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우리의 영원한 영웅 입니다"

한국전쟁 60 주년, 리틀엔젤스 호주 공연 선보여

등록 2010.11.24 15:48수정 2010.11.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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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우리의 영원한 영웅 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우리 국민들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여러분이 베풀어주셨던 사랑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a 한국전 참전 호주/멜번 한인 참전 용사들과 리틀엔젤스  참전 호주용사들이 머무는 병원을 찾은 리틀엔젤스가 이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김치~' 소리와 함께.

한국전 참전 호주/멜번 한인 참전 용사들과 리틀엔젤스 참전 호주용사들이 머무는 병원을 찾은 리틀엔젤스가 이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김치~' 소리와 함께. ⓒ 나경운/멜번저널


한국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리틀엔젤스의 16 개국 순방 공연은 그런 마음으로 이루어졌다.


한국 전쟁 발발 60 주년이 되는 올해, 리틀엔젤스는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터어키, 벨기에, 콜롬비아, 이디오피아, 그리스, 룩셈부르크, 필리핀 그리고 호주 등 파병을 통해 한국을 지원했던 나라들을 돌고 있다.

16 개국 순방 공연은 문선명 목사가 후원한 100 억 원의 자금으로, 각국에서 모두 무료 공연으로 열렸는데, 호주는 마지막 공연지인 필리핀에 앞서, 지난 11월 21일 일요일 오후 7 시 30 분 부터 빅토리아 주 멜번 시내에서 10 여 킬로미터 떨어진 St. Kilda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공연장 Palais Theatre 에서 그 막을 올렸다.

2,800 석을 꽉 메운 관객들은 순서 순서 마다 감동의 박수를 보내며 2시간 30 분 넘게 진행된 공연을 함께 했다. 양국 국가를 리틀엔젤스의 합창으로 들으며 공연은 시작됐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가 영어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 동안, 스크린에  비참했던 한국 전쟁 당시의 기록 필름이 나왔다. 이어 눈부시게 발전해 이제 G20 회의를 개최할만큼의 성장을 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줬다.

a 영웅들에게 메달을! 리틀엔젤스 단원들이 참전 호주 용사들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영웅들에게 메달을! 리틀엔젤스 단원들이 참전 호주 용사들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 스텔라 김/나경운


a 처녀 총각 무용  리틀엔젤스가 멜번공연에서 처녀 총각 춤을 추고 있다.

처녀 총각 무용 리틀엔젤스가 멜번공연에서 처녀 총각 춤을 추고 있다. ⓒ 스텔라 김/나경운


김우상 대한민국 호주 대사와 Robert Winther 호주 재향군인회장의 축사 그리고 박보희 박사 (통일교 부의장)의 인사말이 진행되었다. 리틀엔젤스가 1964년 단 열 일곱 명의 단원으로 시작되어 오늘이 있기까지의 활동들과 16개 참전국 방문 기록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전반부가 끝났다. 궁중무용으로 본 무대의 막이 올랐다.

무용의 내용과 제목이 영어 나레이션으로 계속 소개됐다. 한국인 관객보다 여섯 배가 넘는 참석률을 보인 호주인들은 매 순서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공연은 처녀총각, 부채춤, 시집 가는 날, 북춤 등으로 1 부 순서를 마치고 15 분간의 휴식을 가진 후 다시 2 부에서 장구춤, 꼭두각시, 가야금 병창 탈춤 그리고 농악으로 이어졌다.


순서가 진행될수록 객석은 더 큰 환호로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특히 농악에서 상두머리 돌리기를 본 관객 피오나 스미스 양은 "아, 한국 홍보 책자에 자주 나오는 사진이 바로 저 무용이군요"라며 실제 보개 돼 정말 감동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a 멜번 팔레이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2800 석 규모의 멜번 팔레이스 공연장은, 리틀엔젤스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객들로 꽉 찼다.

멜번 팔레이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2800 석 규모의 멜번 팔레이스 공연장은, 리틀엔젤스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객들로 꽉 찼다. ⓒ 나경운/멜번저널


때로는 절절하게, 때로는 신나게 관객들을 쥐락펴락한 공연은 한바탕 농악이 신나게 펼쳐진 후 한복을 벗고 사관학교 생도 제복으로 갈아 입은 단원들이 양국 국기를 앞세우고 절도 있는 행진을 하며 합창을 시작하는 데서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리틀엔젤스가  '아리랑'에 이어 호주의 '아리랑'이라 할 수 있는 'Waltzing Matilda' 그리고 호주의 가수 고 피터 알렌이 불러 호주인들의 가슴 속 노래가 된 "I Still Call Australia Home" 을 합창 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앞 자리의 한 호주인 참전 용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를 친 것을 신호로 전 관객이 한 마음으로 '어린 천사들'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때 등단한 박보희 박사가 "이것이 끝이 아니다" 라면서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를 위해 희생 해 준 모든 분들에게 선물을 드리는 마음으로 왔고, 그래서 그 기념으로 메달을 드린다"며 " 참전 용사들을 무대 위로 올라오게했다. 리틀 엔젤스 중에서도 아주 조그마한 어린이들이 일일이 목에 걸어주는 메달을 받으며 참전 용사들은 다시 한 번 뜨거운 눈물로 그 기쁨을 표했다.

사회를 맡은 Michael Treacy 씨가 공연이 다 끝났음을 알렸음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던 관객들. 한국인들은 한국인들대로, 또 호주인들은 그들대로 공연의 감동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공연을 위해 사흘 전인 11월 18일 밤 늦게 멜번 시내에 여장을 풀었던 리틀 엔젤스는 다음날인 19일 금요일 오전 10시 45 분 Heidelberg 에 위치한 한국 참전 호주 용사들이 머무는 병원을 찾았다.

창단 때부터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버린 하얀 망토와 빨간 모자의 단복을 입은 리틀 엔젤스는 이 병원에 세워진 '가평 미량산 다리' 모형 개막 및 기념 식수 행사를 함께 했다. 가평 마량산은 한국전쟁이 한창 치닫던 1951년 4월과 10월, 호주 및 뉴질랜드 군인들이 전투를 벌인 곳이다. 호주 군인들은 이틀 동안 계속 된 가평 전투에서 중공군을 대파하는 성과를 올렸으나 이 전투에서만 전우 서른 두 명을 잃어야 하는 아픈 기억도 함께 갖고 있다.

"아세요? 한국 전쟁이 나던 그 해 시드니에서 호주 해군이 한국으로 출동을 하고 그 후 속속 부산을 통해 도착을 했지요. 그때의 한국... 모든 것이 전쟁으로 부서져가고 정말 견딜 수 없는 추위가 우리를 괴롭혔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결코 잊지 못할 한 가지... 당신 나라 국민들은요...그 어려움 속에서도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는 거예요. 정말 가슴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재향군인회장 Robert Winther 씨의 회고다.

"우리 호주는 원래, 그 대상이 누구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도와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라죠. 하지만, 그 도움을 받았다고 오랜 세월 지나는 동안 잊지 않고, 그 도움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개척을 하고, 또 이렇게 그 감사를 표하기 위해 찾아 오는 나라... 쉽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리틀 엔젤스의 공연은 정말 천사들이 찾아 온 것 같은 기쁨과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이지요..."
한국전쟁 참전 호주 용사 Stan Connelly 씨의 소감이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한국의 발전이 자신의 성공처럼 기쁘다고 말하던 이들 '노인'들은 마치 그 옛날, 열 아홉 스물의 나이로 한국 전쟁에서 생사를 함께 했을 때로 돌아간 듯, 옆 전우를 가리키며 "우리가 가평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이 친구는 해군이라서 선상에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고 놀리는 등 유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가평 마량산 교 개막식 행사와 21일 공연에 참석하며 줄곧 함께 한 멜번 거주 한국전 참전 한국 용사회 (회장 김동업 씨) 일곱 명의 전우들 역시 가슴 벅찬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김기성 씨 (참전 용사회 총무)는 "우리 조국이 이토록 성장을 해서 전쟁을 '옛날 이야기'가 되게 만든 것도 가슴 벅찬 일인데, 한국 문화의 대표 사절단 리틀 엔젤스의 귀여운 천사들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공연까지 이렇게 성대하게 개최하니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면서 "받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나라의 국민으로 인정을 받게 해 줘서 무엇보다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전 참전 호주 용사들은 그들의 기억에 크나큰 사랑과 감사를 더 담아 들고 온 리틀엔젤스의 공연으로 또 하나 새로운 추억을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은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을 줄 아는" 국민으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게 모두에게 '의미'와 '감동'을 선사한 리틀엔젤스는 22일 아침 캔버라로 이동 해 호주 각국 대사들과 정부 각료들이 초청된 공연을 마치고 16 개국 순방 마지막 나라인 필리핀으로 향했다.

"당신들은 우리의 영원한 영웅입니다. 그 희생과 사랑이 헛되지 않아, 우리도 이제 다른 사람들을 돕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호주 멜번에서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득 담을 수 있었던 멋진 한 주를 만들어 준 리틀 엔젤스와 관계자들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낸다. Cheers!

덧붙이는 글 | 재외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주는 것, 그것이 꼭 거창한 일일 필요는 없다.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던 리틀 엔젤스의 공연, 그 의도에 감동을 받았다.


덧붙이는 글 재외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주는 것, 그것이 꼭 거창한 일일 필요는 없다.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던 리틀 엔젤스의 공연, 그 의도에 감동을 받았다.
#리틀엔젤스 #한국전 참전호주용사 #한국전쟁 60 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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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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