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교장 거부하는 동맹휴학 주동자였던 '고은'

군산대학교에서'고은 선생의 삶과 문학' 심포지엄 열려

등록 2010.12.10 14:53수정 2010.12.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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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1호관 1층 강의실.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1호관 1층 강의실. ⓒ 조종안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1호관 1층 강의실. ⓒ 조종안

군산문화원(원장 이복웅)은 9일 오후 2시30분 군산대학교 해양과학대학 1호관 강의실에서 '한국 최대의 민족시인' 고은의 삶과 문학을 되짚어보고 평가하는 학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례, 개회사(이복웅), 축사(군산시 의장, 군산대 총장)에 이어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와 도종환 시인의 주제발표, 10분 휴식 후 전정구 전북대 교수, 류보선 군산대 교수, 강연호 원광대 교수가 참여하는 종합토론회 순으로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고은'은 천생의 서정시인

 

a  ‘실존의 모헙, 대지의 서사’ 주제로 토론하는 염무웅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실존의 모헙, 대지의 서사’ 주제로 토론하는 염무웅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 조종안

‘실존의 모헙, 대지의 서사’ 주제로 토론하는 염무웅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 조종안

첫 발제자 염무웅 교수 겸 문학평론가는 "고은 시인은 우리 문학사상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작품 량을 생산한 분"이라고 언급하고 "그는 감성의 폭포를 내장한 천생의 서정 시인인 동시에 완강한 서사적 욕구를 지닌 작가"라고 평가했다.

 

염 교수는 고은 시인의 장시 <사형(死刑)>(1969년), 1977년의 <대륙(大陸)>, 1980년 신군부 쿠데타 직후 남한산성 육군형무소에서의 수난과 고통 속에서 태어난 서사시 <백두산> 일곱 권(1987-1994)과 <만인보>(1986-2010)서른 권 등을 예로 들었다.  

 

염 교수는 "오직 '감탄사'로 이야기를 마치겠다"며 훗날 고은 문학 연구자들은 점점 강화되는 고은 시인의 불가사의한 에너지 근원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 애를 먹을 것이며, 고은 문학의 변화무쌍한 전개과정을 어떻게 성격지어 시대를 구분할 것인지 큰 곤욕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친일파 교장 거부하는 동맹휴학 주동자였던 '고은' 

 

a  ‘유목의 정신, 백척간두의 삶’이란 주제로 토론하는 도종환 시인

‘유목의 정신, 백척간두의 삶’이란 주제로 토론하는 도종환 시인 ⓒ 조종안

‘유목의 정신, 백척간두의 삶’이란 주제로 토론하는 도종환 시인 ⓒ 조종안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시인은 '한국 현대 문학사상 최초의 대시인(Major Poet)', '한국 최대의 민족시인', '비판적 리얼리즘의 최고봉' 등이 고은 시인을 일컫는 수식어들이라며 "그는 유목의 정신으로 백척간두의 삶을 살아온 분"이라고 강조했다.

 

도 시인은 "고은은 스스로 '난세의 자식'이라고 말하고, 아버지 아들이 아니라 '구름의 아들'이라고 한다"면서 "그는 친일파 교장을 거부하는 동맹휴학 주동자였고, 16살 때 '한하운시초'(韓何雲詩抄)를 주워 읽고 시인의 꿈을 키운 문학 소년이었다"며 고은의 어린 시절을 소개했다.

 

또 도 시인은 "(고은은) 40대에 불혹도 없고, 60에도 철들지 않는 시인이라고 스스로 말했다"며 "실크빛 연애를 생각할 때도, 상처받은 짐승처럼 대지를 헤매고 다닐 때도, 화살이 되어 한 시대의 과녁을 향해 달려갈 때도, 전광석화처럼 머리를 때리고 가는 선시풍의 단시를 쓸 때도, 완간된 <만인보>를 던져놓고 80이 내일모레임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열정의 현역 시인이다"고 평가했다.

 

'생략-비약-전도(顚倒)'는 고은 시인의 문체적 특징

 

10분 동안 휴식을 취하고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전정구 교수는 "고은 시인을 쉽게 논할 수 없게 하는 이유는 염무웅 교수 지적처럼 작품 량이 많다는 것"이라며 "본질적 요인은 늙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은 특유의 왕성함과 지적, 문학적 호기심, 안주를 거부하는 방랑과 모험의 다양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고은 문학은 기성 문학의 흐름이나 그 시대의 문학조류-문학 풍토와의 상호작용-반작용, 혹은 단절-거부와 교류-역류 속에서 활력을 찾은 측면이 있다"면서 "거역이든 순응이든 당대 문학과의 관계 속에서 모색된 실존의 몸부림이 나타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의 문학적 위상이 정립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일관된 흐름을 부정하는 특성이 오늘날의 '고은 문학의 다채로운 여러 갈래의 산맥'을 형성했다는 것. 

 

전 교수는 도종환 시인의 발제문에 고은 시인의 작품을 두고 지나친 비약과 생략, 비문, 비슷한 말의 반복이 등장하는 시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는 대목이 있는데 그보다는, '생략-비약-전도(顚倒)'는 고은의 문체적 특징이며 틀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의 대담성은 결점이 아니라 특유의 일관된 요소라는 견해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a  고은 문학의 세계적 보편성과 위상에 대해 염무웅, 도종환 발제자에게 질문하는 군산대 류보선 교수(오른쪽)와 원광대 강연호 교수(왼쪽)

고은 문학의 세계적 보편성과 위상에 대해 염무웅, 도종환 발제자에게 질문하는 군산대 류보선 교수(오른쪽)와 원광대 강연호 교수(왼쪽) ⓒ 조종안

고은 문학의 세계적 보편성과 위상에 대해 염무웅, 도종환 발제자에게 질문하는 군산대 류보선 교수(오른쪽)와 원광대 강연호 교수(왼쪽) ⓒ 조종안

군산대 류보선 교수는 "그간 다른 나라의 문학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을 유지하던 한국문학이 최근 들어 세계문학의 중요한 발신자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고은 문학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군산이라는 복잡하고 혼종적인 문화와 역사가 어떻게 고은의 문학을 태동시켰는지 연구하고, 군산의 지역성과 고은 문학과의 관계성을 찾아내어 고은 선생의 웅혼한 문학 정신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 이바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원광대 강연호 교수는 "고은 시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허무주의에서 역사주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는데, 그중 방랑과 방황, 허무 의식 등으로 평가되는 초기 시의 세계에 흥미를 갖고 있다"면서 "고은 문학의 큰 특징은 불행한 세상을 거침없이 건너며 인과율을 벗어난 상상력의 직관적 제시"이겠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생가 복원과 기념관 건립을 위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

 

a  종합토론 좌장으로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이복웅 군산문화원장

종합토론 좌장으로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이복웅 군산문화원장 ⓒ 조종안

종합토론 좌장으로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이복웅 군산문화원장 ⓒ 조종안

좌장을 맡았던 이복웅 군산문화원장은 "시인 고은 선생의 삶과 문학에 대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우리는 세계 문학사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그 길을 걷는 고은의 모습을 발견했다"면서 "그의 업적과 문학 세계를 어떻게 기리고 간직해나갈 것인가가 명제로 남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원장은 "고은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심포지엄이 열려 더욱 뜻 깊다"며 세계문학사를 향해 걷는 고은 선생의 생가 복원사업과 기념관 건립을 어떻게 풀고 이뤄낼 것인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리를 끝까지 지켜준 시민과 토론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토론회를 마쳤다.

 

토론회가 끝나고 무대 앞으로 나온 고은 시인은 무거운 음성으로 "형제 사이로 지내던 이영희 선생님을 광주 망월동에 모시고 오는 길"이라며 먼저 떠난 이영희 선생을 애도했다. 고은은 "20년 전에 죽은 저를 20주기 기념으로 군산문화원에서 불러준 느낌이 든다"며 추운 날씨에 긴 시간을 할애해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a  토론회가 열리는 동안 복도 의자에서 고(故) 이영희 선생 관련 기사를 읽는 고은 시인.

토론회가 열리는 동안 복도 의자에서 고(故) 이영희 선생 관련 기사를 읽는 고은 시인. ⓒ 조종안

토론회가 열리는 동안 복도 의자에서 고(故) 이영희 선생 관련 기사를 읽는 고은 시인. ⓒ 조종안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은 시인 #심포지엄 #군산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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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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