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집 골목에는 눈이 없을까?

등록 2010.12.17 14:38수정 2010.12.17 14:3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내집 네집 따지지 않고 눈을 치우는 통에 눈이 쌓이지를 못합니다.

내집 네집 따지지 않고 눈을 치우는 통에 눈이 쌓이지를 못합니다. ⓒ 오창균


'드르륵... 드르륵...' 소리에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내리고 길에는 제법 눈이 쌓였습니다. 곧바로 옷을 입고 싸리빗자루를 챙겨 밖으로 나갔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눈이 많이 와. 하하하"

윗집 할머니와 앞집 아주머니가 빗자루와 눈삽으로 골목길에 쌓인 눈을 거의 다 쓸고 벽쪽으로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빠른 손놀림으로 눈을 쓸고 밀어내며 가파른 계단에 쌓인 눈까지 싹싹 쓸어냈습니다. 도로쪽에는 이미 눈이 쌓여서 차들이 조심스럽게 기어갑니다. 길 건너 골목길에는 눈이 그대로 쌓이고, 간혹 자기집 대문 앞 눈만 치우는 사람만 보일뿐 큰 길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의 눈에는 관심 없어 보입니다.

a  눈 쌓인 골목길을 보면 마음이 갑갑합니다.

눈 쌓인 골목길을 보면 마음이 갑갑합니다. ⓒ 오창균


작년, 폭설때에도 내가 사는 골목길의 이웃들은 네 집 내 집 가릴것 없이 서로가 나서서 눈을 치웠습니다. 다른 집들의 골목에는 눈이 그대로 쌓였고, 자기집 앞 눈만 치우는 것을 두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오늘도 그 골목에 사는 아저씨는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담배를 태우고 우리 골목을 넌지시 쳐다보기만 합니다.

이웃과 평소에 소통을 했다면 저런 일은 없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아저씨가 먼저 나서서 골목의 눈을 치우면 이웃들도 나올텐데 하는 생각이 아저씨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이사 온 후로 골목길에서 마주칠때마다 하루에 몇번씩이라도 인사를 나누는 이웃을 둔 걸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a  집앞에는 가파른 계단이 있어서 사고라도 날까봐 눈 치울때 더 신경을 씁니다.

집앞에는 가파른 계단이 있어서 사고라도 날까봐 눈 치울때 더 신경을 씁니다. ⓒ 오창균


정신없이 눈을 치우고 집으로 들어와 시계를 보니 8시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급히 나가느라 밥 못한 것을 자책하며 쌀을 씻어 앉히고 이런 때를 대비해 사다둔 라면을 꺼내고 자고 있는 딸을 깨웠습니다.


"다은아 함박눈이 엄청 내린다. 아침에 라면 먹을래?"
"정말? 창문좀 열어봐. 우와 정말이네. 근데 왜 라면이야?'
"아빠가 눈 치우느라 깜박하고 밥을 못했어."

딸을 학교에 보내고 집 청소를 한 후에 밥을 먹고 있는데 밖에서 눈 치우는 소리가 또 들립니다. 덩달아 밥을 급하게 먹고 숟가락을 놓자마자 밖으로 나가봅니다.
#눈 #골목길 #이웃 #소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