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온도계는 몇 도일까?

이웃사랑으로 마음의 온도를 높이자

등록 2010.12.21 13:52수정 2010.12.21 13:5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 한해도 이제 10여일 남짓 남았다. 밀레니엄 버그니, 새천년의 시작이니 하면서 법석을 떨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21세기의 10년이 싹둑 잘리어 나갔다. 세월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학창시절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더디 가는 세월이 원망스럽기까지 했었는데, 나이가 드니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려가고 있다.


잿빛으로 색이 바랜 산과 들녘 그리고 나무들의 쓸쓸한 모습과 그 풍경 속에 감춰져 있을 상처들을 생각하니 저물어가는 한해의 끝자락이 한없이 고적하다. 돌이켜보면 한 해 동안 참 바쁘게 살아온 듯한데 특별히 해놓은 것이나 딱히 마음에 남는 일이 없다. 그냥 직장인으로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았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려니 생각도 해보지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버릴 건 다 버리고, 내려놓을 건 다 내려놓은 채 휴식기에 들어간 나무들이나, 깊은 동면에 빠져있을 동물들을 보면 세상을 참 슬기롭게 사는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그들은 동면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아니 무슨 생각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하늘과 별과 바람과 그리고 대지의 속삭임을 느끼면서 내년을 장만하고 있는 게 맞을 것이다. 마음속에 쉼표 하나씩을 간직하고 쉬어야 할 때 쉴 줄 아는 지혜를 그들은 갖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도 할 수만 있다면 동식물처럼 겨울잠을 자면서 휴식기를 갖는다면 괜찮을 것 같다. 5년이나 10년 주기로 생활에 찌든 때와 삶의 버거운 짐을 내려놓고 한 1년 정도 쉬면서 자기를 돌아보고 재충전해서 또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살아가는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사회도 훨씬 부드럽고 생기가 넘칠 것이며, 사람들은 새로운 정열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 삶을 살 것이다.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이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 "북치는 소년" 전문, 김종삼 시집〈십이음계〉중에서

학창시절에는 연말이면 그래도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예쁜 엽서에 서로서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며 힘든 세월, 거친 세상을 헤쳐나갔었는데, 국민소득 2만불 시대라는 요즘은 마음이 메말라 그런 여유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이 분노와 비애를 가슴에 안고 칼바람 부는 거리를 배회할 뿐이다. 북치는 소년처럼.

학창시절에 도시의 변방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생활비도 벌고 건강도 챙길 양으로 새벽시간에 신문배달을 한 적이 있었다. 새벽 4시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지만, 새벽공기를 맡으며 잉크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신문뭉치를 들고 두어 시간 뛰고 오면 온 몸이 땀에 젖고 기분이 상쾌해 하루를 시작하는 게 즐거웠다.

지금도 생각나는 건 크리스마스나 명절 때가 되면 몇몇 독자들이 나를 위해 목도리나 털장갑을 '고생한다'는 작은 카드와 함께 대문에 걸어두곤 한 것이다. 값지고 귀한 선물은 아니었지만 그네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그 고마움을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

물질의 풍요는 마음의 빈곤을 가져다주는가? 세상이 풍요로워진 만큼 사람들의 마음은 황량하고 피폐해 지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남을 돕는 것에 인색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에 서툴다. 그래서 늘 마음의 수은주는 빙점 아래로 꽁꽁 얼어있다. 더욱이 금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유용사건으로 온정의 손길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이 겨울에 헐벗고 굶주리는 이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올 연말에는 학창시절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줬던 고마운 분들을 생각하면서 가난한 이웃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사랑을 나눠야겠다. 그래서 내 마음의 온도계가 한껏 높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북치는 소년 #크리스마스 카드 #온도계 #이웃사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생은 물처럼, 바람처럼, 시(詩)처럼 / essayist, reader, traveler

AD

AD

AD

인기기사

  1. 1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2. 2 "개발도상국 대통령 기념사인가"... 윤 대통령 5·18기념사, 쏟아지는 혹평
  3. 3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4. 4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