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풍성한 들판이자꾸만 사라집니다. 길 한쪽엔 온통 흙더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가 다녀본 곳 가운데에 왜관부터 구미, 선산, 의성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곁에는 온통 이렇게 아름답지 못한 풍경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손현희
언제나처럼 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찻길을 뒤로 하고,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논길 사이로 갔습니다. 선산에서 의성 낙정리까지 가는 마을길은 지난날 우리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자주 지나다니던 곳이랍니다. 한참 동안 신나게 달려왔는데, 그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없어졌습니다. 길이 있어야 할 곳에는 커다란 산성처럼 봉곳이 솟아오른 크고 높은 흙더미들만 쌓여 있었어요. 바로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낙동강에서 퍼낸 '준설토'를 온 천지에 쌓아둔 것이랍니다.
마을길을 지나오면서 이맘 때면 늘 보았던 금빛 출렁이는 논은 온데간데없고, 길옆으로 흙더미를 쌓아 놓은 것만 보고 왔지만, 그렇다고 길까지 없애서 막았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지요. 한동안 멍한 채로 서서 우리 앞을 가로막은 큰 산성을 바라봤습니다. 그야말로 이게 바로 '명박산성'이네요. 이 길 모퉁이만 돌면 닿을 수 있는 길을 코앞에다 두고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 나와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내내 '4대강살리기' 공사 때문에 쉴 새 없이 오가는 덤프트럭을 피해 다니느라고 초조하기도 했고, 길 가에 키 작은 풀들조차도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흙먼지에 덮여있어 안쓰러운 마음을 안고 왔답니다. 게다가 도개면에 들어섰을 때엔, 대구광역시가 구미 땅에다가 일을 펼치고 있는 '취수원'을 절대로 세울 수 없다며 온 마을 곳곳에 주민들의 한숨이 적힌 펼침막을 보면서 왔지요.
나라에서 하는 어떤 큰일을 두고 모두가 다 찬성하고 좋아할 수는 없다지만, 거의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고 반대하는 일을 애써서 하려 하고 그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정책도 참 안타까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