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이기는 방법을 아십니까

겨울에 냉탕 온탕 오가며 '추위속에 뛰어들기' 연습

등록 2010.11.29 18:18수정 2010.11.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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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졌다. 살갗이 움츠러든다. 지난 여름 그 지긋지긋했던 더위는 아무리 기억해내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얼마 전 한파가 몰려온 날이다. 밖에 일이 있어 돌아다녔더니 몸이 꽁꽁 얼었다. 뜨거운 목욕물이 생각났다. 

 

언 몸을 녹이는데 뜨거운 물이 철철 넘치는 대중목욕탕만 한 곳이 어디 있을까. 나는 대중목욕탕엘 가면 '냉탕온탕'을 즐긴다. 뜨거운 온탕과 차가운 냉탕을 몇 차례 들락거리는 목욕법이다.

 

10여 년 전 부터 즐기게 된 목욕습관이다. 그전에는 냉탕온탕을 번갈아 오가는 사람이 달리 보였다. 특히 추운 겨울날, 보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냉탕에 들어가 텀벙거리는 건 겨울날 냉수마찰보다 더 어렵게 보였다. 나로선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러다가 친구가 너무나 쉽게 왔다갔다하며 '따라 들어오라'고 했다. 생각보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비결(?)은 뜨거운 열탕에 몸을 충분히 달군 후 차가운 냉탕에 들어가는 것이다. 뜨겁게 달구어진 피부가 보호막이 되어 차가운 물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동산선사洞山禪師의 선문선답禪問禪答 한 구절이 떠오른다.

 

"어느 스님이 동산선사에게 '추위나 더위를 어떻게 피하는 게 좋습니까?'라고 물었다. 선사는 '추울 때는 추위에 뛰어들고 더울 때는 더위에 뛰어들어라'고 답하셨다." 

 

선사의 답은 역발상의 놀라움이었다. 나는 추위란 것은, 막거나, 피하거나, 참고 견디거나, 이겨야만 할 적賊이나 병病과 같이 여기고 있는데 그 추위에 뛰어들어라? 

 

이열치열以熱治熱(열로서 열을 다스린다)이나 이한치한以寒治寒(추위를 추위로 다스린다)이란 뜻 일까. 이제 겨울철 냉탕으로 뛰어들면서 퍼뜩 '잠깐 동안이라도 선사의 말대로 추위에 뛰어드는 것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 같아 피식 웃었다.

 

그러나 이게 뛰어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냉탕온탕식은 추위를 몇 분간 견디어 낸 것이지, 몸 전체가 오랜 시간 추위에 뛰어든 건 아니다.

 

엄동에 눈 덮인 산을 등행했었던 일이 확실히 더 추위에 뛰어든 일이 될 것 같다. 힘든 산길을 오르느라 몸에서 열기가 솟아나와 겨울추위는 완전히 잊었다.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동안 추위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땀이 식으니 춥기는 더하다.

 

혹시 '깨진 독에 물 붓기'는 아닐까. 영화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한 장면이다. 절에 무위기탁하려는 무뢰한들에게 늙은 스님이 난제를 내놓는다. 깨진 독을 하나 내주며 '독안에 물을 가득 채우라 그러면 절 안에 머무는 것을 허락하겠다.'

 

무뢰한들은 열심히 물을 날라 독에 퍼붓는다. 물은 도저히 차오르지 않는다. 나중에 지쳐서 성질나는 대로 그 깨진 독을 연못 속에 던져버린다. 그러자 난제가 풀린다. 연못에 빠졌으니 깨진 독안에 물이 가득 찬다. 깨진 독에 찔끔 찔끔 물을 채우려는 식으로는 안 된다.

 

아예 물속에 독을 온통 던져 넣어야 된다. 선사의 말씀도 추위 속에 찔끔 찔끔 드나들지 말고 몸과 마음을 한데 합쳐 온통 던지라는 주문 같다. 그런데 그게 실제 가능할지 항시 의문이다.

 

몸과 마음이 일체가 되지 않아서인지, 추운 날 냉탕에 들어가면서 뛰어 들어가는 게 몸이 먼저일까, 마음이 먼저일까 하는 의문부터 생겨난다. '도저히 엄두도 못 낼일'이라는 생각이 친구의 쉽게 하는 모습을 보고 '해 볼만 하겠다'로 변하자 냉탕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마음이 먼저 뛰어들어야 몸도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선사의 일화를 읽었을 당시, 진로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때였다. 그 고민과 괴로움을 잊으려고 '괴로움에 뛰어 들어라', 선사의 답을 빌려보았다. 스스로 시도 해보았다.

 

그러나 어설프게 뛰어들어서인지 마음의 괴로움은 좀체 줄지 않았다. 역시 몸이 먼저 움직여야 마음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추위에 뛰어든다'는 목표를 향해, 당장은 열심히 살갗을 뜨겁게 달구어 냉탕을 오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월간지 송광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1.29 18:18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월간지 송광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추위 #냉탕온탕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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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밥값을 하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풀기 위해 <길이 글인가2>를 발간했습니다. 후반부 인생에게 존재의 의미와 자존감을 높여주는 생에 활기를 주는 칼럼입니다. <글이 길인가 ;2014년>에 이은 두 번째 칼럼집입니다. 기자생활 30년,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16년을 지내고 eBook 만들기와 주역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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