>은 지난 17일(아래 인터넷 검색 기준) 당시 부실했던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올 봄 천성산 웅덩이엔 도롱뇽·알 천지였습니다"고 보도했고, 사설을 통해서도 "천성산 도롱뇽한테 야단맞을 고속철 터널 반대운동"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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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개통을 앞두고 <중앙>과 <조선>은 지율 스님 등이 벌였던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와 사설을 보도했다. 사진은 네이버 화면. ⓒ 윤성효


<중앙>은 특히 "도롱뇽 사건은 4대 강 사업을 떠올리게 한다. … 막무가내식 환경지상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4대 강 사업이 천성산 터널 논란처럼 극단적으로 몰고가면 그 부담은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환경운동이란 무조건 개발을 막는 게 아니라,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천성산 생태조사 참여 교수의 말을 4대 강 사업 관련자들도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도 <중앙>의 보도에 근거해 "올 봄 천성산엔 도롱뇽 천지였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은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허구임을 증명한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됐다"며 "환경운동가들은 설령 터널 공사가 부분적으로 환경에 부담을 준다고 하더라도 터널 덕분에 큰 국가적 이익이 발생한다면 작은 희생은 감수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도룡뇽의 존재 사실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언론들의 최근 이같은 보도 행태에 대해 지율 스님은 "당시 이와같은 기사가 나왔다면 천성산의 결론은 지금과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면서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온 생태학 박사는 기사에서처럼 지천인 도룡뇽을 보지 못했다면서 '1년이나 천성산을 다녔지만 도룡뇽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씁쓸해했다.

한편 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공사에 반대하고,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며 오랜 단식·삼보일배 등을 벌였던 지율 스님과 '천성산대책위'는 도롱뇽을 원고로 내세워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법원에 '천성산터널공사착공금지소송'(일명 도롱뇽소송, 2004~2005년)을 냈다가 패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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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과 관련해 보도했다가 지율 스님과 소송을 벌여 패소한 뒤 정정기사를 냈다. ⓒ 초록의공명

하지만 <중앙>과 <조선>은 '도롱뇽 소송=2조5000억 손실'이라고 보도했다가 정정했다. <중앙>은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 '바로잡습니다'를 내며 "지율 스님께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고 했다. <조선>은 지난해 소송(10원 소송)에서 패소해 이자까지 합쳐 12원을 지율 스님한테 배상하고, 신문에 '바로잡습니다'를 실었다.

지율 스님은 이번에 '초록의 공명'에 올린 글을 통해 두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조선일보를 피고로 진행했던 나홀로 소송의 승소 판결 후 법원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나는 '승소한 사람으로서 예의가 아니다'고 거절했다"며 "소송을 통해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밝혀졌고 그들도 생각이 있다면 두 번이나 반론보도를 싣고 더는 같은 기사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율 스님은 "사설과 논문을 썼던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법정에 세우고 증인심문을 하면서는 마치 내가 가해자처럼 느껴져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면서도 "그들에게는 명예나 사실관계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이제서야 겨우 알았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이어 "'속보경쟁을 위해 정확성을 희생하지 않는다'는 <조선일보>의 기자준칙 1항은 기자들에게 던져진 질문이 아니라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을 길들이기 위함이었다는 사실도. 소송을 진행하면서 무엇보다 30년 동안 독자였던 내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조선>·<중앙> 등 언론들은 '도롱뇽 소송' 등 천성산 터널 반대 운동으로 2조5000억 원(일부 2조)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는데, 지율 스님은 "<고속철도 2단계 구간 손실금 변경내역"이란 자료에 의하면 '천성산 구간만 계약액보다 5000억 원의 예산이 감소했다'고 되어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 최근 인터뷰를 거절하는 지율 스님과 전화통화한 내용을 게재했다. 이와 관련해 지율 스님은 "<중앙일보> 인터뷰 거절했더니 상주 숙소에 찾아와 학생이라며 주인아저씨 핸드폰을 빌려 전화를 했다"면서 "그래서 나온 기사 참 어처구니가 없다, 두 번이나 반론보도 쓰고 아직도 배가 고픈 듯한데 이번엔 과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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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과 관련해 보도했다가 두 차례 '바로잡습니다'를 냈다. ⓒ 초록의공명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지율 스님 #4대강정비사업 #도롱뇽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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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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