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르신이곳에 들어오신 지 마흔 해쯤 되었다는 할머니, 지난날 우물물을 길어 먹던 시절 이야기가 퍽이나 살가웠답니다.
손현희
할머니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모자를 쓴 아저씨 한 분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십니다. 마침 우리를 보고는 곁에 와서 서시네요. 바로 이곳 청지기 아저씨인 김시용씨였어요. 나이를 여쭈니 올해 72세라고 하는데 무척 젊게 뵈더군요. 우리가 이 마을을 궁금하게 여기는 것 같았는지 먼저 여쭙지도 않았는데, 이 마을에 전해지는 이야기와 모례정에 얽힌 이야기, 또 옆 건물인 '불교초전기념관'에 따른 이야기들을 쏟아내십니다.
신라불교가 처음 들어온 곳, 이곳이 성지가 되어도...청지기 아저씨를 따라 기념관에 가니, 신라 불교가 처음으로 들어오게 된 배경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자료가 많이 있었답니다.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파한 '아도화상'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하나하나 담아놨어요. 그것들을 따라가며 찬찬히 설명을 해주시는데, 아저씨 이야기가 얼마나 구수한지 모릅니다. 게다가 이곳을 지키며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걸 퍽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했어요. 구수한 말투 속에 그런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답니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우리가 마치 그 옛날 아도화상이 고구려에서 신라로 건너와 불교를 전파할 때, 겪었던 어려움(당시에는 신라에 불교가 배척 받으며 시련을 겪었을 때였음)을 곁에서 듣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또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이렇게 놀라운 역사가 담긴 이곳을 '성지'로 삼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아직은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아서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가 보고 들은 바로도 이곳이 신라불교 성지로 자리 잡아도 너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지금은 오로지 아도화상이 이 마을 모례(신라불교 첫 신도)네 집에서 숨어서 머슴살이를 하며 살다가 신라의 첫 가람인 '도리사'를 짓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비롯되어 그 옛날 모례네 집에 있던 우물만이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만, 그것과 함께 이곳을 '성지'로 삼아 널리 알리는 일도 매우 값어치 있는 일이라 여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