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아침 롯데마트 개점 시간부터 1시간여 기다린 한 고객이 예약한 치킨을 받아가고 있다.
김시연
'이마트 피자'에 이어 롯데마트가 5000원에 팔리는 '통큰치킨'을 내놓으면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시중가격의 약 3분의1 가격에 치킨을 판매하면서 대기업이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 올바르냐는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치킨가게는 별다른 기술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영세자영업자들의 마지막 보루격이라는 점에서 문제의식은 더욱 커졌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트위터에 글을 남겨 우려를 표명한 것을 계기로 롯데마트는 16일 이후 '통큰치킨'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세업자들과 누리꾼들의 비판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롯데마트가 정무수석의 트위터 글 몇 줄로 판매를 중지한 것이 씁쓸하긴 하지만 '통큰치킨' 판매 문제 자체는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열악한 한국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단순히 롯데마트가 치킨판매를 중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는 대기업이 영세 자영업자의 시장을 잠식해 가는 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고, 영세자영업의 몰락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급속히 감소하는 자영업자지난 9일 국세청은 지역별·업종별 생활밀접 사업자수를 최초로 공개했다. 2009년 자영사업자 수는 487만4000명으로 자영업자 500만 시대가 목전에 왔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자영사업자) 수는 2006년 446만5357명, 2007년 452만6730명, 2008년 473만114명으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고 조만간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자영업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알고 있는 것에 비해 국세청의 자료는 이와 반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자료와는 달리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상의 자영업자 수는 2005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에 놓여있다. 15일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1월 현재 자영업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16만6000명이 감소한 553만1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국세청 자료와 통계청 자료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자영업자에 대한 기준과 조사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사업자 등록한 자영업자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 반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조사대상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영업자를 모두 포함한다(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는 표본조사). 예를 들어 사업자 등록 없이 트럭을 가지고 과일행상을 하는 경우 통계청 조사에는 포함되지만 국세청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해 본다면, 국세청 조사에서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자영업자들이 누락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전체적인 자영업자들은 감소 추세에 놓여있고, 이는 자영업의 기반이 빠르게 열악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