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은 감옥갈 때 왜 '학교 간다'고 할까?

[김호기 교수의 사회학 고전읽기 ④]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등록 2010.10.26 10:51수정 2010.10.2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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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암묵적으로 남성 중심으로 얘기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정상인보다는 정상인을 위주로 얘기를 하게 되고요. 사회학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비서구사회보다는 서구사회를 대상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죠. '나'나 '우리'가 아닌 '그들'이나 '저들'을 '타자'라고 부르는데요, 푸코의 사회학은 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소외시키는 사람과 소외되는 사람은 왜 만들어지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권력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기 위해서'라고 논리 정연하게 분석한 책이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미셸 푸코가 지은 <감시와 처벌>. 지난 20일 열린 '사회학 고전읽기' 네 번째 특강에서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대적 개인의 탄생이 우리 자신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푸코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감시와 처벌>을 교재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 김 교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감시 하에서 타자들의 효과적인 길들여짐을 돕는다는 점에서 감옥의 제도나 병원의 제도나 공장의 제도는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와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 아동,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동성애자 등 타자들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감시와 처벌>을 통해 본 권력의 작동 원리

a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사회학 고전읽기' 특강에서 강의하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오마이뉴스> '사회학 고전읽기' 특강에서 강의하고 있다. ⓒ 권우성

<감시와 처벌>은 권력의 계보학을 본격적으로 분석했다는 점과 현대적 감시사회의 기원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미셸 푸코의 저서 중 가장 사회학적인 함의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푸코는 이 책을 통해 권력이 사회에 작용하는 원리를 밝히고, 근대화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감옥을 예로 들며 근대적 과학지식에 따라 정상과 비정상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규율과 훈련에 따라 권력의 지배에 순응하는 신체를 가진 개인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풍부한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감시와 처벌>에서 정의하고 있는 권력은 두 가지 속성을 가진다. 푸코는 자신의 책에서 권력이 지식의 힘을 빌려서 신체에 작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푸코는 지식을 현대 권력의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김 교수는 "푸코에게 권력이란 사회제도와 관련된 전략과 효과를 통칭하는 것이었다"며 "권력이 행사되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요구되는데 이 인간과학 지식(담론)이 권력의 미시적 작동에 정당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유럽에서는 어린아이를 부모와 함께 재우지 않는 것이 자립심을 키우는 데 좋다는 통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통념이 1970년대 이후에는 바뀌게 됩니다. 여러 가지 조사를 해보니 부모와 함께 잠을 자지 않은 아이가 대상에 대한 신뢰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거든요. 엄마로부터 분리된 경험이 불신감을 키운다, 따라서 애한테는 최고의 사랑을 베풀어주라는 이론이 대세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 사이에 애를 재우게 된 거죠.


푸코는 이것을 대표적인 담론의 예로 꼽았습니다.그리고 이걸 '지식'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여기에는 정신병리학, 정신분석학, 임상의학, 형법학, 심리학, 교육학 등이 포함되지요. 그리고 이런 지식들은 권력의 생산 내지는 재생산에 기여하게 됩니다. 이렇게 지식과 권력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푸코의 주장입니다."

김 교수는 "공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일을 잘하는 노동자고, 학교에서 원하는 학생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며 "인간이 발명한 일련의 과학 지식들이 이러한 인식과 길들여짐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인은 왜 스스로 감시하나

그렇다면 지식을 기반으로 한 권력이 인간의 신체에는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김 교수는 "푸코의 분석에 따르면 1750년대부터 유럽의 근대국가에서 형벌이 관대하게 바뀌었다"며 "형벌에 인도주의적 개념이 도입되고 근대적 감옥 체계가 나타나면서 육체적인 고통을 주는 것에서 인간의 정신을 훈련시키는 쪽으로 형벌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푸코는 인도주의적 개혁이라는 것이 인간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처벌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유연화가 작용한다고 주장했다"며 "범죄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보다 적당히 교화시키는 것이 자신의 통치에 훨씬 유리하겠다는 계산에서 등장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회의 권력자들이 타자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지요. 이 지점에서 권력의 기법으로서 푸코가 주목하는 것은 교육과 훈련으로 구성된 사법적 감금입니다.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잘 짜인 프로그램 속에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지요. 사실 이런 감옥의 제도는 학교나 병원, 공장의 제도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것이 푸코가 보는 근대 사회의 이면들입니다."

김 교수는 "이런 과정들을 거쳐 권력이 궁극적으로 목표로 삼는 것은 개인의 신체"라고 설명했다. 권력자는 교육을 통해 개인의 신체를 권력자가 권력을 행사하기에 알맞은 신체로 변화시키려고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전화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암묵적으로 우리가 교육받은 사회적인 규율이 개인 안에 내면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안감시장치인 파놉티콘(Panopticon)은 권력의 미시적 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에 감시탑이 있는 원형 감옥의 구조인 파놉티콘이 갖는 특징은 감금된 사람은 감시인을 볼 수 없지만 감시인은 감금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푸코는 파놉티콘 안에 감금되어 있는 사람은 감시인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감시당하고 불안과 공포를 겪게 되며, 결국 자신으로 하여금 스스로 감시하게 하는 권력의 효과가 만들어진다는 데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기 검열과 자기 감시는 근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이 체제는 감옥에 그치는 게 아니라 병원, 공장, 학교 등으로 확장됐다는 것이 <감시와 처벌>의 핵심 주장이다.

a  수강생들이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사회학 고전읽기'를 수강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사회학 고전읽기'를 수강하고 있다. ⓒ 권우성


"현대사회, 일상적인 권력문제가 더 중요"

<감시와 처벌>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 교수는 "푸코의 파놉티콘 이론이 최근의 민주주의 후퇴와 관련된 정보사회의 그늘을 폭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 나의 허락도 없이 나의 이메일을 열어본다. 대부분의 경우는 알지 못하죠. 혼자 방에서 인터넷을 할 때 우리는 혼자 인터넷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나의 행동을 지켜보고, 아이피 추적 등의 방법으로 내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뚜렷하다"며 "<감시와 처벌>은 그런 이분법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여성, 아동,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동성애자 등 타자들의 인권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푸코 역시 <감시와 처벌> 이후 이어진 자신의 타자 이론에서 현대 사회에서 소수자 정치가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타자를 새로운 정치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위치시킨 바 있다.

김 교수는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농촌 지역 초등학생들의 1/4이 국제결혼한 자녀들"이라며 "대부분의 경우 엄마가 베트남에서 오신 분들인데 이 아이들은 한국어도 잘 못하고 베트남어도 잘 못한다"고 말했다. 결혼 이주자나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 구조적인 약자들에 대한 사회 정책적인 배려가 시급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미시적이고 일상적인 권력이 곳곳에서 작용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권위적인 정부의 종식이나 환경문제, 노동해방 등등의 거시적인 문제보다 우리 앞에 놓인 사소한 권력 문제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며 강의를 마쳤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현재 진행 중인 '사회학 고전읽기' 강좌에 이어 오는 11월 3일부터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와 함께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을 점쳐보는 '사회학 고전읽기 시즌2' 유료 강좌를 마련했다.

'사회학 고전읽기 시즌2' 강좌에서는 이매뉴얼 윌러스틴의 <근대 세계체제 1>과 마뉴엘 카스텔의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와 앤서니 기든스의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등 4가지 교재를 통해 20세기 이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회 변동들과 그 의미에 대해 되짚어볼 예정이다.

☞ [클릭] 김호기 교수의 '사회학 고전읽기 시즌2' 특강 신청하기
#김호기 #미셀푸코 #사회학 고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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