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이 승리'... <자이언트>가 있어 행복했다

60회 끝으로 종영된 자이언트, 명작으로 남다

등록 2010.12.08 14:59수정 2010.12.0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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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 ⓒ SBS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 ⓒ SBS

긴 여정이 끝났다. 현 권력자의 일대기를 다뤘다는 의혹 속에 순탄치 않은 출발을 했던 <자이언트>, 하지만 드라마의 끝은 '거'인이라는 제목에 걸맞았다. 7일 방영된 60회, 마지막회는 40,1%(TNmS)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짜릿한 감동을 선물했다. '정의가 승리한다'는 아주 원초적인 감동 말이다.

 

독재와 부패가 판쳤던 세상에서, 올바름이라는 투박한 무기로 맞서 싸운 이들이 있다. 바로 이강모(이범수), 이성모(박상민), 이미주(황정음)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그늘에 기생해 권력을 거머쥔 조필연(정보석)이란 거대악과 맞서 싸웠다.

 

절대 이길수 없을 것 같던, 남매의 길고 길었던 싸움은 결국 마지막회에서 끝이 났다. 이들 남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 조필연의 악행을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에서 낱낱이 폭로한 것이다. 끝없는 권력을 향해 기어오르던 조필연은 결국 마지막회에서 송두리째 무너졌다.

 

정의롭게 사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자이언트>

 

<자이언트>는 '정의롭게 사는 자가 승리' 하는 세상을 그리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거대악에 맞서 승리한 <자이언트> 주인공들이 기적같아 보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다. 숱한 독재와 부패, 비리를 뚫고 진짜 민주주의를 이뤄가는 우리의 역사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두운 과거의 이야기를 뚫고, 2010년으로 돌아온 <자이언트>의 마지막 장면은 희망을 노래했다.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위기의 순간을 이겨낸 이강모·이미주 남매는 극중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행복한 미래를 만들 것이란 암시를 남겼다. 그리고 미국으로 입양 됐던 막내 동생 준모마저 돌아와 훈훈한 끝맺음을 했다.

 

그런 행복한 결말 속, 이성모의 죽음이 못내 아쉽지만 그것은 어쩌면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 필연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희생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만들었던 사회의 정의가 결코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드라마는 전하고 있는 듯했다.

 

선인들의 행복한 결말과 달리 악인의 끝은 잔혹했다. 인터넷 상에서 '소악마'라고 까지 불리며 악역의 진수를 보여준 조필연은 결국 총리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필연의 모습은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섬찟했다. 하지만 더 큰 공포는 이런 악인의 모델이 우리 현대사에 존재했다는 것은 아닐까.

 

<자이언트>가 명작이 된 이유?

 

사실, <자이언트>는 방영전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다. 건설회사 사장의 일대기라는 소재가 의혹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또 드라마 전반에 깔리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의 싸움'이라는 진부한 주제도 일부 시청자들에게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했다. 드라마 방영 초기 저조한 시청률은 바로 이런 이유가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루머와 진부한 주제를 벗어나, <자이언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흥미진진해졌다. 탄탄한 줄거리가 큰 역할을 했다. 60화에 달하는 장편 드라마임에도 빠른 전개와 식상함을 찾아 볼 수 없는 내용이 <자이언트>의 매력이었다. 두뇌 싸움을 하듯, 극중 캐릭터들 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시대의 큰 사건들을 놓치지 않고 극에 넣어준 것도 <자이언트>의 정체성을 찾게 했다. 삼청교육대, 대통령 비자금, 박종철 고문 치사, 삼풍백화점 붕괴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극에 잘 아울러 하나의 잘 정리된 역사극을 보는 느낌을 들게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를 아우르는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도 각자 캐릭터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배우들이 있었던 것이 <자이언트>의 성공 요인이다. 조필연역의 정보석은 <자이언트>속 최고의 보석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는 지금껏 한국 드라마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악인의 모습을 선보였다. '악이 옳다' '악이 강하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극을 호령한 조필연, 그를 연기한 정보석의 열연은 드라마를 빛나게 했다.

 

또한 정보부 요원부터, 바보 연기까지 다양한 연기를 훌륭히 소화한 이성모역의 박상민 역시 극을 빛낸 수훈갑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이강모역의 이범수, 사랑 이야기로 활력을 불어넣은 이미주(황정음), 조민우(주상욱) 역시 마찬가지다.

 

초반의 낮은 시청률을 극복하고 자이언트가 40%대의 높은 시청률로 화려한 끝맺음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이런 <자이언트>를 감히 2010년도의 <모래시계>였다고 칭해본다. 단지 시청률이 높기 때문이 아니다. 막장이 판치는 요즘 드라마 세태에서 한국 현대사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빛나는 민주주의를 뒤로하고 다시금 과거 회귀현상이 우려되는 2010년, '정의가 승리한다'는 믿음을 전해준 <자이언트>가 있어 행복했다.

2010.12.08 14:59 ⓒ 2010 OhmyNews
#자이언트 #이강모 #이성모 #이미주 #이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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