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신라때 '도선국사'가 세웠다는 해운사 절집 풍경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손현희
높다란 바위산이 병풍처럼...해운사
금오산에 오르는 길은 걸어서도 가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도 있답니다. 산꼭대기까지 가는 건 아니고 바로 '해운사' 절집까지만 오갈 수 있지요.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곧바로 '해운사'로 들어섭니다. 지난날에도 와본 곳인데, 이번에는 더욱 더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그땐 지금처럼 문화재를 보는 눈길이 달랐고, 이렇게 여행하며 다니는 '참맛'을 몰랐기 때문일 겁니다.
이곳은 김천 직지사의 말사이기도 한데, 그 옛날 신라 때 도선국사가 세운 곳이랍니다. 깎아지른 듯 바위가 마치 절집을 보호라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절 뒤쪽에는 '도선굴'이 있는데 길재 선생이 이곳에서도 학문을 공부하기도 했답니다. 도선굴에는 지난날 가본 적이 있는데, 발아래는 허공이어서 바위 곁에 간신히 붙어서 아슬아슬 가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해운사는 임진왜란 때 무너졌다가 지난 1925년에 다시 고쳐 세웠다고 하네요.
제대로 마음 쓰고 살피며 알고 보니, 금오산엔 이처럼 곳곳에 길재 선생의 얼이 깃든 곳이 있더군요. 지금까지 구미에 살면서 길재 선생이 어떤 분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금오산을 다시 돌아보면서 더욱 자세하게 알게 됩니다. 몇 해 앞서 거창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곳 문화재들을 둘러보면서 무척 놀라웠던 게 있답니다.
'일원정(경남문화재자료 제78호)'에서 길재 선생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 김숙자 선생의 발자취도 볼 수 있었는데요. 그 뒤를 이어 김종직·김굉필·정여창·조광조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분들이 바로 선생의 영향을 받은 분들이라는 걸 알고 무척이나 가슴 뿌듯하게 여겼던 일이 있었지요.
구미 지역을 벗어나서까지도 길재 선생의 올곧은 가르침이 널리 퍼져나가게 되었다는 건 참으로 뜻깊은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의 얼이 담긴 금오산자락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더군요. 또 이 지역에 사는 다른 이들도 이런 마음을 간직하고 내가 사는 고장의 남다른 문화와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면 참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