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세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선대식
[#사례 3] "50대 주부예요. 여유 자금을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증권사를 찾아갔네요. 사모님, 사모님 하면서 살갑게 대하던 직원이 주식 투자를 권하더라고요. 잘 모른다고 하니 글쎄 자기만 믿으래요. 원금 보장에 따블은 기본이라나. 그래, 1억원 넘게 맡겼지요. 근데 몇년새 돈이 한 푼도 안 남았대요. 따블은커녕 원금까지 날려먹었으니 참 어이가 없어서……." (C씨, 주부)"전 당연히 주식 투자를 권유하지요. 그게 제 직업이니까요. 사모님은 절 믿고 주식거래를 위탁하신 거고요. 사모님께도 좋은 종목 나오면 계속 설명해드렸고, 주식을 사고 팔 때도 수시로 통화를 했고 승낙 받았습니다. 매수, 매도 종목과 타이밍을 제 맘대로 한 적 한번도 없습니다. 투자액이 날아간 건 안타깝지만 그걸 저나 증권사가 책임질 이유가 없지요." (D씨, 증권사 직원)C씨는 증권사 직원의 무리한 권유와 투자로 손해를 보았으니 D씨와 증권사가 함께 책임을 지라며 소송을 냈다. 결과는 전부 패소.
C씨는 "부당 권유(고수익에 원금보장), 임의 거래(설명이나 동의 없이 주식거래), 과당매매(주식매매를 수시로 반복)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지법은 17일 "비록 C씨가 D씨의 권유로 주식거래를 시작했더라도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C씨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난 뒤에도 계속 D씨에게 계좌의 관리를 위탁한 점에 비추어 거래를 포괄적으로 일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주식 거래시 사전 동의, 사후 승낙을 받아 거래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증권사의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엄격하다(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상자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결국 펀드건 주식 투자건 위탁 투자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면 된다. 설사 증권사 직원이 원금을 보장해주겠다는 말을 남겼더라도 문서로 작성되지 않는 이상 그걸 법원에서 인정해주기 어렵다. 주식 투자, 전문가에게 맡겼다고 결코 안전하지 않다.
"증권사 권유로 투자했더라도 고객 보호의무 저버렸을 때만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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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③]과 같이 증권사나 은행의 권유로 투자를 한 경우 판례에서 증권사의 임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엄격하다. 조금 길지만 대법원의 입장을 보자.
"증권회사의 임직원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였으나 투자 결과 손실을 본 경우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되기 위하여는, 거래경위와 거래방법, 고객의 투자상황(재산상태, 연령, 사회적 경험 정도 등), 거래의 위험도 및 이에 관한 설명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당해 권유행위가 경험이 부족한 일반 투자가에게 거래행위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또는 고객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경우에 해당하여, 결국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려 위법성을 띤 행위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 (대법원 2000다50312 판결 등)
말이 복잡하고 어렵다. 고객의 손실에 대해 증권사에 책임을 물으려면,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렇다.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사람에게 불리한 조건은 쏙 빼고 감언이설로 꼬드겨서 투자하게 만들거나, 이득 못지 않게 손실 위험이 상당히 큰 데도 돈벌게 해줄테니 안심하고 투자하라고 권유한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아주 가끔 증권사나 은행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도 한다. 지난 10월 서울고등법원은 펀드가입을 권유하면서 고수익성만을 강조한 채 원금손실 가능성을 설명하거나 투자설명서도 보여주지 않은 채 가입을 유도하여 고객에게 손실을 입게 했다는 이유로 은행과 증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의 펀드상품은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난해한 상품이었으며 고객은 나이 70이 넘는 펀드 문외한이었다. 그런데도 법원은 증권사 등에게 손실액의 40% 책임만을 인정했다. 어쨌거나 투자하는 사람의 책임이 크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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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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