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보상금, 고작 국제기금 일용직 2~3일치"

[태안 앞바다 유류사고 3년] 3주년 보고대회·위령제 열렸지만...

등록 2010.12.07 21:28수정 2010.12.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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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년 보고대회장 가득 메운 피해주민들 사고 만 3년째를 맞아 7일 오후 1시부터 태안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허베이스피트호·삼성중공업 원유유출 오염사고 3주년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 태안군

▲ 3주년 보고대회장 가득 메운 피해주민들 사고 만 3년째를 맞아 7일 오후 1시부터 태안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허베이스피트호·삼성중공업 원유유출 오염사고 3주년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 태안군

"국제기금에서 사정이 되었다고 해도 맨손 어업자들에게 돌아오는 보상금은 150여만 원 정도인데 반해 이를 위해 국제기금에서 일하고 있는 일용직 근무자의 하루 일당은 500불이랍니다. 이들이 3일 정도만 일해도 피해민들의 보상액과 비슷할 정도이니 일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2007년 12월 7일 태안 만리포 앞 해상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유출사고가 3년이 지났음에도 유류피해민들의 삶은 벼랑끝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정부의 무관심과 가해기업인 삼성과 현대의 모르쇠 작전은 해가 갈수록 피해민들의 감정만 자극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세 번째 개최되는 보고대회지만 피해 배·보상과 관련한 사정율만 조금 높아졌을 뿐 실제로 피해주민들에게 돌아오는 실질적 보상이 전무한 가운데 피해주민들의 소외감과 감정의 골은 점점 더 깊어만가고 있다.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는 사고 만 3년째를 맞아 7일 오후 1시부터 태안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허베이스피트호·삼성중공업 원유유출 오염사고 3주년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제는 보상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되었고, 조만간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겠지'하는 기대감으로 이날 행사장을 찾은 피해주민들은 어림잡아 1천여 명.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보고회장을 찾은 주민들은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고 실망감만 안은 채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에 앞서 엄숙하게 진행된 네 명의 열사들의 위령제를 지켜보며 모두 한마음으로 가슴 아파했다.

 

"4명의 고귀한 뜻 이어받겠다" 위령제 엄숙하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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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열사를 위한 위령제 보고대회에 앞서 유류피해로 인해 운명을 달리한 네명의 희생자에 대한 위령제가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 태안군

▲ 4명의 열사를 위한 위령제 보고대회에 앞서 유류피해로 인해 운명을 달리한 네명의 희생자에 대한 위령제가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 태안군

백영곤 원이대책위원장의 진행으로 엄숙하게 거행된 위령제에서는 지난 3년간 피해민들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며 무보수로 헌신봉사하고 있는 유류피해 15개 단체장들과 보고대회에 참석한 내외 귀빈들의 분향과 헌화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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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하게 진행되고 있는 위령제. 흰 장갑을 긴 이(오른쪽 두번째)가 고 이영권씨의 미망인 가재분씨이고, 분향을 위해 뒤에 서 있는 두분이 고 성정대씨의 유가족이다. ⓒ 태안군

엄숙하게 진행되고 있는 위령제. 흰 장갑을 긴 이(오른쪽 두번째)가 고 이영권씨의 미망인 가재분씨이고, 분향을 위해 뒤에 서 있는 두분이 고 성정대씨의 유가족이다. ⓒ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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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인들의 분향 고 이영권씨와 고 성정대씨의 미망인이 분향하고 있다. ⓒ 태안군

▲ 미망인들의 분향 고 이영권씨와 고 성정대씨의 미망인이 분향하고 있다. ⓒ 태안군

특히 이용권, 김용진, 지창환 열사에 이어 지난 2월 26일 전피해민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고 성정대 열사의 미망인은 분향이 진행되는 동안 오열해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1시간여 동안 엄숙하게 진행된 위령제에 이어 유류피해사고 동영상을 시청한 피해주민들은 또다시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검은 기름의 악몽을 되새기며 애써 감정을 추스렸다.

 

2부 3주년 보고대회에서는 의식행사와 함께 김황식 국무총리의 메시지 낭독, 격려사, 2010년 연합회 활동 현황 보고, 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과 시민조사단의 생태조사단 활동보고서 발표, 건강영향조사 결과 발표 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동안 유류피해로 인한 좌절과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희생한 4인의 유가족을 위해 변호사를 자청해 왔던 박찬종 변호사의 '태안사태 바로보기' 설명으로 보고대회가 절정을 이루었고, 자리를 함께한 피해주민들은 정부와 삼성, 현대를 향한 분노의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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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지원에 대해 설명하는 조규종 손해사정사 조씨는 피해주민들의 보상액이 국제기금 일용직 근무자의 2~3일치 일당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 김동이

▲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지원에 대해 설명하는 조규종 손해사정사 조씨는 피해주민들의 보상액이 국제기금 일용직 근무자의 2~3일치 일당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 김동이

또 보고대회의 절정에서 마이크를 잡은 조규종 손해사정사는 피해보상이 지연되는 이유가 2009년 7월 이후 집중청구로 인한 원인이라는 보고를 정면으로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조씨는 "사고 이후 꾸준히 피해보상 절차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피해보상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사정이 끝나고 보상을 받아도 맨손어업 피해주민의 주머니에 고작 150여만 원 밖에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부각시키며 "국제기금(국제유류오염손해보상기금, IOPC Fund)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무자의 2~3일 일당 밖에 되지 않는다"고 국제기금의 근무 태만을 지적했다.

 

보고에 이어 피해주민 대표가 대통령에게 보내는 건의문을 낭독했고, 김경옥씨와 전완수 피해민대표가 정부와 삼성을 향한 결의문을 낭독하며 3주년 보고대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대통령 태안 직접 방문해 피해민의 목소리 청취해 달라

 

피해민들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건의문을 통해 ▲원유유출사고 전체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마련 ▲대통령 직접 태안군 방문 피해민 목소리 청취 ▲삼성그룹 차원에서 피해지역에 획기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중재 등의 세 가지 사항을 담아 건의했다.

 

또 정부에 대해서는 ▲조업제한에 따른 차액부분 전액 정부 배상 ▲ 대부금 미상환자 연체금 부과 즉각 중단 ▲보상받지 못한 자 피해민이 인정하는 수준으로 보장 ▲해양환경복원과 지역경제활성화사업 조기 추진 등을, 삼성과 현대에 대해서는 ▲삼성 이건희와 이재용 태안피해민에 사과 ▲국정감사 출석하지 않고 해외도피한 삼성중공업 노인식 즉각 고발 ▲현대는 화주로서 태안사태에 책임 통감 ▲법적 외에 사회적 도덕적 책임지겠다는 삼성 구체적인 내용 제시 등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국응복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장은 "유류사고 3년이 지난 오늘 되돌아보니 어떻게 그 검은 기름 덩어리들을 걷어내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힘든 시간을 견디어 낸 군민 모두 대단하다"고 재앙을 이겨낸 피해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어 "몇몇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에 왜 주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며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배상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지 울분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국 회장은 이에 덧붙여 정부와 삼성, 현대를 향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정당하게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질책한 뒤 피해주민들에게도 "모두 하나로 뭉쳐 서로 간 질시하지 않고 모두 함께 유류피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은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의 말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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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회장 밖 기름덩어리 소원면 대책위원회가 보고회장에 가져 온 타르와 원유덩어리. ⓒ 김동이

▲ 보고회장 밖 기름덩어리 소원면 대책위원회가 보고회장에 가져 온 타르와 원유덩어리. ⓒ 김동이

한편, 이날 보고회가 열린 문화예술회관 앞에는 정부와 삼성, 현대를 향한 피해민의 분노가 표출된 현수막이 내걸렸다. 특히 소원면 대책위원회는 보고회장 입구에 대삼성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가 담긴 대자보와 사진을 부착하고, 타르 덩어리가 가득 들어있는 자루와 시커먼 원유를 담은 페트병을 준비해 놓고 방제작업의 시급성을 알리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안원유유출사고 #기름유출사고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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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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