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감세 논쟁... 박근혜, 청와대 무릎 꿇릴까

박근혜·안상수도 '부자감세 철회'... MB노믹스 사면초가

등록 2010.11.15 19:01수정 2010.11.1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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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이 APEC 행사 가운데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에 참석하여 관계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이 APEC 행사 가운데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에 참석하여 관계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이 APEC 행사 가운데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에 참석하여 관계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여권 내에서 불붙은 부자감세 논쟁에서 청와대가 수세에 몰렸다.

 

한나라당의 '미래 권력'을 노리는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까지 '부자감세' 철회 대열에 동참하면서부터다. 여기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의 부자감세 철회 압박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박근혜, 감세 논쟁 정면 충돌

 

a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서병수 의원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감세정책에 대해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박 전 대표는 이날 윤증현 기재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법인세는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서병수 의원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감세정책에 대해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박 전 대표는 이날 윤증현 기재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법인세는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남소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서병수 의원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감세정책에 대해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박 전 대표는 이날 윤증현 기재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법인세는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남소연

감세를 둘러싼 여권의 '현재 권력' 이명박 대통령과 '미래 권력'을 노리는 박근혜 전 대표의 생각은 크게 엇나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보도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세계 모든 나라들의 추세는 감세를 하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정책의 방향은 감세해서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쪽으로 가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가 유보된 세율(인하)을 2012년에 할지 1년 더 연장할지는 그 시기에 맞춰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그걸 조정한다고 해서 대원칙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보된 것을 이번에 실천할 거냐 1~2년 연장할 것이냐는 그때 경제사정을 봐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경제 사정'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MB노믹스의 근간인 감세 기조를 수정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 발언이었다. 특히 오는 22일 부자감세 철회 여부를 논의할 한나라당 정책의원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여권내 감세 논쟁의 가이드라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날 오랜 침묵을 깬 박근혜 전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박 전 대표의 거듭된 고민의 결과물은 소득세는 감세철회, 법인세는 감세 유지라는 절충안이었다.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은 현행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소득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며 "과표구간 8800만 원 이상의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악화된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되고 계층간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이날 오전 기획재정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나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감세 기조 유지라는 인터뷰 내용에 박 전 대표가 이에 정면으로 반박한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MB노믹스'의 근간인 감세를 둘러싼 두 권력의 충돌로도 비쳤다.   

 

게다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생각차는 적지 않았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감세론자들이 주장하는 트리클다운(감세→투자 및 소비 확대→경제 성장→세수 증대) 효과 대신 "세율이 높으면 탈세까지 갈 위험이 있다"는 논리로 감세를 옹호해 논쟁이 다소 엇나간 측면이 있지만 "감세하면서 세원이 3조 원 이상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인식차를 드러냈다.

 

난색 표하는 청와대, 하지만...

 

박 전 대표뿐 아니다. 그동안 '감세 기조 유지'라는 태도를 유지해 온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박 전 대표와 비슷한 맥락의 '부분적 감세 철회'로 급선회했다.

 

안 대표는 현행 소득세법상 오는 2012년부터는 과표 8800만 원 초과구간에 대해서 소득세율을 35%에서 33%로 인하하도록 돼 있지만 이 위에 1억 원이나 1억2000만 원의 과표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서 35%의 최고세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안 대표도 역시 법인세에 대한 감세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와대를 비롯해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감세 철회에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은 "감세와 규제완화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두 축"이라며 "감세 철회는 정책 기조에 반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각각 한나라당의 친이계와 친박계의 수장인 안 대표와 박 전 대표가 부자 감세 철회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무게추는 급격히 당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서는 홍준표, 나경원, 서병수 최고위원 등도 부자 감세 철회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 감세 철회가 미래 권력을 노리는 박 전 대표의 집권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또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소속 의원들의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압박에 한나라당이 쉽게 물러날 상황도 아니다.

 

친이·친박에 야권까지 협공... 사면초가 빠진 감세론

 

여기에 야당의 부자감세 철회 요구도 부담이다. "부자감세 전면 철회는 기본이고, 이제 한나라당도 70% 복지국가를 말하는데 그 복지를 위해서 재원을 어떻게 할것인가에 대해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세금 퍼주기로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실패한 '레이거노믹스' 베끼기다"(이용섭 민주당 의원), "세율을 내리면 세수가 늘어나 세금이 더 걷힌다, 이런 얘기는 어디 동화책에나 있는 이야기"(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라는 공세가 매섭다.

 

이용섭 의원은 이미 지난 7월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대로 각각 35%, 22%로 유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날 기재위 소속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소득세와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해 치열한 논쟁을 예고했다.

 

여야를 막론한 '부자감세' 철회 압박에 이명박 정부 들어 위세를 떨치던 감세론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2010.11.15 19:01ⓒ 2010 OhmyNews
#감세 #이명박 #박근혜 #부자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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