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3년 쓰면 공짜? 차라리 제값에 산다

무제한 데이터 시대 '옥상옥'... 통신요금 부담만 키워

등록 2010.11.15 17:43수정 2010.11.1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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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T에서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패드(왼쪽)와 SK텔레콤에서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 탭

KT에서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패드(왼쪽)와 SK텔레콤에서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 탭 ⓒ 김시연


100만 원짜리 갤럭시 탭이 단돈 3만6천 원, 80만 원대 아이패드는 공짜? 매달 5만5천 원(부가세 제외)이나 4만 원대 요금제를 3년 동안 쓰는 조건이다. 하지만 이통사 보조금만 믿고 '공짜 태블릿'을 덥석 물었다가 '요금 폭탄'만 맞을 수도 있다.
 
SKT-KT, 태블릿 보조금 경쟁... 요금제 3년 쓰면 공짜?

SK텔레콤은 13일 삼성전자 태블릿PC '갤럭시 탭'을 공식 출시했다. 기존 스마트폰처럼 '올인원 요금제'에 가입하면 보조금과 요금 할인으로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KT 역시 아직 확정하진 않았지만 데이터 전용 요금제를 2~3년 쓰는 조건으로 아이패드를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내심 갤럭시 탭 출시를 기다려온 고객들조차 약정 요금제에 대해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처지에선 '옥상옥'이라는 것. 차라리 단말기를 제값에 구매하고 데이터 셰어링 서비스에 가입해 기존 스마트폰과 3G 데이터 사용량을 나눠 쓰는 게 낫다는 현실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태블릿은 어디까지나 '보조기기'다. 3G 음성 통화가 가능하다 해도 스마트폰이나 일반 휴대폰(피처폰)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 따라서 노트북PC나 넷북, 내비게이션 등 다른 모바일 기기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태블릿 제조사 입장에서 이통사 보조금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사실상 '투폰'을 쓰는 셈이어서 자칫 통신요금 부담만 키울 수 있다.

기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에겐 '옥상옥'

a  4일 갤럭시 탭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한 기자가 갤럭시 탭으로 음성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4일 갤럭시 탭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한 기자가 갤럭시 탭으로 음성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 김시연

과연 태블릿도 스마트폰처럼 이통사 보조금을 받고 사는 게 더 이득일까?

갤럭시 탭 공식 출고가는 99만5500원이다. 2년 약정시 보조금 26만6500원을 적용한 뒤 나머지 기기 값 72만9천 원을 매달 나누어 청구하되, 요금제와 가입 기간에 따라 요금 할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월 4만5천 원짜리 올인원45 요금제를 36개월 유지하면 매달 1만6천 원씩 할인돼 15만4천 원대에, 5만5천 원짜리 올인원55 요금제는 매달 2만 원씩 할인돼 3만6천 원대에 살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 가입자가 갤럭시 탭 때문에 같은 요금제에 추가 가입해도 이점은 거의 없다. '올인원55'의 경우 매달 5만6천 원씩 3년 동안 20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하지만 월 300분 음성 통화 정도가 추가될 뿐 태블릿이 주로 쓸 3G 데이터는 이미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어 이점이 없다. 

반면 갤럭시 탭을 정가(99만5500원)에 구입해 3년 동안 데이터 셰어링 요금(약 10만 원)만 부담하면 110만 원대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제한 데이터 나눠 쓰면 제값 주고 사는 게 유리

앞서 SK텔레콤과 KT는 한 사람이 여러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OPMD(One person multi Device) 시대에 맞춰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스마트폰 정액 요금제에 가입한 사용자가 매달 3천 원 정도 추가 부담하면 남은 3G 데이터를 태블릿, 노트북 등에서도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이통사들도 다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KT는 다행히(?) OPMD 사용량을 요금제에 따라 750MB~3GB로 제한한 반면 SK텔레콤은 사실상 무한대로 허용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SK텔레콤은 갤럭시 탭 출시를 계기로 데이터 셰어링 사용량 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공식적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물론 스마트폰 요금제만 있는 건 아니다. 갤럭시탭은 SK텔레콤 데이터전용요금제인 'T로그인'(1.5GB 월 2만4천 원, 4GB 2만9900원, 8GB 4만5000원)에 가입해도 27만 원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요금 할인은 안 돼 남은 기기 값 72만 원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

KT에서 방통위에 신청한 아이패드 요금제 역시 2~3년 요금 할인 방식을 적용했다. 80만 원대로 예상되는 16GB 3G+와이파이 모델의 경우 10만 원대 보조금을 적용해 기기 값을 70만 원대로 낮춘 뒤, 월 4만2500원짜리 4GB 데이터 요금제(월 4만2500원)에 3년 동안 가입하면 요금을 70만 원 정도 할인해 '0원'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평소 3G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사용자에겐 역시 불필요한 요금제일 수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은 이동 중일 때보다 가정이나 직장, 카페 등 와이파이가 설치된 고정된 장소에서 활용도가 높고, KT와 SKT 역시 와이파이존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조금 없는 태블릿? 가격 경쟁력이 관건

a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4일 미디어데이에서 갤럭시 탭을 양복 안쪽 주머니에 쏙 집어넣는 '퍼포먼스'를 직접 연출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4일 미디어데이에서 갤럭시 탭을 양복 안쪽 주머니에 쏙 집어넣는 '퍼포먼스'를 직접 연출했다. ⓒ 김시연

KT에서 지난 9월 출시한 7인치 태블릿 '아이덴티티 탭'은 월 2만7500원짜리 '와이브로 요금제'에 2년 가입하면 무료로 끼워주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1만 대 정도 팔았다고 한다. 3G 데이터 수신이 되지 않는 와이파이 전용 제품이란 한계가 있었지만 40만 원대란 저렴한 가격이 한몫했다. 

반면 갤럭시 탭은 아이패드에는 없는 3G 음성통화 기능, 카메라 등을 추가하면서 가격이 1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독자 판매에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이통사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역시 지난 4일 갤럭시 탭 발표 행사에서 "올해 안에 와이파이 전용 제품 출시 계획은 없다"면서 "갤럭시 탭은 전 세계 160개가 넘는 오퍼레이팅 컴퍼니(이동통신사)를 통해 출시해 갤럭시S 110여 개와 비교하면 더 많다"며 이통사 판매 방식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출시되는 태블릿은 이통사를 통하지 않은 독자 판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도 삼성전자에서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3G 단말기 유통이 가능한 구조"라면서 "사용자가 단말기만 따로 구입해 SK텔레콤이든 KT든 통신사에 가입할 수 있지만 보조금 혜택이 없어 현실적으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사에 의존하지 않은 태블릿 독자 판매가 이뤄지려면 결국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따라서 당장 비싼 약정 요금제를 물어가며 '공짜 태블릿'에 현혹되기보다는 좀 더 다양한 형태의 태블릿들이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내년까지 기다려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태블릿 #갤럭시탭 #아이패드 #SK텔레콤 #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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